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보람을 찾는 영어사절단 설옥순 회장

인생 2막은 준비한 자에게만 열린다

지역내일 2011-01-31
오늘날은 인생을 1막으로 끝내기에 너무 길다. 하지만 2막의 시작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기쁨과 행복을 위해 용기 있게 미래를 준비한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래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특유의 빛이 난다. 자부심과 야망의 빛이 아닌, 행복과 배려, 나눔의 큰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며느리로, 아내로, 엄마로 살며 웃음과 용기를 잃지 않고 배움과 봉사의 삶을 용기 있게 지켜나갔던 설옥순 영어사절단(이하 영사단)회장. 어느 덧 직함만 6~7개가 되었다. 고통과 좌절까지도 자극으로 알고 긍정적으로 견뎌내니 모든 것이 인생의 소중한 재산이 되었다는 설옥순 회장. 인생 2막을 꿈꾸는 주부들을 대신해 설 회장의 달고 쓴 인생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시부모님과 함께 살며 자아 찾기
설옥순 회장의 결혼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막내 며느리였지만 시부모님을 모셔야 했고, 인문학을 전공한 남편은 보수적인 성향인 강한 사람이었다. 밝고 사교적인 성격의 설 회장과 달리 시댁 분위기는 정적이고, 단정하고, 반듯했다. 그래서 설 회장의 직함은 늘 며느리, 아내, 엄마였다. 물론 잘 해냈다. 그러나 아이들의 학년이 높아지면서 엄마의 역할도 순조롭지 않았다.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잔소리가 쏟아져 나와 집안 분위기를 망가뜨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내가 배우자”였다. 아이들에게 잔소리만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이 싫었던 것이 용기의 방아쇠를 당긴 이유가 됐다. 아이들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에 다니던 중 강남구 여성능력개발센터의 저렴하고 실속 있는 영어 강좌를 찾아낸 것도 결심에 불을 붙인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영어 공부가 석사 과정, 박사 과정으로까지 이어졌다. 학부 때는 알지 못 했던 배움의 재미에 흠뻑 빠져 도저히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석사 과정까지 긍정적으로 지원해 주시던 시부모님들도 박사과정에선 난감해 하셨다. 그 정도면 배움은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는데 늦바람이 더 뜨겁다고 불붙은 향학열은 무엇으로도 잠재울 수 없었다. 시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집안일을 더욱 열심히 했고, 남편과 아이들 챙기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긍정의 눈으로 보면 세상 모든 것이 자극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시선에 설 회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걱정하시는 시부모님 덕에 빈틈없는 주부가 되었고, 늦은 학생이라는 선입견을 주지 않으려고 열심히 공부해 학점을 잘 받자 아들 둘이 저절로 엄마에게 지지 않으려 공부했고, 젊은 대학생들과 어울리다 보니 아들들 보다 유행어나 은어를 더 잘 알아 대화가 단절될 일이 없었다. 또 새로운 지식이 날로 늘어나니 남편 앞에서 무식하다고 기죽을 일이 없었다. 힘든 만큼 이겨낸 후의 열매가 몇 십 배로 달게 다가왔던 것이다. 

세상에 대한 감사의 눈이 떠지자 영어를 통한 봉사의 길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보람을 찾는 영어 사절단’ 여성능력개발센터의 제1호 동아리였다. 정기적으로는 도산공원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학생들에게 안창호 선생에 대해 영어로 설명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영사단의 활동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영사단의 노하우를 활용하고자 하는 분들도 생겨났다. 한미 친선을 위한 평화 마라톤 대회 통역자원봉사도 그렇게 이루어진 일이고, 세계여성학 대회 통역자원봉사활동, 세계 의상 패션쇼, 얼마 전 끝난 G20에까지 영사단의 활동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번역학회 이사, 강남구 민주평통사무총장, 서울시 강남구여행포럼 위원, 미래여성네트워크포럼 위원, (전) I.C.C. 회장, 세계의상페스티벌 부회장 등이 현재 그녀가 활동하고 있는 직함이다. 

이런 활동들을 기반으로 강남 GS 방송에서 ‘설옥순의 인터내셔널 매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글로벌 한국, 글로벌 강남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는 기수가 되었다는 생각에 지금도 뿌듯함이 느껴진다고 한다.

봉사활동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설 회장은 이렇게 답한다. “학부시절 학자금 융자가 한도에 달했을 때 한 장로님의 도움으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그 때 졸업하면 취직해서 꼭 갚겠다는 제 말에 장로님은 그러지 말고 그 감사함을 다른 이들에게 주라고 하셨어요. 돌아가실 때까지 감사하다는 말은 들어도 갚겠다는 말은 못하게 하셨죠. 그 분이 저를 지금의 삶으로 이끌어주신 것 같아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산지 27년. 어느 덧 시아버님은 먼저 세상을 떠나셨고, 올해 89세인 어머니마저 병을 얻어 거동이 불편해지셨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끼니 사이사이에 일을 보고 집으로 달려가게 된다는 설 회장. 2002년 자랑스러운 시민상, 2006년 효행상이 거저 생긴 것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원래 목표가 어디까지였는지 물었다. “목표를 갖고 생활했던 건 아니었어요. 매사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나이가 많다, 주부라 시간이 없다며 숨어버리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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