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고등학교가 지난 1월 28일 제주 한라대학교에서 열린 제2회 전국 청소년 토론대회에서 국어 부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대상)과 지도교사상, 영어 부문 제주교육감상(동상)을 수상하는 영광스런 성과를 거두었다.
올해 두 번째로 치러진 전국 청소년 토론대회는 사단법인 세계화교육재단이 주최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하는 공식적인 행사로 각 지역 교육청별 예선을 거쳐 본선에서 최고의 토론 실력을 겨루었다.
초·중·고등부로 나누어 각각 국어와 영어 두 부문으로 진행된 본 대회에는 서울에서 반원초등학교(서초구), 대청중학교(강남구), 세종고등학교(강남구)가 각각 본선에 올랐고 세종고가 국어와 영어 부문에서 각각 대상과 동상, 대청중이 국어와 영어 부문 모두 동상을 수상했다. 대상을 수상한 학교에는 지도교사상도 함께 수여했다. 지도교사상을 수상한 서울세종고의 김유동 교사를 만나 본 토론대회의 성격과 진행과정 및 세종고의 토론대회 준비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공교육 활성화를 통해 글로벌 창의인재 육성
교과부장관배 전국 청소년 토론대회는 청소년들에게 깊이 있는 사고와 토론능력을 함양할 기회를 제공해 미래사회의 인재상인 글로벌 창의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준비되었다. 기존의 각종 토론대회가 입시용 사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는 데 반해 전국 청소년 토론대회는 공교육 활성화를 통해 토론대회의 본질을 살리고 있다.
이번 제2회 대회는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서 선발된 대표학생들이 국어와 영어 토론으로 나누어 참가했고, 두 팀이 찬반양론하는 대립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16강과 8강의 주제는 본선 대회 7일 전에 청소년 토론대회 웹사이트(www.debatekorea.org)를 통해 공지했고 준결승 및 결승 주제는 본선대회 당일 경기 45분 전에 공지했다. 토론시간은 매치당 21분이었고, 찬성·반대 발제-작전타임-찬성·반대 논박-작전타임-찬성·반대 검증 및 정리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심사위원은 부문별로 과목별 교사와 관련학과 교수 등 3인으로 구성되었고, 주장의 명확성, 논거의 타당성, 언변의 수준, 용어의 정확성, 태도의 적절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가 이루어졌다.
영광의 대상은 지도교사와 학생들이 한마음으로 이루어낸 결실
세종고 김유동 교사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토론연수를 수료한 후, 2년 전부터 30여명의 교내 토론 동아리를 결성해 운영해 왔다. 또한 연세대 토론팀(YDT) 학생들이 세종고 토론 동아리와 방과 후 학교 토론반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실력을 닦은 학생들 중에서 학교 대표팀을 선발했다.
서울시 교육청 예선에서 서울 대표팀으로 선발된 세종고는 본선 대회를 한 달 앞둔 12월 말부터 일주일에 세 번씩 학교에 나와 2~3시간씩 모의토론 연습을 지속했다. 본선 7일 전에 미리 공지된 8강까지의 논제인 ‘통큰치킨의 판매를 막아서는 안 된다’에 대해 찬·반 양측의 입장을 착실히 준비한 세종고팀은 본선에서 어렵지 않게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준결승과 결승의 논제는 매치 45분 전에 공지되고 팀별로 자료조사용 컴퓨터 한 대만 주어지므로 팀의 탄탄한 실력과 협동심이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세종고의 대상 수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2년간의 탄탄한 준비와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지도교사가 한마음이 되어 열심히 준비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협동과 배려를 통해 성취감을 맛본 잊지 못할 경험
교과부장관상(대상)을 수상한 국어팀은 신상철(2학년), 박소윤(2학년), 김수완(1학년) 학생이며, 제주교육감상(동상)을 수상한 영어팀은 백세열(2학년), 전민주(2학년), 편민지(1학년) 학생이다. 수상한 학생들은 “이처럼 삶의 큰 희열을 맛본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던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참석경비를 지원하는 등 학교 차원의 지원도 아끼지 않아 학생들은 더 큰 감동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김유동 교사는 “앞으로 상위권 대학의 수시 전형에서 면접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학생들의 토론대회 경험은 입시 면접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또한 본 대회는 공교육에서 실시하는 전국단위의 유일한 토론대회인 만큼 수상경력은 입시에서 자기소개서나 비교과 서류 등으로 충분히 그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생활 속의 토론 실천으로 토론문화 정착시켜야
김유동 교사는 토론지도를 할 때 ‘경청’에 가장 중점을 두고 가르친다. 토론 수업의 처음 10시간 정도를 경청하는 방법에 할애할 정도다. 김 교사는 “토론은 남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인정하는 것이다. 토론대회에서 점수 비중이 가장 큰 부분이 반박인데 상대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반박이나 비판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대회를 지도하면서 김 교사는 학부모들로부터 “아이들이 집에서 부모의 말과 행동에 대해 논리적으로 비판할 때가 많아졌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배운 것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학생들이 토론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생활 속에 적용하다보면 이에 대해 간혹 보수적인 기성세대들은 ‘건방지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학생들은 이 말에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세계 어디에서나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에 토론문화가 정착되어야할 것이고 기성세대들의 열린 마음도 필요할 것이다.
도움말 세종고등학교 김유동 교사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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