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로 돈 좀 벌었다는 사람들의 얘기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경매.
솔깃한 정보지만, 관련 경험도 지식도 전무한 주부가 섣불리 달려들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어디 저축만으로 평수 늘려 이사할 수 있나.
나날이 치솟는 전세 보증금도 감당이 안 되는 현실 아닌가 말이다.
점잖게 뒷짐 지고 있을 수만은 없겠기에, 경매 초보 주부가 경매 법정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아직까지 뾰족한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경매! 이거 알면 알수록 은근히 매력 있다.
01 Challenge 경매 도전 첫날
나의 생애 첫 경매 입찰이 열리는 날.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르고 며칠 동안 애써 준비했건만, 당일 아침 갑작스레 입찰 물건이 ‘변경’되었다 한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 나의 첫 도전이 무산되었다는 소리가 분명하다. 첫날부터 허탕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왕왕 있다니 불평해도 소용없을 터. 어쨌거나 이것도 공부라 생각하고 남들의 입찰 현장을 열심히 지켜보았다. 모두 노련해 보이는데, 나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같다. 가만 보니 은근히 여자들도 많다. 전체 인원의 30퍼센트 정도? 경매가 대중화되었다더니, 과연 그런 모양이다. 하기야 나 같은 초보도 경매시장으로 뛰어들었는데 오죽할까.
다시 분석해보자. 초보들이 경매시장에 몰렸다는 말은 무리하게 낙찰가를 높이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다. 다만 얼마라도 싸게 집을 사겠다고 경매에 나섰는데, 무리하게 낙찰가를 높였다간 자칫 일반 매매가보다 비싸게 살 공산도 크다는 사실에 주의하자. 내가 오늘 입찰에 나서려던 물건은 ‘변경’되었으니, 다시 나오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시 다른 물건을 찾아 대법원 경매 사이트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은근히 탐나는 물건이 많다. 내가 눈독을 들이는 물건은 주로 시세를 잘 아는 우리 동네 주변의 아파트. 그중에서도 한두 번 유찰돼 시세보다 20~30퍼센트 저렴한 아파트를 위주로 골랐다. 빌라나 단독에 비해 아파트는 시세가 거의 공개되고 매매도 수월해 초보가 도전하기에 장점이 많다. 대신 같은 이유로 입찰자가 몰리기 때문에 낙찰가가 꽤 높다. 초보니 무리한 선택은 피할 생각이다.
More Info 입찰은 어떻게?
01 경매 사이트를 검색해본다.
02 본인이 직접 참석하는 경우, 경매 실시 때 신분증과 도장, 입찰 보증금(최저가의 10%)을 준비해 입찰 당일 10시 30분까지 해당 법원에 참석한다.
03 입찰 후 낙찰되어 최고가 매수인이 되면 그 자리에서 보증금 영수증을 받는다. 매각 결정 기일(7일)과 이해관계인의 항고기간(7일)이 지나면 법원에서 대금 납부 통지서를 발송한다. 대금 납부 통지서의 수령과 무관하게 위 기간이 지나면 바로 매각 대금을 납부하면서 즉시 소유권 이전등기 촉탁이 되어, 잔금 납부일이 곧 소유권 확보가 되는 시점이다.
02 Challenge 두 번째 도전
제대로 입찰도 못 해본 첫 도전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이번엔 희망 가격이라도 적어볼 수 있으려나. 이번 물건은 정말 탐난다. 내가 사는 같은 단지 아파트로 지금 집보다 30제곱미터나 크다. 평소 벼르던 크기로, 가격도 매력적이다. 유찰 횟수는 한 번밖에 안 됐지만, 감정가가 시세보다 워낙 낮게 매겨져 실거래가보다 많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집을 팔아, 돈 한 푼 추가하지 않고도 30제곱미터나 넓은 곳으로 이사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하루 전날 은행에 가서 최저 입찰가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 장짜리 수표로 바꿔놓고, 도장과 신분증을 지참해 경매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했다. 누런 입찰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희망 가격을 적는 순간! 볼펜을 쥔 손이 덜덜 떨린다. 행여 잘못 써서 일을 그르치는 건 아닐까. 희망 입찰 금액을 적으면서 실수로 동그라미 하나를 더 써 고가 낙찰을 받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경우, 아무리 실수였다며 사정을 해도 낙찰자 지정이 취소되지 않는다고. 10퍼센트 보증금을 포기하든지, 울며 겨자 먹기로 잔금을 납입하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시간과 금전상의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이런저런 간 떨리는 사례를 들으니, 학력고사 답안지를 체크할 때보다 떨린다.
