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의제21 환경실천전문봉사단 단장 맹정술씨

황혼을 꽃처럼 아름답게 색칠하는 남자

지역내일 2011-02-28

한 사람의 인생을 놓고 볼 때 잘 산 인생이란 어떤 인생일까. 왕성한 청년기를 잘 보냈지만  말년이 아름답지 못하다면 그를 두고 잘 산 인생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일이든 인생이든 마무리가 중요하다. 치열했던 젊은 날을 뒤로 하고 인생 황혼기를 의미 있게 보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는 아름다운 노년을 가꾸고 인생을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입춘이 지났음에도 아직 외투 깃을 세워야할 만큼 얼음처럼 차가운 2월의 어느 날, 자칫 초라하고 무기력해질 수 있는 노년의 황혼녘을 의미 있는 봉사를 통해 짙푸른 나무와 꽃처럼 활기차고 아름답게 가꾸는 노신사를 만났다. 맹정술(73세) 서초의제21 환경실천전문 봉사단 단장이 바로 그이다. 알고 보니 그는 1960~1970년대 핸드볼계를 주름잡던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였다. 혈기왕성했던 지난 반세기를 핸드볼에 인생을 걸었다면 은퇴 후의 삶은 봉사에 인생을 건 남자, 그가 바로 맹정술이다.

스포츠맨에서 봉사자로 변신
그는 성균관대학교 법정대학에서 법률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다닐 때까지도 부모님의 바람처럼 법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 핸드볼 팀에 스카우트되면서 그의 인생은 법관의 길이 아닌 핸드볼 선수로 바뀌었다. 고시공부를 준비하던 그가 뜻하지 않게 핸드볼 코치가 되고 좋은 성과에 힘입어 핸드볼 실업팀 감독으로 변신하며 유명세를 탔다. 1978년에는 정부의 문화교류를 위해 핸드볼 지도자로 쿠웨이트까지 가게 되었다. 갑작스런 걸프전으로 그는 15년 만에 쿠웨이트에서 가족들과 구사일생으로 난민이 되어 돌아왔다. 그 당시 한국엔 그가 거쳐할 집 한 칸 없었다. 하지만 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재기에 성공했고 대한핸드볼협회 사무국장까지 역임했다. 그리고 1999년 일본 도쿄 오사키전기 핸드볼 남자팀 감독으로 전성기를 누리다 은퇴했다. 그때 나이 예순두 살,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었다.


일본에서 귀국 후 가족들은 그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가톨릭에 귀의할 것을 권유했다. 아내와 딸의 권유에 못 이겨 세례를 받았고, 세례 받은 다음 날부터 ‘레지오 마리아’라는 봉사단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강남의 한 의료원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4년여 동안했으며 최근에는 장애인시설을 찾아가 사랑의 봉사를 펼치고 있다. 

봉사는 사랑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성경에 나오는 이 말씀이 나를 움직이게 했고, 지금까지도 봉사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교훈입니다."


그는 한마디로 ‘봉사는 사랑이다’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말로 하는 사랑이 아닌 몸으로 직접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랑을 의미한다.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 마지막 가는 이들을 지킨 슬픈 기억들을 녹일 수 있었던 힘도 사랑이었다.


호스피스 봉사에 이어 그는 반포4동 경로당에서 무료공부방 선생을 했다. 그곳에서 그는 5년여 동안 초등생 대상으로 서예, 미술, 영어 3과목을 가르쳤다. 소위 요즘 말하는 재능기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어려서 훈장이었던 조부모에게 엄격하게 한문교육을 받았던 경험으로 서예를 가르쳤고, 재능을 살려 미술까지 가르쳤다. 그리고 쿠웨이트에서 핸드볼 지도자 생활을 할 정도의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영어선생까지 할 수 있었다.


몸소 실천하는 환경지킴이로 변신
그는 현재 서초구 서초의제21 환경실천전문봉사단의 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환경실천전문봉사단은 다양한 환경보전 실천사업을 추진하며 시민들의 생활양식을 환경친화적으로 유도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 환경지킴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초, 중, 고생과 기업체 직원 등을 대상으로 기후온난화로 인해 일어나는 여러 가지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방안을 일주일에 2~3번 강의를 하고 양재천 문화공원으로 나가 쓰레기를 줍고, 이산화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넝쿨 식물을 뿌리째 뽑으며 몸소 환경지킴이로 거듭 나고 있다. 그뿐인가. 도시 어린이들에게 수생식물과 물고기 등 살아있는 양재천의 생태계를 보여주고 설명하는 생태해설가로도 활약 중이다. 이외에도 반포종합운동장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줍고, 반포동 서원초등학교 앞 등하교길 교통안내와 학교 안 감시 등을 하는 솜송이 선생으로도 활동 중이다.

우리 시대 진정한 봉사챔피언
서초구자원봉사센터에서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2011년 2월 16일까지 그의 총 봉사시간은 1662시간 40분이라고 한다. 그것도 다른 곳에서 봉사한 것을 뺀 서초구에서만 활동한 봉사시간만 이 정도라니…. 2009년도 서초구에서는 그의 다양한 봉사이력과 열정적인 봉사에 감명을 받아 그에게 봉사대상과 봉사왕 두 가지 상을 수여했다.


봉사를 한창 하던 시절, 그는 위의 3분 2를 잘라내는 절제수술을 받았고 퇴원해서 복대를 감은 채 봉사에 나간 적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야말로 우리 시대 진정한 봉사 챔피언이 아닐까 싶다.


“제 봉사의 뿌리는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자비롭게 나누고 베푸는 삶을 실천했던 분입니다. 제게 ‘남의 눈에 꽃이 되고 잎이 되라’고 말씀하셨지요.”


젊은 날엔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으로 핸드볼과 인생을 함께 했던 스포츠맨 맹정술씨.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유전이 노년에 더욱 빛이 나는 것은 그가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소명의식으로 아흔까지 봉사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 아닐까.


김지영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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