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증과 뇌물수수

지역내일 2011-03-24

어떤 업체의 사장이 자신이 납품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자신이 급하게 돈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주면 한 달 내로 갚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 공무원은 자신의 월급통장의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내주었다. 업체 사장은 공무원이 돈을 빌려도 문제가 되지 않겠냐고 하자 담당 공무원은 월급통장으로 직접 송금을 해 주면 돈을 빌려주는 것이 확실하니 뇌물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있는 공무원이 요구하는 돈을 빌려주지 않을 수 없었고, 언제 갚을지도 모르지만 일단 송금해 주었다.


나중에 업체 사장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담당 수사관이 물었다.
“위 돈은 직무와 관련하여 담당공무원에게 뇌물로 준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위 돈은 빌려준 것입니다. 만약 뇌물로 주었다면 현금으로 몰래 주었을 것입니다. 담당 공무원이 빌려달라는데 어떻게 거절합니까? 돈을 준 것은 절대 아닙니다. 빌려준 겁니다.”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고 나중에 원금도 돌려받았는데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공무원에게 돈을 빌려준 경우 빌려준 금액 전부가 뇌물이 되는 것이 아니지만 담보도 없이 돈을 빌려준 것, 즉 대출의 특혜를 준 것 자체가 뇌물로 준 이익이 된다. 이자를 받지 않았다면 받지 않은 이자도 뇌물이 된다.


실제로는 빌려준 것이 아니라 준 것이 많다. 일단 뇌물수수로 조사를 받게 되면 빌려준 것이라고 변명한다. 돈을 송금했다고 하더라도 이자도 주지 않고 갚지도 않고 있다면 뇌물로 주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다.


뇌물액수가 5천만 원, 1억 원 이상이 되면 특가법이 적용된다. 특가법이 적용되면 가중처벌이 되고 법정형이 징역 7년 이상, 10년 이상이기 때문에 준 돈이 빌려준 것인지, 그냥 준 것인지가 중요하다.


돈을 받은 공무원은 “돈을 빌렸다면 아직까지 갚지 않고 있는 이유가 뭔가요?”, “이자는 왜 지급하지 않았나요?”, “원래 여유가 있어 돈을 빌릴 필요가 없었는데 왜 빌렸나요?” 의 질문에 대한 설명을 명확히 해야 하고, 돈을 준 사람은 “돈을 빌려주었으면 회계장부에 대여금으로 처리하여 세무신고를 했나요?”, “돈을 빌려주었다면 송금하면 될텐데 왜 굳이 현금으로 지급했나요?” 등에 대한 해명을 잘 해야 한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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