드디어 뚜껑을 여는 순간. 경쟁자는 나를 포함해 모두 네 팀. 다들 이 동네 시세를 잘 아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경매 고수들인지 무리한 가격을 적어 낸 사람이 없다. 다들 고만고만한 금액에서 가격을 적어 냈는데, 딱 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보다 5천만 원 정도 더 적어 최고가 낙찰자가 되었다. 낙찰 받은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공부야 독보적인 1등이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경매는 아니다. 독보적인 1등의 마음은 분명 속이 쓰릴 것이다. 너무 많이 적어 결국 제 돈 다 주고 낙찰 받는다면 굳이 경매로 집을 살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경매에 임할 때는 ‘되면 좋고, 안 되면 다음 기회가 또 온다’는 여유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러 번 입찰에 도전해보면서 시세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적당한 가격에 낙찰 받는 것이 중요하겠다.
More Info
경매 초보, 이런 물건은 피하자!
01 일단 권리관계가 명확하고 시세가 많이 알려진 물건일수록 안전하다. 다만 이런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높고 수익률은 저조하다. 반대로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시세 파악이 어려운 물건이라면 경쟁률이 적고 수익률은 높다. 일반적으로 재매각되는 물건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다.
02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1순위 채권자로 포함되면 양호한 물건으로 파악하기도 하는데, 이 때 카드사가 포함되거나 소액 채권이라면 피하는 편이 좋다. 소액인 카드 결제 금액까지 변제하지 못할 채무자라면 명도 과정이 만만하지 않다.
03 해당 부동산이 종교 시설이거나 유흥 시설인 경우도 초보자는 피하는 편이 좋다. 종교 시설은 어지간한 경매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기피하는 부동산이다. 임차인이나 점유인이 행위무능력자인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04 유치권이 행사되고 있거나 분묘기지권, 즉 부동산 내에 묘지가 있는 물건은 피하는 것이 좋다. 건물과 토지가 별도로 등기된 경우도 조심한다.
03 Challenge
경매 도전 세 번째
지난번 도전 후 한 달 남짓 지났다. 관심 지역을 정해두고 그 지역의 경매 물건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우선 감정평가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른 후, 경매 전문가에게 보다 자세한 권리 분석을 의뢰했다.
