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앙코르와트

신비의 미소를 머금은 앙코르와트

인간이 만들어낸 불가사의를 체험하다

지역내일 2011-03-14 (수정 2011-03-14 오후 1:01:13)

하노이 뷔페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4시쯤 캄보디아를 향해 출발한 우리 일행은 1시간 반 만에 씨엠립(Siem Reap)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 습하고 뜨거운 열기가 강하게 밀려왔다. 비자 문제로 20여 분간 지체하다 걸치고 있던 카디건을 벗고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차림으로 공항을 빠져 나왔다.




숲속의 앙코르와트, 세상 밖으로 나오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심에 있는 캄보디아는 라오스, 태국, 베트남과 국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국토의 75% 이상이 울창하고 광활한 산림으로 뒤덮여 있다. 1차 산업인 농, 어업 외에 제조업과 건설업 등 대부분의 산업이 매우 열악하여 석유, 전기, 기계를 비롯해 담배, 커피, 의류와 같은 생필품과 의약품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알고 있었지만 바깥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앙코르와트 왕조의 자취는 1860년 프랑스의 식물학자이자 탐험가였던 ''앙리 마우''에 의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앙코르 유적들은 수도 프놈펜과 씨엠립을 필두로 약 1,000여 개에 이르며 크고 작은 사원의 모습으로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다. 역대 왕들은 자신의 위대함을 후세에 기리기 위해 경쟁하듯이 사원을 건설했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크메르왕국의 유적을 탐방하기 위해 일찍부터 서둘렀다. 오후가 되면 더위가 기승을 부려 관광이 어려워진다는 가이드의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 지점에서 ''툭툭이''(오토바이 택시)로 갈아탄 우리 일행은 우선 67m의 높은 언덕에 있는 프놈 바켕 사원에 들렀다. 가파른 돌계단을 두 손 두 발로 짚으며 기다시피 정상에 올라가니 앙코르와트의 다섯 개 탑들이 훤히 내려다 보였다.




거대한 도시 앙코르톰
다시 ''툭툭이''를 타고 앙코르톰으로 이동해 입구에서 달러로 입장권을 구매하고 남문으로 갔다. 이 나라에서는 자국 화폐인 리엘(Riel)보다는 달러를 더 신뢰하고 있었다. 호텔과 식당은 물론 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도 "원 달러"를 외쳐댔다. 하루 평균 만 오천 여명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이곳에는 이른 시각인데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혼잡했다.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인들은 물론 미국과 유럽인들도 눈에 띄었다. ''거대한 도시''라는 뜻의 앙코르톰은 총 다섯 개의 출입문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복구가 잘 돼있다는 남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바이욘 사원, 피미나카스 신전, 바푸온 사원, 코끼리 테라스, 문둥왕 테라스, 구 왕궁 등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원추형의 모자를 쓴 신과 투구를 쓰고 있는 악마가 머리 일곱 개인 ''나가''라는 뱀을 잡고 줄다리기 하는 모습들이 나열돼 있었다.
바이욘 사원에는 54개 탑에 200여개의 부처님 얼굴이 조각돼 있는데 이는 보는 사람의 각도와 빛의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 더욱 신기한 것은 크기와 형태가 서로 다른 20만개가 넘는 바위들을 마치 퍼즐을 맞추듯 섬세하게 끼워 넣어 완성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사용된 돌들은 사암(모래가 굳어진 돌)으로, 부근에는 산이 없어 먼 지역에서 채석한 커다란 사암에 구멍을 뚫어 코끼리 등을 이용해 이곳까지 운반해 왔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엄청난 양의 돌들을 움직였다는 사실도 믿어지지 않는데 거기에 부조와 얼굴을 새기고 신화와 업적을 그려 넣는 놀라운 기법까지 도입했다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영화 ''툼 레이더''의 배경이 된 타프롬 사원
앙코르톰 건설 이전에 만들어졌다는 바푸온 사원(힌두사원)에 올랐다. 그 사원은 높은 기단에 하나의 신전만 세운 탑산 모양을 하고 있었다. 또 바푸온 사원에서 문둥왕 테라스까지 무려 300미터에 달하는 코끼리 테라스는 평소에는 왕의 정원으로 사용되고, 국가 공식행사나 군대 사열, 외국사신 영접 시에는 수많은 군중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3단층으로 구성된 파카니스 신전은 하늘 위의 궁전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사원의 꼭대기에 이르니 바푸온 사원의 웅장한 모습이 한 눈에 보였다. 문둥왕 테라스는 이곳 상단에 자리 잡고 있는 문둥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타프롬 사원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영화 ''툼 레이더''의 배경으로 더욱 유명세를 탄 곳이다. 하지만 다른 유적지와는 달리 전혀 복구가 되지 않은 채 방치된 느낌이었다. 이는 석조건물 사이를 열대무화과 스펑나무 뿌리가 비집고 들어와 복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라고. 사원 곳곳에 거대한 뿌리와 건물들이 뒤엉켜 있어 기괴하고 흉물스러웠다.




