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지난 4월말 개봉과 동시에 관객들의 눈물샘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이 영화는 때로는 남처럼, 때로는 원수처럼 살아 온 평범한 한 가족이 갑작스레 찾아 온 이별을 통해 ''진짜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렇듯이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은 챙기지 못하고, 그래서 결국 그토록 사랑했던 가족과 이별해야하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다.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한다. 갑자기 밀려드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먹먹해지기 때문이다.
늘 함께 하기에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
진한 가족애를 불러일으키는 배종옥, 김갑수 주연의 이 작품은 1996년에 MBC 창사특집극으로 방영되었던 노희경 작가의 원작 드라마를 영화화한 것이다.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감동은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노희경 작가는 자신만의 섬세하고 진솔한 삶의 대사를 통해 가슴 속 깊은 멍에를 자극하면서 ''엄마의 죽음''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사랑하는 엄마를 여읜 작가 자신의 절절한 사모곡이기도 하다. 엄마는 오늘도 치매에 걸린 할머니(김지영)를 돌보느라 분주하다. 노망난 할머니는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일이 벌어지고, 집을 나가거나 길을 잃고 헤매는 일도 다반사다. 이 모든 뒤치다꺼리는 주인공 인희(배종옥)의 몫이다.
아빠와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갈등으로 바쁘다. 병원 일에만 신경 쓰는 가장(김갑수), 유부남과의 아픈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큰 딸(박하선), 여자 친구가 전부인 철없는 막내아들(류덕환) 등이 그녀가 건사해야 할 못 말리는 가족들이다. 유일한 남동생 근식(유준상)도 도움이 안 되긴 마찬가지. 도박에 빠진 근식은 매일 아내(서영희)와 티격태격하면서 인희를 힘들게 한다. 그들은 다른 가족을 돌아볼 여유 없이 그저 자신들의 고민에만 빠져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진짜가족''이 되었다
어느 날, 인희는 자신의 오줌소태가 낫지 않자 남편이 월급쟁이 의사로 일하고 있는 병원을 찾아간다. 거기서 자궁 내의 악성종양을 발견한다. 인희가 암선고를 받으면서 이들 가족의 일상은 180도 달라진다.
담담히 죽음을 준비하는 인희와 함께 가족들도 아픔 속에 그만큼 성장해간다. 말기 자궁암에 걸린 50대 엄마와 그런 엄마를 떠나 보내야하는 가족들의 슬픔, 가족애와 모성애, 그리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영화 전반에 잔잔하게 깔려 있다. 엄마를 잃게 될 가족의 애달픔, 고통스러운 투병 중에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가족들 때문에 걱정인 엄마의 애틋한 사랑이 묻어난다. 무심했던 가족들이 서로를 아끼면서 ''진짜가족''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특히 감동적이다.
민규동 감독은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나타나는 식상함을 없애기 위해 여러 시도를 감행했다. 영화 속 부부(배종옥, 김갑수)의 연령을 드라마 속 부부(나문희, 주현)보다 낮춘 것이나, 등장인물들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함으로써 영화가 과도하게 감정을 끌고 가는 우를 탈피하고자 했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대한민국 연기파 배우들이 펼치는 명품 연기와 무작정 슬픈 감정을 몰아붙이지 않음에도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탁월한 연출력이 어우러져 5월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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