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모임의 ''미운 오리''는 누구?

반가운 모임에 이런 엄마는 NO!

지역내일 2011-03-14

유난히 추운 날씨 탓에 더 길게만 느껴졌던 겨울방학이 끝나고 주부들 모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겨우 내내 아이들 뒷바라지에 지쳤던 엄마들이 만나 모처럼 다시 맛보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즐거운 수다를 쏟아낸다. 하지만 이런 오랜만의 만남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바로 얄미운 행동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몇몇 엄마들 때문이다.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 온갖 일에 다 나서는 엄마, 편안한 모임의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과시형 엄마, 뭔가 필요한 게 있을 때만 나타나는 박쥐형 엄마 등 스트레스감인 엄마들이 각 모임 마다 꼭 있기 마련이다.
소위 ''미운 오리'' 취급을 받고 있는 엄마들 사례를 모아보았다. 나는 과연 다른 엄마들 사이에서 어떻게 평가되고 있을지 한 번쯤 뒤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1. 온갖 정보 얻기만 하는 얌체 엄마
아무리 강남 엄마들이 자신이 가진 교육정보를 쉽게 남에게 나눠주지 않는다지만 우리 모임의 엄마들은 예외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같은 반 학부모로 만나 10년 가까이 정을 쌓아온 사이다보니 교육이든 생활이든 모든 면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내가 가진 정보를 나누는 만큼 나도 언제든 그들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사이도 더 돈독해진 셈이다.
우리끼리의 정보뿐만 아니라 각자 자신의 친한 친구들까지 영역을 넓혀 그야말로 말만하면 뭐든지 기꺼이 알아봐주니 든든할 수밖에. 그런데 ''옥에 티''라고나 할까, 한 엄마 때문에 모임의 분위기가 편하지만은 않다. 늘 살살 웃으며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얻어가는 그 엄마는 정작 다른 엄마들이 묻는 말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기 일쑤다. 자신이 모를 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물어서 알려주는 나머지 엄마들에 비해 이 엄마는 그야말로 ''내 정보는 내 것, 네 정보도 내 것''일 뿐이다.
평소에는 자신이 발이 넓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온갖 엄마들과의 친분을 내세우다가도 막상 그 엄마들을 통해서 뭘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면 이 핑계 저 핑계 다 대다가 결국 그냥 넘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상대방 마음을 상하게 해놓고도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살갑게 다가오니 어이가 없다.
다 같이 아이들 키우고 사는 엄마들이라 웬만한 일은 다 이해하고 넘길 줄 아는 편인데 이 엄마의 얌체 같은 행동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들 난리다. 게다가 더 기분이 나쁜 것은 필요할 때마다 불러내는 엄마들도 그때그때 다르다는 것이다. 명품 쇼핑할 때와 동대문 시장 갈 때 연락하는 엄마가 다르고, 아이 공부 문제 의논할 때와 한가할 때 차나 마시자고 불러내는 엄마가 각각 다르다. 그러니 돈 없는 엄마나 공부 못하는 아이를 둔 엄마는 은근히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만나면 그저 반갑고 서로의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 친구 이상의 사이가 된 엄마들인데 한 엄마 때문에 분위기가 서먹서먹해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엄마는 우리한테 뭔가 필요한 게 있는 이상, 아무 일 없다는 듯 계속해서 모임에 나타날 텐데.
서초구 양재동 강 모(45)씨 


2. ''나를 따르라'', 하지만 도움은 안 돼 
강남 학원가의 카리스마 넘치는 강사들 중 "나를 따르라. 그러면 1등급은 문제없어"를 외치며 열강을 하는 강사들이 있다. 엄마들에게도 "아이 보내주세요.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엄마들이 원하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해준다. 하지만 아이가 몇 달 다녀보면 내 아이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였음을 실감하고 호언장담한 강사의 말만 믿었던 것을 후회하곤 한다. 그런데 학원이 아닌 엄마들 모임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해 중학교 2학년이었던 아들의 같은 반 엄마들 모임에서 나는 이 책임감(?) 넘치는 안하무인인 엄마를 만났고 1년 동안 그녀로 인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첫 모임에서 옆자리에 앉게 된 것이 첫 번째 화근이었고, 그 엄마가 큰 아들을 영재학교에 보냈고 둘째 아들도 영재학교나 과학고 준비 중이라는 이유로 다른 엄마들이 그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줬던 것이 두 번째 화근이었다.
첫 모임에서 10분도 지나지 않아 그 엄마는 말을 놓기 시작하더니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주변에 앉은 엄마들에게는 "학원은 어딜 보내?", "저런 그 학원은 문제가 많아, 그냥 놔두면 안 돼. 어디어디로 옮겨봐"라는 등 1:1 학원 상담까지 해주었다. 아이가 학원 다니는 것보다 혼자 공부하고 싶어 해서 별로 학원을 보내지 않는다는 엄마에게는 "이 엄마가 뭘 모르네. 그럼 뭐 하러 강남에 사나? 전문적인 사교육 강사들을 아낌없이 활용해야지"라는 말로 무안케 만들기도 했다. 한 번 좌중을 휘어잡은 이 엄마는 1년 동안 그렇게 모임을 주도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두세 시간 정도의 모임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 참을 만했다. 문제는 그 다음. 잊을 만하면 집으로 전화해서 자기가 시키는 대로 했는지 확인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못했다고 하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교육 컨설팅으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쇼핑과 부부관계 컨설팅까지 이어졌다. 지나친 간섭을 싫어하는 강남 엄마들 모임에서 사생활 침해도 서슴지 않는 보기 드문 이 엄마의 전화번호 발신자 표시를 몇몇 엄마들은 ''받지마''로 입력해놓았다. 지나친 자기주장과 고집으로 스스로 왕따가 된 이 엄마를 부디 새 학년 엄마들 모임에서는 만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강남구 도곡동 최 모(41세)씨


