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고 폭설이 잦았던 지난겨울에도 경기고등학교 체육관은 ''강남경기고 배드민턴클럽'' 회원들의 높은 참여로 인해 늘 열기가 가득했다. 지난해 6월 클럽을 결성해 100여명의 회원들이 모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해온 강남경기고 배드민턴클럽, 그 중심에는 정년퇴임 후에도 배드민턴 기술 노하우를 나누고 있는 정정웅 고문(67)이 있다.
선수육성에 이어 지도자 양성, 동호회 결성 등으로 배드민턴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정 고문을 만나 활기찬 제 2의 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교사 재직 시 선수육성에 열정 바쳐
정정웅 고문은 고교 1학년 때 배드민턴을 시작했지만 학업 때문에 계속할 수가 없었다.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1967년 응암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은 그는 배드민턴에 대한 미련을 접을 수가 없어 팀을 결성해 선수 지도에 나섰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지도해 전국대회 우승까지 했을 정도로 배드민턴 지도에 열정을 쏟았다.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갈 때마다 배드민턴 팀 창단과 선수육성에 나서 북가좌초등학교에서는 송영호 선수를, 도신초등학교에서는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방수현 선수를 지도하기도 했다.
변변한 체육관 시설도 없던 시절이라 도신초등학교에서는 교실과 숙직실 사이의 공간에 새끼줄을 쳐놓고 연습을 시켰다. 그런 그의 열정을 알게 된 남부교육청에서 천막으로 된 간이 체육관을 설치해주었고 바로 그곳에서 방수현 선수를 지도했던 것이다. 1996년 청파초등학교 교장으로 부임했을 때에는 한 독지가가 간이 체육관을 지어주었고, 4년 후 잠전초등학교 때에는 교육청에서 합숙까지 가능한 정식체육관을 건립해주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된 그의 배드민턴 지도가 30여 년 간 계속되면서 정식체육관 건립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신나고 재미있는 배드민턴''이라는 제목의 교본도 냈다.
1993년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로 3개월간 일본 파견 근무를 하게 된 정 고문은 그곳에서 각 학교마다 스포츠클럽이 활성화 돼 있고 거의 프로선수 실력에 가까울 정도의 교사들이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교수법을 잘 아는 교사들이 배드민턴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그는 2005년 ''서울시배드민턴교육연구회''를 만들어 직접 일선교사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방학 때마다 서울시 각 교육청 당 50명씩 모두 600여명을 모집해 교원 배드민턴 연수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2천 여 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300시간 이상 연수를 받은 교사들도 많고 각 학교의 지도자를 배출하기도 해 이제는 그의 제자의 제자가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는 셈이다.
클럽 창단해 배드민턴의 매력 전파
강남구 생활체육 배드민턴협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정웅 고문은 지난해 초까지 집 인근에 있는 한 중학교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쳤다. 하지만 회원 수도 너무 많고 일주일에 두 번은 학교 사정상 체육관을 사용할 수가 없어 운동량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그러던 차에 경기고 체육관을 임대해 ''강남경기고 배드민턴클럽''을 창단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회원들 수가 많지 않아 임대료를 감당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회원모집을 알리는 플랫카드로 홍보를 하면서부터 인근 직장인들이 몰리기 시작해 지금은 모집보다 100여명으로 늘어난 회원들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클럽을 결성해 빠르게 활성화 시킨 후 지난해 12월부터 고문 역할을 맡고 있는 그는 클럽을 운영하면서 회원 간의 단결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게임을 할 때에는 항상 예의를 갖추고 서로 격려해주면서 기분 좋게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회원들의 결속력을 높이게 된 비결이었다. 이런 결속력 덕분에 직장 동료들이나 부부가 함께 또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체육관을 찾는 회원들 모두 배드민턴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정 고문은 "하면 할수록 어려운 운동이 바로 배드민턴이다. 하지만 혼자 하는 운동과는 달리 서로 어울려 게임을 하는 재미 때문에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취미를 바꾸지 못하고 계속하게 되는 운동이기도 하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배드민턴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올 하반기쯤에는 강남구 생활체육협회에 가입해 공식대회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할 계획이다.
배드민턴 노하우 전하면서 바리스타의 꿈까지
배드민턴을 통해 삶의 자세까지 긍정적으로 바꾸게 되었다는 정 고문은 자신이 가진 배드민턴 기술 노하우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예정이다. 그가 현재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퇴직교원들의 모임인 서울교육삼락회에서도 배드민턴 동호회를 만들었다. 영어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정 고문은 서울시초등영어연구회 회장직을 맡기도 했으며 앞으로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로 배드민턴을 가르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무엇이든 만들어서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바리스타의 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문화센터에서 6개월간 제과제빵 과정을 마치기도 한 정 고문은 바리스타 과정을 배울 계획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배드민턴에 대한 사랑에 영어교육, 바리스타의 꿈까지 정년퇴임 후의 그의 인생은 새로운 도전으로 늘 활기가 넘친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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