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민간외교 꿈나무 ‘강남구 대학생 외교사절단’
“우리말과 문화를 가르치고 넓고 높은 세계를 배웁니다”
각국 외교관과 일대일 한국어수업, 문화행사로 우리나라를 알려
강남구 자원봉사센터는 2007년 주한 외교관에게 한국어교육을 지원하는 자원봉사단체인‘대학생 외교사절단’을 모집했다. 1기에 총 23명이 21명의 외교관과 일대일 결연을 맺고 활동을 시작해, 지난해 3기 44명의 학생이 24개국 45명의 외교관과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올해 4기 30명을 선발해 교육 중이다.
대학생 외교사절단은 강남구 자원봉사센터 백은경 사회복지사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다.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그녀는 9년 동안 브라질 대사관에서 일한 경력으로 한국말을 몰라 언어 소통에 불편을 느끼는 외교관들의 실정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대학생을 선발했고 90여개 국가의 외교관저에 공문을 보내 수강할 외교관을 모집하게 된 것이다.
현재 1~3기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이나 외교통상부 대사관 등에 취직을 한 학생도 있고 전공을 살려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했다. 외교사절단 학생들의 공통점은 외교관과 격조 높은 영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영어실력의 향상은 기본이며, 그들의 품격 있는 생활이나 사고방식을 접할 수 있어 시야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외교관 역시 대학생들을 통해 한국말이나 문화를 접할 수 있어 현재 많은 외교관들이 한국말 수업을 신청해 놓을 만큼 인기가 좋다.
그동안 대학생들이 어떻게 민간외교를 펼쳤는지 학생들과 외교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 인도 대사관에서 일합니다.
저는 가나 1등 서기관님, 말레이시아 대사님, 오만 대사님과 함께 한국어 수업을 했습니다. 가나 서기관님과 처음 수업을 할 때 얼마나 떨렸는지 모릅니다. 오히려 서기관님이 따뜻하게 웃어주시고 제가 당황해 할 때는 가만히 기다려주셨습니다. 그분과 함께 선정릉에서 열렸던 ‘한글 편지쓰기 대회’에 참가했는데 예쁜 편지지에 한줄한줄 우리말로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또 대사님들과 수업할 때는 주말마다 국립중앙박물관 남산한옥마을 경복궁 등 명소를 방문해 그분들께 우리의 문화재를 설명하면서 한국어 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대사관을 드나들면서 대사관 업무 중 문화부서에서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2009년, 졸업을 앞두고 인도대사관 영사과에 파견근무를 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계속 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영사업무와 함께 문화부서 일도 함께 돕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대사관에서 일을 시작할 때, 저와 함께 공부했던 외교관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그분들은 제가 나가야할 방향을 진심으로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외교사절단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폭넓은 성장을 할 수 있었고, 사회생활의 첫걸음도 무난히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일의 경력을 바탕으로 저를 더욱 성장시켜 관광청이나 문화재청, 관광 공사 등에서 일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1기 이정아 25세 가톨릭대학교 졸업)
파키스탄 진다박 바자회를 개최했어요
2008년 봄부터 2010년 가을까지 주한 파키스탄대사관의 사지드 하이더 참사관님께 한국어를 가르쳐드렸습니다. 저는 참사관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파키스탄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분과 친분을 맺기 위해서 파키스탄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고 이슬람 문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2009년 외교통상부 인턴으로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6개월간 근무하며 테러리즘과 이슬람법에 대해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파키스탄은 사상 최악의 대홍수로 약 1천700명이 사망하고 2천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이 일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각 대사관에서 봉사 활동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해 그들과 함께 자선행사를 열기로 했습니다. 행사명은 ‘파키스탄 진다박’(한국어로 ''힘내라''라는 뜻)으로 기증품을 모아 아름다운가게 안국점에서 팔았습니다. 기증품은 한 달 동안에 7천여점이 모였습니다. 미국 파키스탄 독일 스리랑카 아제르바이잔 등 대사관 10여 곳에서 외교관이 쓰던 물건 1천여점을 기증받았고 트위터 등으로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물건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샤캇 알리 무카담 주한 파키스탄 대사께서 직접 찾아오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 대사와 가족들도 응원하러 오셨습니다. 수익금 5백만원은 파키스탄의 NGO 단체에 기부했습니다.
봉사활동도 하면서 영어공부도 하고, 평소 학생신분으로 접할 수 없는 외교관과의 만나면서 외교관의 생활, 직업정신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앞으로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해 보고 느끼고 배우며 진취적인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2기 고영훈 27세 한양대학교 졸)
전통 연을 직접 만들어 하늘에 훨훨 날렸어요
2008년부터 1년간 브라질 영사님과, 그리고 그다음 1년 6개월은 일본영사 내외분과 한국말 수업을 했습니다. 우리들은 당연하게 쓰는 표현을 외국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수업 중에 그분들이 왜 그렇게 쓰는 거냐고 질문하면 명확히 대답을 하지 못해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더욱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한 설명을 할 수 있을 만큼 지식도 넓어졌고 영어 실력도 늘었습니다.
