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기획/ 시어머니가 털어놓는 며느리 백태

이런 며느리, 정말 참을 수 없다

지역내일 2011-01-24

우리는 가정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합당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때 비로소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아들과 남편을 사이에 둔 여자들의 시샘과 경계로 빚어지는 고부간의 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원한 숙제로 남아 있다. 시어머니는 윗사람으로서 원칙에 엄격하면서도 며느리에게 관대한 모습을, 며느리는 자신을 지키면서도 시어머니의 권위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살다보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되지 않는 황당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며느리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시어머니들의 답답한 심경을 들어보자.

볼 때 마다 가슴 답답한 도도한 며느리
칠순을 바라보는 나는 이번 설에 며느리 만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며느리를 대놓고 야단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넘기자니 울화가 치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우리 아들의 편안한(?) 결혼생활을 위해 이 어미가 참아야만 하는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40대 후반에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들 둘에 딸 하나를 키우며 힘들게 살았다. 물려받은 재산도 없이 여자 혼자 힘으로 아이 셋을 키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보험회사를 다니기도 했고, 장사를 하기도 했지만 생활은 항상 빠듯했고 겨우 먹고살 정도였다. 그런 환경 속에서도 맏아들은 공부도 잘했고 잘 자라주었다. 일류대학을 나와 일류 대기업에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맞선자리가 들어왔고 그때 만난 며느리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며느리는 서울의 강남에서 태어나고 자란데다 친정아버지가 고위직 관료라서 재력도 상당한 편이었다. 물론 살 집도 그 집에서 마련해주었고 지금까지도 손자들의 학원비를 조달해주는 등 여러 가지로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때문에 며느리의 콧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만 간다. 

명절에는 해외여행을 계획하기 일쑤고 음식 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어 모든 것을 백화점에서 구입한다. 김치는 물론 제사음식까지도 그런다. 시누이나 시동생에게도 냉랭하게 대하고 가끔은 노골적으로 우리 집안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또 동서와도 사이가 안 좋아 시어머니인 나로서는 좌불안석이고, 상대적으로 둘째 며느리는 항상 주눅이 들어있다. 그렇다고 문제를 일으키거나 못되게 구는 건 아니어서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볼 뿐이다. 이번 설 연휴에도 잠깐 들렀다가 애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친정 동생한테 간다고 통보해왔다. ‘내 식구니 예쁘게 봐야지’하면서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둘의 부부사이는 좋은 것 같아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강남구 포이동 이 모씨(68)-

물과 기름 같은 사이인 두 며느리
큰 며느리는 맞벌이를 하면서도 두 아이를 야무지게 키우는데다 집안 대소사도 빠짐없이 챙기려고 애쓰는 게 언제 봐도 기특하다. 작은 며느리는 음식 솜씨도 좋고 비누나 웬만한 집안 소품은 직접 만들어서 쓰는 영락없는 살림꾼이라 예쁘다. 이렇게 두 며느리를 각각 놓고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문제는 둘 사이가 물과 기름 같다는 거다. 

둘이 서로 뭐가 틀어져서 그러는지 몰라도 명절 때 외에는 연락도 안하고 지내는 눈치다. 명절 때 만나도 서로 형식적인 인사만 나누고 나면 둘 다 입 꾹 다물고 각자 할 일만 하는 통에 집안 분위기가 여간 썰렁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둘이 대놓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겉으로는 웃으면서 대하니 아무리 어른이라고 해도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며느리들끼리 사이가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형제간의 교류도 없어지는 것 같아 애가 탄다. 결혼 전까지만 해도 세 살 터울인 두 아들은 우애가 남달랐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 이러다가 우리 부부 모두 세상 떠나고 나면 형제끼리 남이나 다름없이 지내게 될게 뻔해 한숨만 나온다.

