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국민은행연구소 연구위원
얼마 전 대학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있었다. 술자리 화제가 언제나 그렇듯이 회사이야기에서 정치문제·사회문제 할 것 없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으레 그렇듯이'재테크'로 흘렀다. 그런데 재테크 방법을 놓고 친구들간에 열띤'토론'이 벌어졌다. 친구들마다 재테크방법이'각양각색'인 탓이었다. 은행의 예·적금처럼 안정적인 저축상품에만 돈을 묻어두는 친구가 있는 반면 자산의 대부분을 주식과 펀드로 굴리고 있는 친구도 있었다. 또 다른 친구에게 재테크의 '믿는 도끼'는 '부동산'이었다. 뭐니뭐니해도 부동산만한 재테크가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빨리 오르지 않더라도 언젠가는'목돈'이 된다는 확신이 있단다.
그 날의 토론은 재테크 방법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 긴 시간의 토론치고는 '싱거운 결론'일지 모른다. 하지만 재테크의 세계에서 누구에게나 만능이고 최고인 절대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재테크는 '십인십색(十人十色)'이다. 연령이나 직업, 투자성향 등에 따라 재테크방법은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테크에 답은 없다
그러나 재테크방법을 고민할 때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투자성향'이 아닐까 싶다.'투자성향'은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위험수준이다.'위험'에 대한 내성이나 감수성(Risk Tolerance)을 의미하는 것으로 투자성향에 따라 재테크방법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기 마련이다. 예컨대, 위험기피 성향이 강한 사람은 예·적금 같은 저축상품을 주로 이용하고,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높은 위험도 마다 않는 사람은 주식을 선호한다.
평생 주식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안전한 예·적금에만 돈을 묻어 두던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사람이 '주식이 대세'라는 말에 솔깃해서 전 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다고 하자. 조금만 주가가 떨어져도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투자손실에 속이 쓰려서 불면증에 시달리게 될지 모른다. 이런 사람이라면 애당초 주식투자보다는 예금이나 적금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거꾸로 저축으로 조금씩 자산을 늘리는 것은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공격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런데 고금리 예금상품을 '특판'한다는 은행직원의 말에 혹해 덜컥 3년 만기상품에 가입했다고 하자. 과연 무사히 만기를 채울 수 있을까? 이런 사람은 결코 저축상품에 오래 돈을 묻어두기 어렵다.
이처럼 본인의 투자성향을 감안하지 않은 거꾸로 가는 재테크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추어 재테크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들마다 재테크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무턱대고 따라 한다. 지난 몇 년 사이 재테크시장에서는 해마다 유행한 재테크방법이 달랐다. 2006년에는 '시중자금의 블랙홀'이라고 할 만큼 CMA로 자금의 대이동이 이루어졌다. 또 2007년 재테크 시장은 '묻지마 투자'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펀드·변액보험 등의 '간접투자상품'이 바람몰이를 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면서 예·적금 등 '안정성'이 높은 은행상품으로 자금이 쏠렸다. 그리고 2010년에는 주식시장이 활황을 연출하자 '직접투자'로 재테크의 방향을 전환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해마다 유행하는 재테크방법이 달라지는 것은 자신의 투자성향에 대한 고려 없이 그때그때 수익률이나 시장상황, 대중을 따라 움직이는'따라쟁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시류에 쓸리는 재테크, 과연?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패(百戰不敗)"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말은 재테크에서도 진리다. 단, 재테크에서는 '지피(知彼)'보다 '지기(知己)'에 무게중심을 실어야 한다.
그런데 자기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재테크에 앞서 자신의 투자성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재테크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투자성향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내 몸에 꼭 맞는 재테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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