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호스피스 완화의학과 염창환 교수

가슴 따뜻한 의사가 전하는 행복 메시지

지역내일 2011-03-14 (수정 2011-03-14 오전 10:35:41)

죽음이 행복할 수 있을까. 물론 죽음이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죽음이기 때문에 두렵고 슬프다. 그래서 자칫 죽음과 행복은 상충된 개념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 행복한 죽음을 노래하는 의사가 있다.
유명인사부터 노숙자까지 대한민국에서 살다간 2000여 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 염창환 교수. 고 장진영 배우의 주치의로도 유명세를 탔던 그가 얼마 전『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말기 암환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노래한다. 또한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드라마가 해피엔딩이 될지 새드엔딩이 될지 결정된다"고 말한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임종을 지켜본 국내 1호 완화의학과 염창환 교수. 그이라면 현대인들에게 세상을 어떻게 살아 가야할지,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길은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을 대표하는 호스피스 전문의
얼마 전까지 그는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의 의사로 재직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하게 여겨지는 ''호스피스 완화의학과''는 말기 암환자가 편안하게 임종할 수 있도록 통증을 비롯한 다양한 증상을 조절 해주고 더불어 정신적, 사회적 치료까지 해주는 의료의 한 분야이다.
호스피스센터에서 그가 만난 대부분의 환자는 암환자였다. 그리고 그중 반 이상은 암과의 사투에서 끝내 암을 이기지 못하고 삶의 종착역으로 가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었다.
"제가 하는 일은 그들의 마지막 여행이 힘들지 않도록 가능한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었어요."
그는 "생의 종착역을 앞둔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그리 거창하거나 화려하지 않다"며 "어제보다 수월하게 숨쉬고, 못 먹었던 보리차 한 모금을 달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희망을 발견하고 행복해 한다"고 말한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길
그가 기억하는 죽음 중에는 무척이나 안타까운 죽음이 있다. 40대 초반에 자궁경부암에 걸린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이십대 초반에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해주겠다고 약속하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고, 아이를 낳아 생활전선에서 치열한 삶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암 진단을 받았고 치료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악화되자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이 모두 남편이라며 죽는 순간까지 남편을 원망하다가 삶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떠나고 말았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분노로 일관하던 한 여인의 죽음을 통해 우리는 삶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감해야 할지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자신을 위한 일뿐 아니라 남을 위한 일들을 죽기 전에 꼭 하기를 당부한다. 그것이 곧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길이란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정리하지 못한 일이나 후회하는 일이 많을수록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는 법,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내일이었다"는 사실을 되뇌이며 오늘 하루를 소중하고 가치 있게 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늘 환자의 곁을 지킨다고 해서 ''지킬박사''라는 별명을 얻은 염창환 교수. 그가 환자의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그리고 그들의 편안한 마지막을 위해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이다. 아들이 신부가 되는 걸 보는 것이 꿈이었던 한 어머니를 위해 수많은 의료장비를 챙겨 캄보디아행을 강행하고, 호흡조차 힘겨운 암환자와 그 가족들의 이별여행에 동행하는 의사. 마라톤으로 암을 극복하던 폐암환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번도 마라톤 풀코스를 달려보지 않았던 의사가 마라톤 완주를 성공적으로 마친 일화 등 그의 책을 읽다 보면 환자의 남은 행복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마음 따뜻한 의술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한 건 때론 뛰어난 수술이나 좋은 약이 아니더라도 환자의 손을 한 번 더 잡아주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더 좋은 치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환자가 스승이라고 말하는 진정한 의술인
그는 인턴이 되기 전 극빈층 사람들을 치료하는 성가복지병원에서 두 달간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너무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는 것을 본 후 호스피스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고, 그후 ''호스피스 완화의학''이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환자들이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도와왔다.
의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는 염창환 교수는 비록 처음엔 죽는 사람들을 매일 보는 것이 우울한 일이었지만 환자와 그들의 가족들을 통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배웠으며, 환자들을 통해 자신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근황을 묻는 말에 얼마 전 압구정동에 ''염창환 가정의학과의원''을 열었다고 살짝 귀띔하는 염 교수. 앞으로 림프부종과 비타민 치료 등 보다 폭넓은 차원의 치료를 위해 개인병원을 열었다고 개원 계기를 말한다. 새롭게 시작한 병원에서 행복한 진료를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덜 고통스럽고, 더 행복해지기를 고대해 본다.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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