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에 피어난 사랑이야기, 상하이

지역내일 2011-02-14 (수정 2011-02-14 오후 1:55:53)

존 쿠삭, 주윤발, 공리, 와타나베 켄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한꺼번에 출연한 영화 ‘상하이’. 각자가 한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손색이 없을 대형 스타들이 모였다고 하니 귀가 솔깃하다. 시대적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무렵의 상하이이며 장르는 미스터리 멜로이다. 대략 전쟁으로 인해 상처받는 연인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당시 상하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이고 그 시절 먹고 먹히는 세계정세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각축장이다 보니 때리고 부수고 온갖 험한 짓을 마다않는 인디아나 존스부터 많은 영화의 주인공들이 거쳐 간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스펙터클한 볼거리가 널려 있는 이곳 상하이에 사랑인들 없었겠는가.

전쟁 속에 피어난 감동 없는(?) 사랑이야기
2차 대전 직전의 상하이는 음침하면서도 화려한 ‘동양의 파리’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다. 이곳이라면 가슴 절절한 사랑, 끈끈한 의리, 피도 눈물도 없는 배신, 나라를 향한 뜨거운 열정, 그 어느 것 하나 어울리지 않을 것이 없을 듯하다. 역시 수많은 소설과 영화, 그리고 만화의 주요 무대가 될 만한 곳이다.
우리나라도 그랬듯이 영화의 배경이 된 그 시절 상하이는 유일하게 일본에게 점령당하지 않은 중국 저항군의 본거지였다. 세계열강들은 마치 자기나라인양 상하이를 나눠 구역을 정한 후, 동태를 살피며 속으로만 으르렁 대고 있으니 부글부글 용광로 위에 세운 도시처럼 위험하기만 하다. 당연히 온갖 스파이, 첩보원들이 난립하게 되고, 미 정보부 요원 폴(존 쿠삭) 역시 그들 중 하나가 되어 상하이에 도착한다. 친구 커너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일본군의 음모에 한발 한발 다가서는 그에게 또 다른 미션이 던져진다. ‘전쟁 속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의 완수이다. 다소 늙었지만 여전히 섹시함을 자랑하는 공리가 맡은 중국 저항군 애나와의 어색하면서도 동감할 수 없는 러브스토리이다.
어찌되었건 준비에서부터 제작까지 7년이라는 시간을 공들였으며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 출동했으니 중도에 그만둘 수는 없는 일, 이 둘의 어색한 사랑이야기는 계속된다. 친구 커너의 죽음과 그의 일본인 정부 실종사건이 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서로 얽히고설키게 만들지만 관객들은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갖는 애정을 확인해볼 길이 없다.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 인물들의 군상을 볼 뿐이다.

왜 이들의 사랑이 어색한 것일까
일본군에 의해 처형된 저항군 아버지를 둔 애나(공리)는 중국 삼합회 두목 앤소니(주윤발)와의 결혼으로 안전을 보장받으며 남몰래 저항군 활동을 계속한다. 폴 역시 눈치 9단의 정보원이다 보니 애나의 활동을 한눈에 꿰뚫어 본다. 눈치껏 애나를 도와주기는 하나 이 남자의 마음이 그 여자에게 완전히 가있다는 정황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영화의 종반부에 벌어지는 총격전을 통해 정부들과 어울리며 부도덕하게만 보였던 앤소니(주윤발)에게서 안타까운 로맨스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그동안 폴을 압박하며 앤소니만큼이나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던 일본 정보부 수장 다나카(와타나베 켄)의 집요한 추적 이유까지 드러나자 둘 사이의 로맨스는 더욱 묻히고 만다.
상하이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다. 끝까지 관객들로 하여금 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고 싶은 감독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포기하지 못했고 결국 멜로는 빛을 잃는다. 하지만 감독은 어떻게든 빛을 잃은 멜로를 다시 되살리고자 영화 막바지에 주요 인물들을 최고의 로맨티스트들로 둔갑시킨다.
그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잘 살아오던 이들이 갑자기 사랑에 목숨을 걸게 되고 서로의 러브스토리를 위해 피와 눈물을 흘린다. 몇 년 전 보았던 영화 모던보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조난실(김혜수)의 죽음 이후, 인생을 바꾼 이해명(박해일)이 ‘상하이’에는 세 명이나 되다 보니 감동도 동의도 반감할 수밖에…….

박수진리포터 icoco1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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