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인에 관련된 상품이나 콘셉트 등 노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노인 모델이 등장하는 텔레비전 광고나 포스터를 많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노인 모델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놀라며 그들은 누구일까, 젊었을 때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하고 무척 궁금해 한다.
이렇게 노인 모델이 각광을 받으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실버모델 사업을 하는 곳이 있어 화제다. 바로 서초구립 양재노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 S_엔터테인먼트로 노인 모델이 갖춰야할 교육은 물론,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알선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현재 S_엔터테인먼트에 등록된 노인모델은 120여명이며 이 중에 80여명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단지 모델로서 일을 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면서 젊었을 때 못 다한 꿈을 이루고 있다.
노인 전문 기획사의 역할
노인모델사업단인 S_엔터테인먼트의 ‘S’는 실버(Silver) 서초(Seocho) 센세이션(Sensation·세상을 놀라게 함)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의미대로 S_엔터테인먼트의 노인 모델들은 세상의 관심 속에 활기차게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노인모델의 사진을 보면 각자의 개성이 잘 들어나며 열정적인 모습이 눈에 뛴다.
S_엔터테인먼트에서는 노인모델을 선발하고 교육시켜 광고대행사, 모델에이전시, 기획사, 기업이나 관공서 홍보부서, 방송국 등 노인 모델이 필요한 모든 곳에 알선하고 있다. 노인모델들은 통신사 보험회사 게임기업체 등의 광고에 CF 모델로 활동하기도 한다. 또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연기자나 보조 출연자로 출연하기도 하며 각 대학 영상학과 졸업 작품에 필요한 모델로 참여하기도 한다.
하고 싶다는 욕구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S_엔터테인먼트 소속 노인모델이 되려면 매년 5월에 있는 정기 모집이나 서울시 어르신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해 응시해야한다. 거주지에 상관없이 60세 이상이면 지원이 가능하다. 최근에 노인 모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원 경쟁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어떤 노인들이 선발될까. 양재노인종합복지관 김경수 사회복지사는 “외모가 특출나거나 특정한 이미지보다는 은발에 전형적인 노인의 이미지를 원한다”고 선발 기준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전형적인 노인의 이미지라도 콘셉트에 따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오디션은 카메라 테스트와 지문을 읽고 연기를 하는 단문 연기시연, 그리고 장기자랑이 있다. 장기자랑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는 하는 노인들도 있는데 그 외에 어떤 것이라도 자신의 숨은 끼만 보이면 된다. 김 복지사는 “선발된 노인들은 모델경험은 없으셔도 이런 일을 좋아하거나 하고 싶었던 분들이 대부분이다”라면서 “성격이 활달하고 잠재적으로 소위 말하는 ‘끼’를 갖고 계신 분들이 선발된다”고 말한다.
모델로 선발되면 매달 연기연습을 받을 수 있는 교육을 받는다. 또한 이미지 컨설팅과 전문적인 연기 지도를 받을 수 있는 전문교육도 연 4회가 있다. 이때 연기전문 강사가 직접 연기 지도를 한다. 노인모델들은 ‘황금들판’이라는 연극반에서 함께 활동하는데 연 1~2회 공연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참가하는 패션쇼도 유명하다. 지난 10월 양재동 서울문화예술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패션쇼를 보고 젊은 관객들이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새로운 삶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
노인모델들의 수입은 CF는 100~200만원, 잡지 모델은 30~50만원, 단편영화의 단역은 1회 7~10만원, 홈쇼핑 모델은 15만원 선이다. 하지만 모델이 되었다고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업체에서 S_엔터테인먼트 측에 원하는 이미지와 적합한 모델을 요청하면 S_엔터테인먼트 실무자가 모델을 선택해 업체의 오디션에 참가시킨다. 모델이 오디션에 합격하고 광고 시안을 찍어도 최종적으로 광고주가 선택해야 발탁된다. 이런 과정은 젊은 모델과 다를 바가 없으며 쉽지 않은 일이다.
모델들을 보면 60대부터 70대 초반으로 전직은 공무원 교사 회사원 사업가 주부 등 다양하다. 대부분 젊었을 때 모델 일을 해본 경험이 없지만 하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다고 한다.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했다가 노인모델로 선발된 박기천(64세)씨는 텔레비전이나 잡지 모델로 활동한 후에 연극에도 4~5편 출연하기도 했다. UCC 공모전에 참가해 수상하기도 하고 광화문 영상미디어 센터에서 주최한 영화 ‘사랑하면 안됩니까’에서 주연으로 연기하기도 했다. “이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 배우는 것도 많고 할 일도 많다”면서 “일을 할수록 몸도 마음도 건강해 진다”고 박씨는 말한다.
전직 교사였던 김숙자(65세)씨는 서초구 노인 일자리 사업의 하나인 ‘오팔선생님’으로 활동하다가 모델로 선발되었다. AIG 보험, 노동부 공익광고 등 많은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다. 김씨는 “일을 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로 열심히 한다”면서 “모델 활동을 하고나서 자신의 용모에 관심도 갖게 되고 마음도 젊어졌다”고 활기차게 말한다.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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