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야생차문화축제
한국야생차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다
지리산 유적답사와 함께 매년 5월에 열리는 문화축제
봄 햇살이 유난히 눈부셨던 5월의 어느 멋진 날, 차(茶)의 왕국 하동에서 열린 제16회 하동 야생차문화축제에 다녀왔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과 악양면 일대에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닷새간 진행됐던 이 행사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화축제이다. 전국 각지의 차인들이 정성껏 준비한 차와 다식을 관광객들에게 대접하는 ''대한민국 차인한마당''에서는 녹차는 물론 홍차와 황차, 말차(가루녹차), 연꽃차, 오미자차, 표고버섯차 등 한국의 전통차를 골고루 음미할 수 있었다.
차와 웰빙의 만남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의 맥을 이어온 차시배지로서, 세계인 모두가 함께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축제이다. 매년 5월에 개최되는 이 행사는 한국야생차의 명맥을 이어가고 전국적인 관심을 유도해 우리 차의 국제적 도약과 차 문화의 저변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또 지리산 문화 유적답사와 더불어 한국의 차 문화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지리산 야생녹차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에도 큰 의의가 있다.
행사 시작 나흘째였던 7일에는 하동야생차문화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대한민국 차인한마당''과 ''섬진강 달빛차회''가 전국의 수많은 차인들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오전에는 차 학술 심포지엄(녹차 연구소)과 사랑의 녹차 세족식이 거행됐고, 오후에는 대한민국 차인한마당, 문화공연, 들차회 등이 이어졌다.
궁중차 문화체험 ''왕의 녹차''
(재)명원문화재단과 (사)한국다도연합회가 공동주관한 ''대한민국 차인한마당''은 궁중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무대 중앙에 위치한 왕에게 차를 올리는 진다의식을 시작으로, 왕이 손님들에게 차를 접대하는 접빈다례,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차를 맛보게 하는 들차 체험 순으로 진행됐다.
체험코너인 ''왕의 녹차''에서는 왕에게 차를 올리고 왕이 차를 하사하는 궁중의 차 문화가 재연되었으며, 하동지역 차 생산농가 대표와 일반인 등 20여명이 참가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왕의 녹차''에 참여한 김유정씨(서울 서초구, 42)는 "조선왕조를 재현한 세트에서 왕과 함께 차를 마시니 마치 실제상황인 것처럼 숙연해졌다"며 이런 행사를 통해 우리의 차 문화가 널리 보급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다양한 차와 다식을 맛보는 ''들차회''에는 서울, 경주, 춘천, 목포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200여명의 관광객들이 참여했다. ''들차회''는 들이나 강, 산 등 아름다운 자연에서 자리를 펼쳐놓고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차를 함께 나누는 우리나라의 전통 차 문화의 하나이다.
지리산 자락에 펼쳐져 있는 차 재배지
하동의 화개계곡 입구에서부터 신흥마을까지 펼쳐져 있는 차 재배지에 들렀다. 지리산을 뒤로 두어 북풍을 막아주고 볕이 잘 드는 이곳은 차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지역으로, 전국 차 생산량의 25퍼센트 정도가 이곳에서 재배된다고 한다. 가파른 비탈에 넓게 자리한 차밭을 보기 위해 계단을 올라갔다. 고랑을 지어 차나무를 길게 심은 곳도 있고, 다른 나무들 사이에 드문드문 자라는 차나무도 있었다. 이곳의 한 관계자는 "비탈에 기대서서 찻잎을 따고 찻잎을 손톱으로 꺾어 자루에 일일이 담는다"며 경사가 심하고 바닥에 돌이 많아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삼국사기』제10권 신라본기 흥덕왕 3년(828년)조에 보면 ''당나라에 갔다가 귀국한 사신 대렴이 차 종자를 가져 왔고, 왕은 그것을 지리산에 심게 했다''고 돼있다. 이후 화개동은 임금님께 차를 바치는 곳, 즉 어차동천(御茶洞天)이 되었다. 봄이 되면 차나무에도 새순이 돋는다. 흔히 곡우(穀雨·4월 20일) 전에 나온 아주 어린 찻잎으로 만든 차를 우전(雨前)이라 해서 최고급으로 친다. 곡우 지나 나온 가늘고 고운 찻잎으로 만든 차는 세작(細雀)이라 하여 그 다음으로 친다.
찻잎을 덖고 말려 차로 완성한다
녹차 제작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밭에서 잎을 하나씩 따서 찻잎을 고른 뒤 무쇠 솥에 넣고 덖으며 찻잎의 숨을 죽인다. 무쇠 솥을 섭씨 300도 이상 달군 후 찻잎을 넣고 김이 오르도록 덖는다. 그리고 손으로 계속 뒤적여 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뜨거운 찻잎을 식힌 다음 잘 우러날 수 있도록 찻잎을 멍석 등에 대고 비빈다. 이 같은 작업을 두세 차례 반복한다. 이후 온돌방 바닥에 널어 2시간 정도 말렸다가 얇은 솥에 넣고 숯불을 피워 3시간 동안 더 말린다. 이 때 훈연향이 더해지면서 비로소 완성된 차가 탄생한다.
TIP/ 생활다례 행다(行茶) 순서
1. 다구 준비
손님을 맞으며 간단히 인사한 뒤 차 마시기를 권하며 다례를 시작한다.
2. 예온하기
미리 끓는 물을 보온병에 준비해 두거나 물을 끓여야 한다. 차를 우리기 전에 뜨거운 물로 다구를 데운다. 찻잔이나 다관(찻주전자)을 미리 예열해 온도를 적당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숙우(큰 대접)가 준비돼 있다면 끓인 물을 숙우에 붓는다. 잠시 후 이 물을 다관에 붓고, 조금 있다가 다관의 물을 찻잔에 붓는다. 이렇게 하면 그릇이 데워져 따뜻하게 된다. 찻잔에 담긴 물은 차를 우리는 동안 퇴수기에 버린다.
3. 차 우리기
차를 다관에 넣는다. 끓는 물을 숙우에 붓고, 물의 온도가 60~80도 정도로 내리기를 기다린다. 온도는 차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는데, 고급차는 60도 내외, 중급은 80도, 하품은 90도 내외이며 발효정도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4. 차 내기
우러난 차를 찻잔에 따른다. 이때 찻잔을 한 번에 채우지 말고 3분의 1씩 따라야 한다. 그래야 여러 잔의 차 농도도 맞추고 함께 마신다는 의미도 되새길 수 있다.
5. 차 마시기
찻잔을 들고 차의 색을 보고 향을 맡는다. 천천히 조금씩 마시며 입안에 찻물을 굴리면서 맛과 향을 느낀다. 다과가 있을 경우 첫잔의 차를 음미한 뒤 다과를 먹는다. 다과를 먼저 먹게 되면 깊은 차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차를 마시다가 조금 더 차를 우려야겠다 싶을 때 재탕을 시작한다.
6. 정리하기
담소를 나누고 차 마시기가 끝나면 손님이 모두 돌아간 뒤 다구를 씻어 제자리에 정돈한다.
자료제공 : (재)명원문화재단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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