이런 과정을 혼자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꼼꼼히 일을 도와줄 만한 전문가를 찾아 물어보면서 진행했다. 소심한 성격인데다, 초보라는 점을 감안해 수수료가 좀 들더라도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문가에게만 맡겨놓은 건 아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해당 동네의 아파트를 찾아가 교통이나 교육 등 주변 여건을 확인하고, 인근 부동산에 들어가 시세를 물어보기도 하며 매매가 잘되는 편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상으로는 꽤 괜찮아 보이는 물건이 실제로 가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법원 감정가가 실제 거래가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경우도 있었다. 감정가가 높게 매겨진 경우는 급매보다 못한 가격으로 낙찰 받는 사례도 종종 있으니, 현장 조사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번엔 경쟁자가 무려 14명이다. 지난번보다 법정 안에 사람이 별로 없어 내심 ‘이번엔 되나 보다’며 좋아했는데, 우리 물건 번호를 부르자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게 아닌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경매도 남들이 관심 갖기 전에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을. 지금은 워낙 경쟁자가 많은 상황이다. 전세 대란으로 급매물이 소진되자,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경매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적어 낸 가격은 도전자 14명 중 8번째. 최저 입찰가보다 무려 1억 이상 더 적어 낸 사람에게 낙찰의 행운이 돌아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희망 입찰 가격을 적어 낼 때는 경매에 들어가는 부대 비용을 고려해 그 금액이 일반 매매가보다 낮아야 한다. 그래야 경매로 집을 산 보람이 있을 게 아닌가. 경매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취득세와 소유권 이전 대행에 드는 법무사 비, 대출이 있을 경우 필요한 근저당 설정비 등의 은행 비용으로 낙찰가의 4퍼센트 미만이 소요되고, 경매 컨설팅 업체의 수수료(대법원 규칙 감정가의 1퍼센트 혹은 낙찰가의 1.5퍼센트 중에서 쌍방 합의한 금액)와 미납 관리비(공용 관리비 한도), 낙찰 후 도배와 장판, 화장실, 싱크대 등 리모델링 비용, 명도에 드는 비용(3.3제곱미터에 1만 원 정도)을 예상해야 한다. 입찰 전에 해당 물건의 추가 예상 비용을 고려해 입찰 금액을 정해야 나중에 불이익이 없으니, 꼼꼼히 계산해보고 가격을 적어 낸다.
More Info
경매 대행 수수료는 어느 정도?
경매 과정이 어려워서 대행 업체를 이용하겠다고 생각했다면, 먼저 입찰 대행이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 세 부류 사람들에게만 허용된다는 것을 알아두자. 또 경매 대행의 수수료는 법정 요율이 없어 업체와 협의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하는 게 좋다. 대법원 규칙 감정가의 1퍼센트나 낙찰가의 1.5퍼센트 중에서 쌍방 합의한 금액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04 Challenge 그리고 내일
내일은 나의 네 번째 경매 입찰이 열린다. 내일 입찰할 물건은 학군이 좋은 바로 옆 동네의 아파트. 근처 부동산에 가서 시세를 알아보니, 대충 얼마 이상은 쓰면 안 되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까지 세 번을 줄줄이 미역국을 먹었지만, 이제야 차츰 경험이 쌓이는지(?) 경매 사이트를 보며 물건 고를 줄도, 또 얼마쯤 적어 내야 할지도 대충 감이 잡힌다. 떨어졌다고 실망하거나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소신 지원은 수능 시험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무리하지 않기! 눈치작전보다 소신을 지키기! 내일 떨어져도 경매는 또 열린다!’ 경매 도전 4회 차 병아리 투자자의 경매 원칙이다. 경매, 시세보다 조금 싸게 내 집을 장만하겠다는 초심만 지킨다면 언젠가는 활짝 웃으며 법정을 걸어 나올 날이 있지 않을까. 번번이 떨어졌지만, 몇 차례 경매 도전이 나에게는 꽤 의미심장한 경험이 되었다.
More Info
초보 도전자가 알아둘
기본적인 주의 사항
01 권리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모르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게 낫다.
02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현장 본인 확인은 필수!
03 명도에 겁먹지 말자. 자신 없으면 전문가에게 대행 처리를 맡기는 게 낫다.
04 법원 감정가를 믿지 마라. 감정가는 참고 가격일 뿐, 시세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
05 자금 계획을 완벽히 세울 것. 입찰 후 45일 내에 잔금을 내야 한다.
06 유치권, 법정지상권, 예고 등기 등 특수 물건은 피해야 한다.
07 경매 법정 분위기에 동요하지 말 것. 눈치작전에 끼어들지 마라.
08 낙찰받기 위해 1등이 될 필요 없다. 넉넉한 마음으로 시간을 갖고 여유 있게 임할 것!
강현정 리포터 sabbuni@naver.com
도움말 남승표 선임연구원((주)지지옥션)
·지지자산운용(주)
·한마음에셋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솔깃한 정보지만, 관련 경험도 지식도 전무한 주부가 섣불리 달려들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어디 저축만으로 평수 늘려 이사할 수 있나.
