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은 역사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과목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모들은 살아있는 역사교육을 위해 방학이면 박물관으로 유적지로 찾아다닌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하루 종일 박물관 구경을 하고 돌아와 ‘무엇을 봤는지’ 물어 보면 뜻밖에도 전혀 대답을 못한다.
책이라도 읽히자고 생각해서 역사를 책으로만 접하면 평면적인 지식만 쌓여간다.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6학년에 배우던 역사가 5학년으로 내려와 1년에 역사시간이 102시간이 배정됐다는 소식을 접하면 가슴이 답답해 온다. ‘과연 아이의 역사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답답함을 가진 부모라면 올 방학 역사체험극을 통해 아이가 역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박물관은 살아있다-신라 서라벌탐험편>
지난 16일 아이들과 함께 실감나는 역사교육을 위해 <박물관은 살아있다-신라 서라벌탐험편>을 보기 위해 종로구 와룡동에 자리한 창덕궁 소극장을 찾았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소극장 앞에는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학부모까지 비좁은 극장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티켓 박스에서 작은 가방 하나씩을 받아 들고 가방 속엔 뭐가 들어 있을까 궁금해 하던 찰나에 갑자기 소극장 문이 열리며 유명 캐릭터를 닮은 듯한 뿔테 안경을 끼고 배낭 모자를 쓴 배우들이 소극장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들은 바로 이 연극을 이끄는 박이, 물이, 관이라 부르는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관람객인 탐험대원들을 이끌고 “사로(신라)에 마루(하늘)야 열려라” 주문을 외치며 타임머신을 타고 신라 속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대원들은 신라의 옛 이름 사로국의 수도 서라벌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시작한다.
역사체험극이 주는 흥미로움
어둠의 터널을 지나 신라시대에 도착한 탐험대원들은 손전등을 꺼내 마치 고고학자라도 된 듯 무대를 탐색하다 신라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긴 흙 인형 토우를 발견한다. 탐험 대원들은 토우를 통해 신라 서민들의 생활상을 알아보고, 직접 무대에서 토우를 만들어 본다.
이쯤 되면 이 연극이 단순한 연극이 아님을 눈치 챘을 것이다. 관객이 객석에 앉아서 단순히 관람만 하는 형태의 연극이 아니라 관객이 무대 주인공이 되고, 연극의 시대 배경인 신라라는 무대 속에 들어가 그 시대 사람들이 되어 체험하면서 역사를 느끼는 체험극인 것이다. 원광법사와 함께 노래로 재미있게 세속오계도 배우고, 신라의 화랑이 되어 선무도라는 무술도 배워본다. 클라이막스에는 김유신과 김춘추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삼국통일 이야기를 그림자극으로 만나보고 문희와 보희의 꿈이야기도 살짝 엿본다.
다양한 형태의 체험과 놀이에 빠져있다 보면 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어른 입장에서는 관람시간이 짧아서 신라에 대해 맛만 보고 끝난 것 같은 아쉬움이 남지만 아이들은 새로운 형태의 체험극이 마냥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연극놀이로 역사에 대한 흥미와 공감 유발
빽빽한 역사 연표, 이름조차 생경한 역사인물, 생소한 역사용어 등 학습 위주의 단순한 지식암기의 역사는 그저 어렵고 지루하기만 하다. 뮤지엄 플레이를 표방한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연극놀이와 다양한 감성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을 경험하게 한다. 또한 아이들의 흥미와 공감을 이끌어 내며 시대별 문화사, 생활사를 배우들과 함께 직접 체험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관객과 탐험대장의 만남을 시작으로 관객들은 탐험대가 되어 어두운 고구려의 고분을 더듬어 들어가기도 하고, 조선시대의 과거시험을 치러보기도 하면서 연극 놀이라는 틀 안에서 역사적 사실을 경험하게 된다.
제작 관계자는 “기존의 역사 교육은 고학년 위주가 많아 저학년 또는 유치원생이 역사를 놀이처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며 “현재의 어린이를 과거의 역사 속 사건과 장소에 등장시킴으로써 어린이들에게 더 이상 역사가 이해하기 힘든 먼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현실과 연결되어 있음을 경험을 통해 인식시켜 주어 역사에 대한 흥미와 공감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설명한다.
공연정보
고구려 고분탐험 -국립중앙박물관 특설공연장 / 1.13~오픈런
백제 예술탐험 - 창덕궁 소극장 / 1.21~2.6
정약용과 함께하는 실학여행 - 창덕궁 소극장 / 2.11~2.27
공연문의 : 02-741-3581, 2
김지영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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