큰 며느리한테는 은근슬쩍 “작은 애가 좀 철이 없지? 다소 못마땅한 게 있더라도 네가 손위니까 너그럽게 봐주렴”하고 당부도 해봤지만 영 달라지지가 않는다. 작은 며느리에게도 둘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지만 아니라며 웃기만하니 자꾸 나설 수도 없는 입장이다. 마음 같아서는 둘 다 불러다가 혼을 내고 싶지만 “요즘 세상에 시어머니가 혼낸다고 달라질 며느리들이 어딨냐?”는 친구들의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만 끓이고 있다. 

다른 집은 며느리들끼리 마음이 잘 맞아서 함께 여행도 가고 서로 챙기면서 우애 있게 잘 지낸다는데 우리 집 며느리들은 좀처럼 어울리려고 하지를 않는다. 두 며느리 모두 시부모에게 잘하고 각자 집안 살림도 잘 꾸리고 있어 흠 잡을 데가 없지만 꽉 막힌 둘 사이를 어떻게 뚫어주어야 할까?

서초구 서초동 정 모(70)씨

“어머니, 전 집안 일 잘 못해요” 
시집와서 내리 딸만 셋을 낳아 시어머니에게 노골적으로 구박받아가며 살다 마흔이 돼서야  늦둥이 아들(현재 32세)을 얻었다. 시어머니는 그때부터 나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고 뒤늦게 얻은 아들은 온 가족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금지옥엽으로 자랐다. 

곱게 자란 아들이 스물여덟 살이 된 어느 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쁜 세 살 연하의 며느리 감을 데려왔다. 요즘은 늦게 결혼하는 아이들이 많아 걱정이 많았던지라 마음이 변하기 전에 서둘러 결혼을 시켰다.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 아파트도 한 채 마련해 예쁘게 인테리어까지 해주었다. 직장에 다니느라 바쁜 며느리를 위해 가끔 밑반찬을 만들어 들러보면 바빠서 그런지 집안은 어수선했지만 알콩달콩 사는 것 같아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한 해가 지난 후 아들은 처가 임신을 했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어머니가 돌봐주셔야 하니 자신들의 집은 세를 놓고 다세대 주택인 우리 집 아래층으로 이사를 오겠다고 했다. 외손자를  봐줬다가 고생했던 적이 있어 내키지는 않았지만 거절할 수도 없어 승낙했다. 

그때부터 나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다. 하루 종일 꼼짝 못하고 손녀 봐주는 것도 힘든데 종종 늦게 퇴근하는 아들·며느리의 저녁식사 준비까지 해야 하고, 가끔 아래층에 내려가 보면 집안은 엉망이었다. 밤에 손녀가 깨서 울어도 며느리가 아닌 아들이 일어나 돌보고, 대부분의 집안일도 아들이 하는 눈치였다. 보다 못해 청소와 빨래를 해주다 보니 은근히 화가 치밀어 며느리에게 “아무리 바빠도 아기에게 엄마만한 사람은 없다. 그리고 집안도 좀 치우고 살아라. 어떻게 그렇게 남편만 시키니?”라고 말하자, 며느님(?)께서 “어머니, 전 원래 집안 일 잘 못해요”라고 한다. 자식보다 예쁠 것만 같았던 며느리, 이제는 얄미울 때가 더 많으니 내 마음이 간사한 걸까? 그나저나 며느리가 둘째 손자를 또 임신했으니 이제 어찌한단 말인가. 

-서초구 양재동 신 모씨 (71)-

 명절 연휴 때면 긴~ 여행 떠나는 며느리

언젠가부터 자식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이 사라졌다. 셋이나 되는 며느리 중 한 명도 날 찾지 않는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삼형제의 가족들이 다 모여 왁자지껄 떠들며 윷놀이도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첫째와 둘째 며느리가 종교적인 문제로 차례를 거부하는 것까지는 참았다. 그래도 그때는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식혜나 떡국이라도 먹는 오붓함이 있었으니까. 그러다 막내며느리도 조심스레 명절 연휴 기간 동안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하기에 쿨 한 시어머니인척 호기를 부리며 푹 쉬고 오라고 용돈까지 챙겨준 것이 문제였다. 