나날이 치솟는 전세 보증금도 감당이 안 되는 현실 아닌가 말이다.
점잖게 뒷짐 지고 있을 수만은 없겠기에, 경매 초보 주부가 경매 법정에 과감히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아직까지 뾰족한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경매! 이거 알면 알수록 은근히 매력 있다.
01 Challenge 경매 도전 첫날
나의 생애 첫 경매 입찰이 열리는 날.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르고 며칠 동안 애써 준비했건만, 당일 아침 갑작스레 입찰 물건이 ‘변경’되었다 한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오늘 나의 첫 도전이 무산되었다는 소리가 분명하다. 첫날부터 허탕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왕왕 있다니 불평해도 소용없을 터. 어쨌거나 이것도 공부라 생각하고 남들의 입찰 현장을 열심히 지켜보았다. 모두 노련해 보이는데, 나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같다. 가만 보니 은근히 여자들도 많다. 전체 인원의 30퍼센트 정도? 경매가 대중화되었다더니, 과연 그런 모양이다. 하기야 나 같은 초보도 경매시장으로 뛰어들었는데 오죽할까.
다시 분석해보자. 초보들이 경매시장에 몰렸다는 말은 무리하게 낙찰가를 높이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다. 다만 얼마라도 싸게 집을 사겠다고 경매에 나섰는데, 무리하게 낙찰가를 높였다간 자칫 일반 매매가보다 비싸게 살 공산도 크다는 사실에 주의하자. 내가 오늘 입찰에 나서려던 물건은 ‘변경’되었으니, 다시 나오려면 꽤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시 다른 물건을 찾아 대법원 경매 사이트를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은근히 탐나는 물건이 많다. 내가 눈독을 들이는 물건은 주로 시세를 잘 아는 우리 동네 주변의 아파트. 그중에서도 한두 번 유찰돼 시세보다 20~30퍼센트 저렴한 아파트를 위주로 골랐다. 빌라나 단독에 비해 아파트는 시세가 거의 공개되고 매매도 수월해 초보가 도전하기에 장점이 많다. 대신 같은 이유로 입찰자가 몰리기 때문에 낙찰가가 꽤 높다. 초보니 무리한 선택은 피할 생각이다.
More Info 입찰은 어떻게?
01 경매 사이트를 검색해본다.
02 본인이 직접 참석하는 경우, 경매 실시 때 신분증과 도장, 입찰 보증금(최저가의 10%)을 준비해 입찰 당일 10시 30분까지 해당 법원에 참석한다.
03 입찰 후 낙찰되어 최고가 매수인이 되면 그 자리에서 보증금 영수증을 받는다. 매각 결정 기일(7일)과 이해관계인의 항고기간(7일)이 지나면 법원에서 대금 납부 통지서를 발송한다. 대금 납부 통지서의 수령과 무관하게 위 기간이 지나면 바로 매각 대금을 납부하면서 즉시 소유권 이전등기 촉탁이 되어, 잔금 납부일이 곧 소유권 확보가 되는 시점이다.
02 Challenge 두 번째 도전
제대로 입찰도 못 해본 첫 도전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이번엔 희망 가격이라도 적어볼 수 있으려나. 이번 물건은 정말 탐난다. 내가 사는 같은 단지 아파트로 지금 집보다 30제곱미터나 크다. 평소 벼르던 크기로, 가격도 매력적이다. 유찰 횟수는 한 번밖에 안 됐지만, 감정가가 시세보다 워낙 낮게 매겨져 실거래가보다 많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집을 팔아, 돈 한 푼 추가하지 않고도 30제곱미터나 넓은 곳으로 이사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
하루 전날 은행에 가서 최저 입찰가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 장짜리 수표로 바꿔놓고, 도장과 신분증을 지참해 경매가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했다. 누런 입찰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 희망 가격을 적는 순간! 볼펜을 쥔 손이 덜덜 떨린다. 행여 잘못 써서 일을 그르치는 건 아닐까. 희망 입찰 금액을 적으면서 실수로 동그라미 하나를 더 써 고가 낙찰을 받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경우, 아무리 실수였다며 사정을 해도 낙찰자 지정이 취소되지 않는다고. 10퍼센트 보증금을 포기하든지, 울며 겨자 먹기로 잔금을 납입하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시간과 금전상의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이런저런 간 떨리는 사례를 들으니, 학력고사 답안지를 체크할 때보다 떨린다.
