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순 웨딩드레스''는 우리나라 신부(新婦)들이 가장 입고 싶어 하는 웨딩드레스 1위로 손꼽힐 만큼 인지도가 높다. 1989년 청담동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웨딩숍을 오픈한지 24년,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정도로 긴 시간동안 웨딩드레스 하나에만 매달려왔던 그녀가 이번에는 ''재능 기부''로 세상에 감동을 전하고 있다.
모델 같은 디자이너의 심플하지만 고급스런 웨딩드레스
그녀에 대한 첫 인상은 ''모델 같다''는 것이었다. 실제 키인 172센티보다 훨씬 커 보이는데다 군살 하나 없는 몸매, 이국적인 마스크는 현역 모델이라 해도 믿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요즘 갑자기 인터뷰가 많아졌어요. 매번 정장을 했었는데 이번엔 좀 편하게 입어봤어요. 괜찮겠죠?" 라고 말하는 그녀, 스키니 진에 흰 티셔츠를 입고 짧은 퍼(fur) 베스트(vest)를 걸쳐 입은 그녀는 51세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젊어보였다.
"사실 제가 심플한 걸 좋아해요. 제 평소 스타일이 드레스에도 반영된 거죠. 처음 웨딩드레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웨딩드레스는 모두 공주드레스였어요. 지나치게 과장된 퍼프소매나 주름(drape)이 기본이었죠. 제 드레스는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고급 소재를 사용해 신부의 기품을 더 잘 살려줄 수 있어요. 그런 점이 고객들에게는 새로웠던 것 같아요"
사실 ''이명순 웨딩드레스''는 까다롭다는 ''패션 피플''들에게 인기가 더 많다. 디자이너 송지오를 비롯해 한류스타 류시원과 방송인 이휘재, 아나운서 박혜진이 ''이명순 웨딩드레스''를 입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실 패션을 아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인정받기보다 몇 배나 어렵다. 다들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명품 ''보는 눈이 있는'' 강남은 뭔가 좀 달라
1989년 그녀는 명동을 떠나 청담동으로 숍을 옮겼다. 지금은 명품거리가 된 청담사거리지만 그때만 해도 몇몇 건물만이 있는 썰렁한 거리였다. 그녀가 청담동으로 이사를 결심한 건 헤어디자이너 박준 대표 덕분이다. 당시 이명순 대표의 잠재성을 알아본 그가 적극 권유했던 것, 그 덕에 박준 대표의 청담동 사옥인 ''박준 미장'' 3층을 임대해 강남에서 첫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땐 제 건물도 아니고 ''박준 미장'' 건물이라 간판도 내걸지 못했어요. 더군다나 숍도 3층이라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도 끌 수도 없었죠. 따로 홍보를 하지 못해 창 쪽으로 드레스를 많이 전시할 수밖에 없었어요. 찾아오시는 고객 한분 한분께 최선을 다했죠. 언젠가는 진실이 통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알음알음 소개로 찾아오시는 분들께 ''진실''하게 대했던 것이 굳이 말한다면 비즈니스 노하우라고 할까요?"
사실 명동에서는 고급소재를 쓰지만 디자인이 심플하기 때문에 그 가치를 몰라보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별 것도 없이 값만 비싸다며 숍을 나가는 사람도 있었단다. 그런데 역시 강남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해외 경험이 많고 ''보는 눈이 있는'' 강남 고객들은 달랐던 것이다.
"강남 분들은 디자이너 이상의 세련된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때는 디자이너들도 놀라죠. 또 강남 분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긴 하지만 이유 없이 돈을 쓰지는 않습니다. 좋은 것에 돈을 쓰죠. 그래서 강남에서 성공하기는 더 힘든 것 같아요"
고객과의 인연으로 시작한 ''재능 기부''
이번 ''아름다운 가게''와의 재능 기부에 대해 묻자 쑥스럽다며 얼굴을 붉히기까지 한다.
"따님 세 분의 웨딩드레스를 주문하셨던 고객과의 인연으로 하게 되었어요. 당시 그 분이 양재동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봉사를 많이 하시던 분인데 뜻이 좋아 저도 웨딩드레스 기부로 동참하게 되었죠"
그녀가 기부한 웨딩드레스 17벌과 턱시도 25벌은 최근 결혼을 앞둔 부부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저렴한 값에 대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대여비로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저소득층의 결혼까지 돕는다니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는 신혼부부에게는 참 의미 있는 일이 되는 셈이다. 현재 27쌍의 대여비로 만들어진 수익금은 오는 5월 저소득층 커플의 결혼식에 쓰여 질 예정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누굴 돕는다고 하면 주로 기부금을 냈었어요. ''재능 기부''는 이번이 처음인데 기부금보다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가진 재능으로 봉사를 할 수 있으니 더 뜻 깊은 일이죠. 고객들 반응이 좋아 여러 지점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던데 앞으로도 ''아름다운 가게''에는 지속적으로 지원할 생각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는 높은 신분·지위에는 사회적인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는 유럽 사회의 사고방식 중 하나이다. 사실 이 단어는 그녀의 ''재능 기부''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였다. 가진 것이 많아도 내 것을 나누기는 쉽지 않은 세상, 몸소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그녀가 더욱 빛나 보이는 시간이었다.
김기정 리포터 kimkichoung@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