한 번이 무섭지 그 다음은 예고조차 없었다. 추석이면 단풍여행, 설이면 스키여행, 여름휴가 때는 물놀이 여행까지 연휴가 길면 손자들 얼굴 못 보는 날이 길어만 졌다. 다른 집 며느리들은 혹시나 생길 떡고물 때문에라도 때 되면 빠끔히 얼굴을 비춘다는데 난 가진 재산이 없어서 그런 건지 며느리들이 도대체 어려워하질 않는다. 돈 없는 서러움, 남편 없는 서러움을 이렇게 겪을 줄은 몰랐다. 

명절이면 앞집 뒷집 친척들이 모여 깔깔대며 재미난 이야기 소리가 대문 밖으로 넘쳐 나는데 우리 집만 고요하다. 그래서 더 외롭고 적막하다. 성냥갑처럼 생긴 아파트에 갇혀 벽만 바라보는 명절이 정말 싫다. 명절이 길면 길수록 내 외로움도 길어진다. 혹시 하루라도 여유가 생기면 부름을 받을까 멀리로 여행을 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막내며느리가 여행을 다니기 전에는 떡도 빚고, 식혜도 담고, 잡채도 하고, 전도 부치고 해서 큰며느리, 둘째 며느리 왔을 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차려줄 수 있었는데 막내가 없자 일 차례가 돌아올까 두려워서인지 둘 다 발걸음을 뚝 끊었다. 

오랫동안 못 만났던 가족들이 얼굴 마주 하고 앉아 사는 얘기, 고민 얘기를 두런두런 주고받는 명절이 막내며느리에겐 그저 빨간 휴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평소에 보니까 별 문제 없지 않느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명절은 평소 모임과 달리 모이는 맛이 남다를  때가 아닌가.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우리 집의 옛 명절이 그립다! 
-강남구 일원동 김모씨(77)

자식이 차려 주는 명절상을 기대하면 욕심이라고?


며느리만 명절 증후군이 있는 것이 아니다. 벌써 4년째 명절이 돌아오는 것이 영 편치가 않다.
큰아들은 소위 기러기 아빠로 큰며느리가 손자 손녀를 데리고 4년 전에 미국으로 떠나고  아들만 한국에 남아 있다. 명절이 다가오면 작은 며느리와 함께 명절을 준비하곤 하는데 작은 며느리의 표정이 늘 좋지 않다. 명절에 딸네라도 오면 최씨는 작은 며느리의 눈치를 보느라 더욱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연중 집안 대소사에 작은 며느리가 큰 며느리 몫까지 대신 일하느라 작은 며느리 입장에선 좋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 나이도 고만고만한데 미국서 편하게 지내며 애들 교육시키는 동서가 왜 부럽지 않겠는가.  

그것도 그렇고 제 식구도 없이 명절에 혼자 오는 큰 아들 보는 것도 결코 반갑지 않다. 부모한테 면목이 없어서 그런지, 제수한테 미안해서 그런지, 말도 없고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보면 남편 뜻을 어기고 애들 유학시킨다고 무리해서 가버린 큰 며느리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러면서도 가끔 명절에 큰 아들이 미국에 갈 때는 이상하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이번 설에는 작은 아들이 제 식구들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통보를 해왔다. 아마 제 처를 이번 명절에 편하게 해주려는 눈치다. 허락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아주 당당하게 통보하는 작은 아들에게 큰 아들 일도 있고 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래저래 며느리가 둘씩이나 있어도 이번 명절은 온전히 내 차지가 되고 말았다. 남편에게 푸념을 했더니 자식들도 오지 않는데 명절이고 뭐고 다 그만두라면서 화를 낸다. 

하지만 가족이 모이는 것이 명절이라면 두 아들도 각각 제 식구랑 재미있게 지내면 그게 명절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야겠다. 그렇지 않고 아이들 어렸을 때처럼 죄다 품안에 끼고 보내는 명절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욕심이란 생각도 든다.
 삼성동 최모씨 7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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