드디어 뚜껑을 여는 순간. 경쟁자는 나를 포함해 모두 네 팀. 다들 이 동네 시세를 잘 아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경매 고수들인지 무리한 가격을 적어 낸 사람이 없다. 다들 고만고만한 금액에서 가격을 적어 냈는데, 딱 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보다 5천만 원 정도 더 적어 최고가 낙찰자가 되었다. 낙찰 받은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공부야 독보적인 1등이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경매는 아니다. 독보적인 1등의 마음은 분명 속이 쓰릴 것이다. 너무 많이 적어 결국 제 돈 다 주고 낙찰 받는다면 굳이 경매로 집을 살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경매에 임할 때는 ‘되면 좋고, 안 되면 다음 기회가 또 온다’는 여유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러 번 입찰에 도전해보면서 시세에 대한 안목을 키우고, 적당한 가격에 낙찰 받는 것이 중요하겠다.
More Info
경매 초보, 이런 물건은 피하자!
01 일단 권리관계가 명확하고 시세가 많이 알려진 물건일수록 안전하다. 다만 이런 경우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높고 수익률은 저조하다. 반대로 권리관계가 복잡하고 시세 파악이 어려운 물건이라면 경쟁률이 적고 수익률은 높다. 일반적으로 재매각되는 물건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다.
02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1순위 채권자로 포함되면 양호한 물건으로 파악하기도 하는데, 이 때 카드사가 포함되거나 소액 채권이라면 피하는 편이 좋다. 소액인 카드 결제 금액까지 변제하지 못할 채무자라면 명도 과정이 만만하지 않다.
03 해당 부동산이 종교 시설이거나 유흥 시설인 경우도 초보자는 피하는 편이 좋다. 종교 시설은 어지간한 경매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기피하는 부동산이다. 임차인이나 점유인이 행위무능력자인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04 유치권이 행사되고 있거나 분묘기지권, 즉 부동산 내에 묘지가 있는 물건은 피하는 것이 좋다. 건물과 토지가 별도로 등기된 경우도 조심한다.
03 Challenge
경매 도전 세 번째
지난번 도전 후 한 달 남짓 지났다. 관심 지역을 정해두고 그 지역의 경매 물건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우선 감정평가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른 후, 경매 전문가에게 보다 자세한 권리 분석을 의뢰했다.
