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래그랜느는 쿠키와 빵을 만드는 공장을 함께 운영하는 특별한 카페다. 이곳에서 파는 100% 손으로 만든 쿠키와 커피가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며, 이 쿠키를 만드는 4명의 파티쉐들은 천사라고 불린다.
지난해 문을 연 래그랜느는 강남구가 육성하는 서울형 사회적 기업으로 4명의 자폐장애우가 제과 제빵 전문기술자의 지도를 받으며 매일 수제 쿠키와 빵을 만들고 있다. 이곳은 쿠키를 만들기 위해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만든 쿠키와 빵의 맛이 한결 같이 좋은 이유는 4명의 장애우가 배운 그대로 정직하게 일하기 때문이다.
착한 기업인 이곳은 장애의 벽을 넘어 자립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쿠키를 만들어 판다. 불어로 밀알이란 뜻으로 ''작은 밀알이 세상을 향해 힘차게 성장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래그랜느(LES GRAINES). 이런 기업이 보란 듯이 성공해 전국 방방곡곡에 래그랜느와 같은 장애우의 일터가 계속 생겼으면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적기업
래그랜느는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우 남범선씨의 아버지인 남기철씨가 운영하는 무역회사 (주)씨트라에서 100% 출자한 회사다. 직원은 장애우 4명을 포함해 9명이다. 설립초기부터 주식회사로 시작했으며 이윤추구를 목표로 운영하는 회사로 장애인고용이란 목적이 첨가된 형태로 사회적 기업을 신청해 서울시로부터 선정됐다.
강남구에선 비교적 한가한 지역에 있는 이곳은 남기철씨 소유의 건물 지하에 있다. 이 건물 4층에는 남씨가 운영하는 무역회사가 있다. 남범선씨의 어머니인 이미호 래그랜느 대표는 "아직까지는 지인들이 직원 선물이나 기념품으로 구매해주고 있는 상황으로 자립 단계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수제 쿠키를 제조하는 기업을 만들게 된 동기에 대해 "자폐장애의 특성 중의 하나는 변화를 싫어하고 집착이 강한 것인데 쿠키를 만들려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다"면서 "이들은 새로운 제품을 접하면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고 향후에는 서비스 분야까지 일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빵보다는 쿠키를 주로 만든다. 빵은 유통기간이 짧은 데다 대형제과점과 경쟁이 어렵고 무엇보다 장애우가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에 쿠키는 상대적으로 유통기간이 길고 장애우의 수작업이 필요하며 새로운 제품 개발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열심히 일하는 네 명의 천사
이곳에는 남범선(29세 육영학교졸)씨, 이규석(23세 일반고졸)씨, 남상운(20세 육영학교졸)씨, 박주환(19세 밀알학교졸)씨 등 4명의 자폐 장애우가 일하고 있다.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한 남씨와 이씨는 전문 제빵사가 밀가루를 반죽해 놓은 것에서 한 개 분량만큼 떼어 중량을 재고 쿠키 모양에 맞게 성형하는 작업을 한다. 두 사람은 저울로 반죽의 중량을 재는 과정이나 성형하는 방법을 반복해 배워 정확하게 쿠키를 만든다. 남씨와 박씨는 일상 대화가 어려운 수준으로 주로 포장을 한다. 두 사람은 일정한 개수의 쿠키를 봉지에 담기 위해 쿠키 개수만큼 동그라미가 그려진 종이판 위에 쿠키를 올려놓아 개수를 확인하고 봉지에 담곤 한다.
이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정시에 출근해 오전 작업을 하고 점심시간에 함께 모여 식사와 운동을 한다. 그리고 오후 작업을 마치고 퇴근한다. 이들은 정상인들과 함께 작업하고 생활하며 행복하게 지낸다.
이들을 지도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은 일본 동경에서 정식으로 제과 제빵 기술을 배운 전문 파티쉐 이진기씨다. 그는 현장에서 장애우가 할 수 있는 일을 주선하기 위해 늘 고심한다.
래그랜느는 제과 제빵을 하는 기업이면서 동시에 장애우를 교육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곳에는 봉사자와 복지사도 함께 지낸다. 자폐장애우와 매주 등산을 하는 모임인 ''밀알천사 산행모임''의 회원이며 래그랜느 경영고문인 이준명씨는 일주일에 3번씩 이곳에서 봉사하며 지낸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는 4명 모두 천사이며 그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하루 종일 웃을 일만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래그랜느의 제품은 방부제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제품 하나하나가 전부 수작업으로 만든 매우 정직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자폐 장애우는 세상에서 가장 거짓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자폐라는 특성으로 배운 대로 곧이곧대로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쿠키를 만들고 있다"고 이 고문은 말한다.
항상 웃으며 일하는 이들은 강남구로부터 98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자폐장애우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자폐장애우를 둔 가정에서는 꿈만 갖고 매우 부러운 일이기도 하다.
카페는 맛도 분위기도 만점
제과 공장 옆에 있는 래그랜느 카페에 들어서면 환하고 고급스런 분위기에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전문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 맛도 일품이다. 이곳에서는 각종 커피와 차, 장애우가 만든 수제쿠키와 빵을 팔고 있다. 또한 어려운 이웃에게 빵과 쿠키를 나눠주기도 하며 매주 목요일은 ''래그랜느 데이''로 정해서 장애아를 둔 부모들을 초청해 서로 위로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장소로 이용하기도 한다. 한편 이곳은 각종 동창회나 친목 모임장소로 매우 적합한 곳으로 장소를 대여하기도 한다.
위치: 강남구 일원동 644-2
일원동주민센터 건너편
영업시간 월-토요일 오전11시부터 오후8시
목요일 오전11시부터 오후10시
일요일 휴무
주차 전용주차장에 가능
주문 문의 (02)445-0918
5만원이상 구입시 택배발송
www.lesgraines.org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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