수업 외에도 생활 속의 한국을 소개하고 싶어 그분들과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관악산에 가기도하고, 월드컵 기간에는 붉은 악마가 되어 서울시청광장에서 밤새도록 응원을 같이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선정릉에서 한국전통문화체험행사를 개최했는데 이때 외교관들이 전통 연 만들기, 한복입어보기, 골든 벨 등 다양한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이 행사를 주관하면서 회원들과 함께 인사동을 돌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하고 전통 연을 만드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실패를 거듭하며 연을 만들었고 제작방법도 영문으로 준비했습니다. 행사 당일 수많은 외교관들 앞에서 전통 연에 관해 영어로 설명하면서 마치 세계를 향해 우수한 우리의 한국문화를 알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었고 또 문화를 계승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기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항공운항학과 학생으로 비행훈련과정을 마치면 민항기 조종사가 되어 전 세계 하늘을 누비며 다양한 국제 경험과 항공실무를 쌓을 것입니다. 이렇게 얻은 지식과 노하우를 토대로 항공분야의 외교관이 되어 UN 국제기구 중의 하나인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2기 윤지욱 26세 한국항공대학교)
새터민 가족과 함께 포트락 파티를 했습니다
9개월 동안 코트디브아르 대사님과 한국어 수업을 했습니다. 이제 대사님은 간단한 한글을 읽고 쓰며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실력을 갖추셨습니다. 기계공학도인 제가 외국인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기 위해서 저도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모릅니다. 그런 점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2009년 12월, 강남구 새터민 가족과 저소득층 아이들 70여명을 포스코 아트홀에 초대해 ‘주한 외교관들과 함께 하는 포트락 파티(각자 음식을 준비하는 파티)’를 열었습니다. 브루나이 파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스위스 몽골 인도네시아 오스트리아 독일 인도 코트디부아르 파나마 아르헨티나 등 10개국 30여명의 주한외교관이 준비해온 각국의 음식을 함께 먹었습니다. 그때 우리들은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당일 행사를 준비하느라 우여곡절도 많았고 연주를 하기 위해 기타를 배우느라 힘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참석한 아이들은 외교관과 사진도 찍고 선물도 받아 무척 기뻐했고 함께한 외교관들도 보람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는 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또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것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경험을 바탕으로 능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인이 되고 싶습니다.
(3기 장현욱 28세 성균관대학교)
외교관이 혼인 신고할 때 증인도 섰습니다
독일 외교관인 토마스씨와 우리말을 공부한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토마스씨는 이제 한글을 잘 읽고 간단한 문장으로 말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분은 28세로 저를 친구나 동생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십니다. 우리는 만나면 수업 시간 외에도 2~3시간씩 진로나 사회문제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토마스씨가 독일인 신부와 한국에서 결혼을 하고 부천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그때 제가 따라가 증인을 서기도 했습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청소년자원봉사영어캠프 ‘Fun & Fun English Voluntour(volunteer + tour)''를 열었습니다. 강남구 중고등학생과 강화도 갯벌, 횡성텃밭체험, 도심 속 도보여행 그리고 설악산국립공원 탐방 및 환경캠페인 등 네 가지 주제로 캠프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강남구 고등학생과 외국인 고등학생들이 2박3일 동안 설악산에 가서 영어로 생활하며 캠프를 경험했습니다. 학생들과 이런 저런 고민도 이야기하고 형으로서 상담도 해주고 뜻 깊은 캠프였습니다.
저는 이 봉사를 통해 제가 성숙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의 미래도 설계해 보려합니다.
(3기 이동훈 21세 동국대학교)
다른 국가의 외교관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대학생 외교사절단 선생님들은 외교관들에게 단순히 한국어만 가르치지 않고 한국의 전통과 문화도 가르쳐주었습니다. 또 이들은 파키스탄 진다박 바자회나 청소년 영어봉사 캠프, 포트럭 파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했으며 그 열정과 노력에 감탄했습니다.
각국 외교관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리려는 학생들의 활동은 한국외교 분야에 대해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 학생들이 열심히 활동하기 바라며 또한 새로운 일에도 도전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외교관들에게도 이 우수한 학생들의 훌륭한 활동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독일대사관 토마스 외교관)
외교사절단은 한국 청년을 대표합니다
대학생 외교사절단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수업 외에도 이 봉사단체가 추진했던 많은 일들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들과 함께 태안의 기름유출사고 현장에서 땀 흘리며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나의 선생님인 고영훈군의 주도하에 파키스탄 수재민을 돕는 바자회가 열렸는데 고군의 봉사정신과 추진력을 매우 높이 평가합니다.
이 봉사단은 외교관들에게는 한국말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역할 외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을 하는 훌륭한 청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 사지드 하이더 참사)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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