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수험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대입 과정을 겪고 있다 보니 일찍부터 재수를 선택하거나 유학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TOEFL이나 SAT 등 체계적으로 유학을 준비한 후 미국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들조차 중퇴율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말해주듯이 유학생활에 적응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국내대학 입시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한 자녀를 어학 등의 준비과정을 거쳐 유학 보내려고 하는 부모들이 고려해야할 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아이의 의지가 유학성공의 관건
국내대학 입시 준비에 매달리느라 토플 점수조차 없는 상태에서 막연히 유학을 대안으로 여겨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고3 수험생이 될 때까지 부모의 의지대로 왜 해야 되는지 조차 모른 채 공부경쟁에 뛰어들었던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고 해서 부모의 또 다른 욕심에 의해 유학을 떠나게 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유학에 대한 준비가 돼있지 않다보니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방감만 누리게 돼 부모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생활로 빠져들기 쉽다.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는 “학생 자신이 평소 실력에 비해 수능점수가 낮게 나와서 국내에서는 만족할 수 없고 다른 길을 통해 실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는 의지가 있어서 유학을 선택한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부모의 의사가 아닌 아이의 의지가 곧 유학 성공의 관건인 셈이다”라고 조언했다.
해외경력 만들 계획 미리 세워 최적의 방법 선택
2009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따라서 미국 주립대 중 우리나라와 학비가 비슷한 수준의 대학을 놓고 본다면 국내대학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대부분 외국어 관련 학원에 다니는 것은 물론 1년 정도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이 트렌드가 되고 있어 부대비용 측면에서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학 역시 거주비나 생활비, 항공료 등 필요한 경비가 많기 때문에 단순 학비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세세한 리스트를 만들어서 계산을 해본 후 그 총액을 가정경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부터 판단해야 한다.
조진표 대표는 “가장 좋은 방법은 30세가 되기 전에 2년 이상의 해외경력을 만들 계획을 이 시점에서 짜는 것이다. 일단 성적에 맞는 대학에 들어간 후 1, 2학년 때 준비해서 자매학교로 유학을 떠나거나 편입을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또한 대학원 유학이나 국내대학에서 해외취업을 목표로 준비해 해외에서 경력을 쌓은 후 국내로 들어오는 것도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유학의 어려움 미리 알고 가야 대처도 쉬워
국내대학 입시에서 실패하게 되면 아이도 부모 이상으로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유학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결정을 하게 된다. 부모들도 조기유학을 보낼 때에는 부모를 대신해서 관리를 잘해주는 프로그램을 주로 선택하지만 대학 유학은 금전적인 뒷바라지에만 신경을 쓸 뿐 나머지는 모두 제할 탓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채 부모의 권유에 의해 유학을 떠나게 되면 좌절감과 불안, 우울증 등을 겪는 적응장애 상태가 되기 쉽다. 이런 정신적인 부적응 문제를 겪지 않도록 유학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아이 스스로가 유학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모정신과 김정수 원장은 “아이가 유학을 정말로 원하는지, 유학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어떤 문제를 겪게 될지에 대해 부모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해결법까지 판단해볼 기회를 주어야 한다”면서 “그런 과정을 통해 일단 내공이 생기면 아이들이 유학을 갔을 때 어려움에 부딪치더라도 이미 예상했던 것이고 해결법까지 생각했던 터라 보다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소통 채널을 만들어 두어야 나중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추적 관찰을 하는 것도 쉬워진다.
정기적인 소통으로 부적응 여부 체크해야
지나치게 내성적이거나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 충동성이 강한 아이, 어려움이 생겼을 때 잘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 즉, 좌절에 대한 내성이 낮은 아이는 유학생활이 더 힘들 수 있다. 반면에 좌절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안정적인 성격이거나 남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을 줄 아는 아이는 그나마 부적응에 대한 염려가 덜한 편이다. 이런 점들은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아이를 지켜보면서 알 수 있어 유학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장기간에 걸친 준비 없이 유학을 떠난
경우라면 특히 부모는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아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김정수 원장은 “경제적인 면을 포함해 뭐든지 아이의 요구 사항이 갑자기 변하거나 대외활동이 너무 없는 경우, 주변 사람들과 잦은 마찰이 생기는 경우에는 부적응 문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갈수록 성적 변화의 폭이 큰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전했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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