3. 매사 불평불만으로 찬물 끼얹는 엄마
엄마의 정보력이 경쟁력인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엄마들은 무엇보다 정보를 얻기 위해 유치원 모임에서 학교 모임 등 갖가지 다양한 모임들을 꾸리며 서로 친목은 물론 다양한 정보를 나누고 얻는다. 나의 경우 유치원 입학식 때부터 알게 된 첫째 아이 엄마들끼리의 모임은 제법 오래돼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만나며 정보 교환은 물론 마음을 나누는 좋은 친구처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모임 외에도 도서관에서 대화법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들과의 모임,  중학교 동창모임 등 여러 가지 모임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일상의 활력소로 자리매김한다. 이런 여러 모임에 나가다 보면 때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부담스런 존재가 있다. 바로 만날 때 마다 대안도 없이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늘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엄마이다. 모임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이 엄마의 한마디에 찬물을 끼얹은 듯 냉랭하게 가라앉곤 한다.
처음엔 그이를 잘 몰라서 친해지긴 했지만 몇 년 동안 만날 때마다 툴툴거리는 모습에 언제부턴가 짜증이 나고, ''나 역시 언젠가 저 엄마의 도마에 오르겠지''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거리를 두게 되었다. 아이가 유치원 때는 유치원의 사사로운 행사마다 꼬투리를 잡아서 불만을 표시하고, 학교에 입학해서는 아이 친구의 친구 엄마까지 거론하며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으로 일관하는 그녀를 볼 때면 정말이지 옆에서 듣는 것조차 힘겨울 때가 있다.
그런 그녀의 성격 때문인지 사실 그녀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모든 사물을 부정적으로 일단 꼬아서 보는 그의 성격 탓이 큰 것 같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진지하게 이민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격을 고치지 않는 한 어느 나라에 간들 나아질 바가 없을 텐데 지켜보고 있자니 답답하기만 하다. 정말이지 떠나기 전에 그녀를 만난다면 제발 매사에 툴툴거리지 말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겠냐고 말해봐야겠다. 본전도 못 찾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서초구 방배동 서모(40세)씨


4. 아직도 미모에 집착하는 ''그 엄마''
큰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결성된 학부모 모임이었으니 이 모임의 역사도 어느덧 7년이 되어간다. 그 당시 학교일로 몇 번 만났던 열 명의 엄마들은 그런대로 대화가 통하고 사는 환경도 비슷해 아예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아이들 학원에 대한 정보에서부터 어느 대학을 보내느냐 등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세월이 흘러 취업이나 결혼문제, 그리고 우리들의 건강문제까지, 오히려 학교 동창들보다 더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동안 두 명의 엄마가 이사를 가는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탈락했지만 나머지 여덟 명의 ''정예요원''은 오랜 세월 온갖 희로애락을 나누며 돈독한 정을 쌓아오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아이들끼리는 대학이 달라지면서 사이가 소원해졌는데 오히려 엄마들 사이는 갈수록 끈끈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임에도 ''미운오리''가 있다. 달랑 딸 하나만 낳아 애지중지 키우는 그 엄마는 항상 30분에서 1시간가량 모임에 늦는다. 주로 점심시간에 만나기 때문에 그 시간이면 어느 식당이든 분주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그 엄마를 기다리느라 메뉴를 정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 해야 했다. 나중에는 전화를 걸어 메뉴를 물어보거나 아니면 늦게 나타나 혼자 단독으로 시켜먹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녀는 여러 명이 만나니까 조금 늦는 것은 별 상관없다는 식이고, 차를 갖고 나오니 찾는데 헤매고 차도 막히고 등등 변명을 늘어놓았다. 게다가 나올 때마다 미장원에 들러 드라이를 해야 한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그 비용이 궁금해 넌지시 물으니 "몇 십 년 단골이라 한 달에 얼마를 예치해 놓고 그때그때마다 지불해 나간다"고 했다. 또 자신의 외모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녀는 헬스로 다져진 몸매에 명품으로 휘감고 다니며, 모임에 나올 때에도 같은 옷에 같은 액세서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언젠가는 서울 근교로 나가 바람도 쏘일 겸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하자는 계획을 잡았는데 그 날도 역시 늦게 오는 바람에 예약한 장소에 30분이나 늦었던 기억이 있다. 그 엄마로 인해 항상 기분이 불쾌해진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버릇을 고쳐야한다고 열을 올리지만 결국에는 별 다른 개선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그렇다고 모임을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녀 자신 또한 그럴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으니 우리들의 가슴앓이는 얼마나 더 지속돼야 할까.
강남구 청담동 기 모(52)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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