이런 과정을 혼자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꼼꼼히 일을 도와줄 만한 전문가를 찾아 물어보면서 진행했다. 소심한 성격인데다, 초보라는 점을 감안해 수수료가 좀 들더라도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문가에게만 맡겨놓은 건 아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면 해당 동네의 아파트를 찾아가 교통이나 교육 등 주변 여건을 확인하고, 인근 부동산에 들어가 시세를 물어보기도 하며 매매가 잘되는 편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상으로는 꽤 괜찮아 보이는 물건이 실제로 가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법원 감정가가 실제 거래가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경우도 있었다. 감정가가 높게 매겨진 경우는 급매보다 못한 가격으로 낙찰 받는 사례도 종종 있으니, 현장 조사는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번엔 경쟁자가 무려 14명이다. 지난번보다 법정 안에 사람이 별로 없어 내심 ‘이번엔 되나 보다’며 좋아했는데, 우리 물건 번호를 부르자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앞으로 걸어 나가는 게 아닌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경매도 남들이 관심 갖기 전에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을. 지금은 워낙 경쟁자가 많은 상황이다. 전세 대란으로 급매물이 소진되자,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경매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적어 낸 가격은 도전자 14명 중 8번째. 최저 입찰가보다 무려 1억 이상 더 적어 낸 사람에게 낙찰의 행운이 돌아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희망 입찰 가격을 적어 낼 때는 경매에 들어가는 부대 비용을 고려해 그 금액이 일반 매매가보다 낮아야 한다. 그래야 경매로 집을 산 보람이 있을 게 아닌가. 경매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취득세와 소유권 이전 대행에 드는 법무사 비, 대출이 있을 경우 필요한 근저당 설정비 등의 은행 비용으로 낙찰가의 4퍼센트 미만이 소요되고, 경매 컨설팅 업체의 수수료(대법원 규칙 감정가의 1퍼센트 혹은 낙찰가의 1.5퍼센트 중에서 쌍방 합의한 금액)와 미납 관리비(공용 관리비 한도), 낙찰 후 도배와 장판, 화장실, 싱크대 등 리모델링 비용, 명도에 드는 비용(3.3제곱미터에 1만 원 정도)을 예상해야 한다. 입찰 전에 해당 물건의 추가 예상 비용을 고려해 입찰 금액을 정해야 나중에 불이익이 없으니, 꼼꼼히 계산해보고 가격을 적어 낸다.
More Info
경매 대행 수수료는 어느 정도?
경매 과정이 어려워서 대행 업체를 이용하겠다고 생각했다면, 먼저 입찰 대행이 변호사,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 세 부류 사람들에게만 허용된다는 것을 알아두자. 또 경매 대행의 수수료는 법정 요율이 없어 업체와 협의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하는 게 좋다. 대법원 규칙 감정가의 1퍼센트나 낙찰가의 1.5퍼센트 중에서 쌍방 합의한 금액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04 Challenge 그리고 내일
내일은 나의 네 번째 경매 입찰이 열린다. 내일 입찰할 물건은 학군이 좋은 바로 옆 동네의 아파트. 근처 부동산에 가서 시세를 알아보니, 대충 얼마 이상은 쓰면 안 되겠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금까지 세 번을 줄줄이 미역국을 먹었지만, 이제야 차츰 경험이 쌓이는지(?) 경매 사이트를 보며 물건 고를 줄도, 또 얼마쯤 적어 내야 할지도 대충 감이 잡힌다. 떨어졌다고 실망하거나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소신 지원은 수능 시험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무리하지 않기! 눈치작전보다 소신을 지키기! 내일 떨어져도 경매는 또 열린다!’ 경매 도전 4회 차 병아리 투자자의 경매 원칙이다. 경매, 시세보다 조금 싸게 내 집을 장만하겠다는 초심만 지킨다면 언젠가는 활짝 웃으며 법정을 걸어 나올 날이 있지 않을까. 번번이 떨어졌지만, 몇 차례 경매 도전이 나에게는 꽤 의미심장한 경험이 되었다.
More Info
초보 도전자가 알아둘
기본적인 주의 사항
01 권리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모르면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게 낫다.
02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현장 본인 확인은 필수!
03 명도에 겁먹지 말자. 자신 없으면 전문가에게 대행 처리를 맡기는 게 낫다.
04 법원 감정가를 믿지 마라. 감정가는 참고 가격일 뿐, 시세와는 차이가 날 수 있다.
05 자금 계획을 완벽히 세울 것. 입찰 후 45일 내에 잔금을 내야 한다.
06 유치권, 법정지상권, 예고 등기 등 특수 물건은 피해야 한다.
07 경매 법정 분위기에 동요하지 말 것. 눈치작전에 끼어들지 마라.
08 낙찰받기 위해 1등이 될 필요 없다. 넉넉한 마음으로 시간을 갖고 여유 있게 임할 것!
강현정 리포터 sabbuni@naver.com
도움말 남승표 선임연구원((주)지지옥션)
·지지자산운용(주)
·한마음에셋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