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프면 당연히 환자가 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환자가 된다는 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환자임을 부인하고 환자 되기를 거부한다. 병나면 무능력하고 그래서 무가치한 존재로 보는 오늘날의 사회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 독감에 걸리고도 이를 부정하고 자신을 더 혹사하는 치기어린 행동들도 이 때문이다. 알코올중독의 경우 환자 되기가 더더욱 어렵다. 자신의 병세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데다 그 선입관 또한 너무나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중증 질환인 경우에도 환자 되기가 간단치 않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암과 같은 큰 병을 진단 받으면 엄청난 충격을 받고 너무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병을 선뜻 인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진단을 부정한다. 인정하고 나면 너무 낙담하여 남 탓을 하기도 하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다가 시간과 함께 충격에서 벗어나 점점 타협하면서 자신에게 닥친 문제에 대하여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중병을 앓고 이로부터 회복하려면 지난날 자신이 어떤 신분의 사람이었든지 상관없이, 가장 먼저 환자라는 새로운 신분증을 받아들여야 한다. 힘에 셌든 약했든, 지위가 높았든 낮았든, 돈이 많든 적든, 이와는 관계없이 새로운 방식의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회복이 순조롭다.
환자로서의 삶을 얼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음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 이런 사례를 자주 본다. 육신만이 아닌 마음과 정신과 영혼의 측면에서 자신의 상태를 보지 못하고, 이 무자비한 질환의 실체와 그 예후와 귀결을 모르기 때문일 터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이 생활방식을 바꿔야 회복되는 환자를 돕는 내과 의사들의 좌절감을 자주 듣는다. 좀처럼 섭생을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마도 과음이 원인인지라 음주 관리가 먼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자주 병원을 찾아 약을 먹지만, 진실로 환자 되기가 미흡한 때문이다.
‘환자 되기’는 단지 진단을 받으면 피동적으로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날과 달라진 자신에 대하여 심사숙고하고, 이 새로운 자신에 대하여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서 자신을 회복시키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무엇이든 평소에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라면 새로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것도 일관되게 해내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완전한 회복은 그 질환에 합당한 환자로서의 태도와 역할과 소임을 잘 해야 가능하다.
신 정 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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