압살라 춤과 외국인거리의 노천카페
마지막으로 위대한 건축물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앙코르와트 내부를 구경하면서 대체적으로 힘들고 난코스가 많았던 앙코르 관광을 마쳤다. 땡볕과 영상 35도에 육박하는 더위 때문에 관광도 고역이었다. 더위와 허기에 지친 우리는 다시 ''툭툭이''를 타고 한국식당으로 달려갔다.
그날의 만찬인 무공해 야채와 쌈밥, 된장찌개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오후 4시경 한국인이 경영하는 마사지 센터에서 전신마사지를 받았다.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듯 했다. 저녁에는 한 뷔페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캄보디아 전통무용인 압살라 춤을 관람했다. 느리면서도 섬세한 움직임 하나하나에는 뜻이 담겨 있으며, 이 춤은 힌두교의 전설에서 내용을 따온 것이 많다고 한다. 늦은 시각, 씨엠립 밤거리를 거닐었다. 세계적인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촬영차 왔다가 들러서 유명해졌다는 식당이 있는 거리였다. 외국인을 위한 곳이어서 치안이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우리는 한 노천카페에 둘러앉아 생음악도 듣고 맥주도 마시며 깊어가는 타국의 밤을 만끽했다.




킬링필드 현장을 가다
이튿날, 앙코르 유적 서쪽에 자리한 ''작은 킬링필드(죽음의 들)''라고 불리는 ''왓트마이''를 방문했다. 킬링필드 대학살 당시 씨엠립과 유적지 인근에서 학살된 사람들의 해골을 모아놓은 사원이다.
1975년 폴 포트가 이끈 크메르 루주 정권이 집권한 후 4년 동안 150만 명 이상의 캄보디아인이 학살되었다. 대부분의 지식인과 기술자가 무참히 죽임을 당했는데 이것이 후에 ''킬링필드''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그곳에서 발굴한 유령탑은 수도 프놈펜에 있지만 이곳에 사원을 지으면서 인근에서 발견된 희생자 유골을 모셔왔다고 한다.
탑의 앞면에는 두상으로만 된 유골들이 쌓여있고, 뒷면에는 발목과 손목들의 유골이 진열돼 있었다. 10여분을 달려 바라이호수로 갔다. 이 호수는 앙코르 시대에 만들어졌던 저수지 중 유일하게 물이 남아있으며, 오늘날까지 관계수로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말이면 캄보디아인들이 수영을 즐기는 등 유원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가 탄 버스가 도착하니 예닐곱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이 조악한 공예품을 들고 몰려왔다.
아이들은 "사모님~예뻐요. 원달러에 5개~ 나 오늘 못 팔았어요"하면서 졸졸 따라 다녔다. ''한국에서는 학교에 있을 시간인데···''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느라 호수는 보는 둥 마는 둥 정신이 없었다. 그 앞의 야채시장에 들렀다. 과일과 생선 등 먹을거리를 파는 곳이었는데 생선위에는 파리 떼가 앉아있었고, 음식 썩는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들만의 세상, 선상가옥
오후에는 씨엠립 남쪽에 있는 톤레삽 호수를 관광했다. 바다라고 착각할 만큼 넒은 황토 빛의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누런 황토색 물이 더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물 자체가 황토물인 메콩강이 유입된 것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고, 수상촌 사람들이 내다버리는 오물들도 섞이긴 하지만 워낙 수량이 풍부해서 그 정도는 희석돼 수질도 좋은 편이라고 했다.
선착장에서 작은 유람선을 탄 우리 일행은 물위에 떠있는 선상가옥을 바라보며 달렸다. 톤레삽의 삶은 가난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학교, 슈퍼마켓, 보트 수리센터, 철물점, 배터리 충전소, 당구장, 교회 등. 전기가 공급되지는 않지만 자동차 배터리를 매일 충전해 불을 밝히고 텔레비전도 본다고 한다. 창가엔 화분이 놓여있었고 호숫가에서 강아지를 목욕시키는 아낙네, 그리고 집집마다 주소가 있어 우편배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람선을 줄기차게 쫓아오면서 구걸하는 가족도 있었다. 어떤 꼬마는 어른 팔뚝만한 뱀을 목에 걸고 묘기를 보여준 다음 "원달러~"를 요구했다. 톤레삽 호수를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친 우리 일행은 이른 저녁을 먹고 서울행 밤 비행기에 올랐다. 곳곳에서 만난 눈망울이 예쁜 천진한 어린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아! 이래서 안젤리나 졸리는 두 명의 캄보디아 아이를 입양했던 것이구나''라는 생각에 잠기다보니 어느새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TIP/ 캄보디아 여행정보

-시차 : 한국보다 2시간 느리다.
-기후 : 열대몬순기후로 여름 평균 32도, 겨울 평균 25도(12월~2월이 여행 최적기이며, 3월~5월은 피하는 것이 좋다)
-화폐 : 캄보디아 리엘(Riel), 미화 1불 = 4,000 Riel 내외, 태국 바트나 미국 달러도 잘 통용된다.
-종족 : 80%가 크메르인, 20%는 베트남, 화교 등 ?
-전기 : 220볼트, 50헤르츠
-비자 :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온 관광객이라면 캄보디아 국경에서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으며 프놈펜과 시엠립 공항에 도착한 후에도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하며 비자의 유효기간은 30일이다. 비자는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에서도 사전에 발급 받을 수 있다.
-주의사항 : 햇볕이 강하기 때문에 모자, 선글라스, 선크림은 필수이다. 물은 반드시 생수를 사먹는 것이 좋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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