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여행기

역사와 문화의 도시, 공주를 가다

유형과 무형의 문화가 쌓인 마곡사, 백제의 역사 숨 쉬는 볼거리 다양

지역내일 2011-01-24
대학 시절 주말이면 니콘 FM2를 어깨에 메고 출사를 다녔다. 봄이 오면 지리산 산수유 나무아래서 이리저리 각도를 맞춰 셔터를 눌러댔고, 가을엔 수많은 관광객들 틈에 끼어 내장산 단풍을 찍기도 했다. 십년도 훨씬 전 몇 달간 아르바이트를 해야 간신히 수동카메라 한 대를 장만할 수 있었고 요즘은 누구나 찍을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는 아예 없었던 시절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사진의 매력에 빠져 이곳저곳을 다니며 앵글 속 세상을 논하던 그 시절은 그렇게 바람처럼 지나갔다. 한때는 내게 세상을 바라보는 창구가 되었던 사진. 하지만 세월과 함께 그 빛도 바래, 이제 사진은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기록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얼마 전 나는 아이와 함께 겨울여행을, 아니 제대로 표현하자면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유례가 없는 한파가 몰아친 올겨울이 너무나 추워 옴짝달싹 하고 싶지 않는 계절이지만 아이에겐 그저 신나는 겨울방학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필름을 갈아 끼워야 하는 수동카메라 대신 배터리만 충전하면 수천 장도 거뜬히 찍을 수 있는 DSLR을 짊어지고, 뭔가 학습효과가 높을 것만 같은 도시, 공주를 찾아 떠났다. 유구한 세월 속에 화려하게 조명된 신라와는 달리 순박하고도 뭔가 감춰져 있는 듯한 백제로의 시간여행에서 나는 사진에 빠졌던 대학시절 내 모습과 조우하기도 했다. 

유형과 무형 문화가 저절로 쌓인 마곡사
청남도 공주시 사곡면에 위치한 태화산 마곡사.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달리다보면 정안IC가 보인다. 톨게이트로 빠져나간 후 이정표를 따라 10킬로미터 정도 달리면 마곡사가 나온다. 주차장에서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매표소가 보이고 다왔나싶으면 오백 미터는 더 걸어야 양지바른 곳에 터를 잡고 웅장하게 서있는 마곡사를 볼 수 있다. 

아이 손을 잡고 꽁꽁 언 눈길을 걸어가며 ‘왜 하필 이곳을 택했나’ 싶은 후회가 밀려올 때쯤 마곡사를 휘감고 도는 마곡천의 설경이 펼쳐진다. 주변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워 봄에 찾아야 가장 좋다지만 마곡사의 겨울풍경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다. 겨울풍경을 바라보는 그 순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사진에 대한 본능이 솟구쳐 올랐다. 

경내로 걸어 올라가는 길 내내 이어진 마곡천은 꽁꽁 얼어 몇몇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거나 썰매를 타고 있었다. 사실 어느 곳이 땅이고 어느 곳이 개울인지 두텁게 덮인 눈 때문에 경계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마곡사는 충남지역의 대표사찰로 제6교구의 본사라고 한다. 그 옛날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해 고려 보조국사가 재건하였다고는 하지만 세워진 연원을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다만 그 시절 이곳에 터를 잡고 불교의 선진문물을 대중에게 전하면서 이 지역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지역공동체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담당한 듯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스님들에게 글과 농사법을 배우고 집짓는 방법과 구들을 놓아 연료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까지 배웠다고 한다. 이곳을 마곡사라고 불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절에서 큰 스님이 법 자리(강연)를 열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어 마치 그 모습이 ‘삼밭에 삼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곡사는 존재자체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영산전에서 보탑, 대웅보전, 대광보전 삿자리, 고방, 세조 임금이 하사한 영산전 편액, 그리고 오래된 굴뚝까지 모두가 문화재이며 보물이다. 마곡사 대광보전 앞에 위치한 오층석탑은 우리나라 여느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탑과는 그 모양과 의미가 많이 다르다. 보물 제799호이며 일명 다보탑 또는 금탑이라고도 불리는 이 오층석탑은 중국 원나라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1층 몸돌 남면에는 자물쇠 모양이, 2층 몸돌 사면에는 소박한 솜씨로 사방불이 양각되어 있어 라마식 보탑과 비슷한 모양을 갖추고 있는데, 사방불은 모든 공간에 부처님이 영원히 거주한다는 불신상주의의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한다. 또, 마곡사는 김구 선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 무너져가는 사직을 안타깝게 여기며 출가했던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던 숙소가 있고, 해방 후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심었다는 향나무 역시 꼿꼿하게 서있다. 

백제 중흥의 역사가 숨 쉬는 무령왕릉
무령왕릉은 1971년 7월 5일 발견된 백제 25대 무령왕과 왕비의 합장릉이다. 이 왕릉은 송산리 6호분 배수로 공사 도중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묘실 전체를 벽돌로 쌓은 무덤으로 입구 통로에 해당하는 연도와 시신을 안치하는 현실, 두 부분으로 만들어졌다. 

이 왕릉에서 발견된 가장 중요한 유물은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해 준 묘지석이다. 이 묘지석에 따르면 왕은 523년, 왕비는 526년에 세상을 떠나 왕릉에 안장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무령왕릉에서 나온 유물은 관장식,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 금으로 만든 각종 장신구를 포함해 모두 108종 2,906점에 이르고 이중 국보로 지정된 것도 12종 22점이나 된다. 

지금은 왕릉의 훼손을 막기 위해 출입이 통제돼 있어 이 왕릉을 그대로 본떠 만든 모형관에서 왕릉의 내부를 관람해야만 한다. 모형관에 들어서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전시물을 관람하며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마침 잘되었다 싶어 아이를 데리고 그 무리에 끼어 설명을 들으려고 애써 봤지만,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모두 초등학생이라 집중해서 듣기보다는 이곳저곳에서 웅성거리며 전시실을 뛰어다니는 통에, 결국 우리는 해설사의 설명듣기를 포기하고 영상자료실로 향했다. 참고로 문화관광해설사의 정기해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 정각에 하루 8회씩 이뤄지고 있다.

고분군 모형관에는 터치스크린 정보검색대가 놓여있어 백제와 무령왕릉에 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으며 무령왕릉 축조과정과 방법을 순서별로 모형화해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신분증을 맡기면 휴대용 관광 안내 단말기를 대여 받을 수 있다. 안내를 받고 싶은 유물 앞에 서면 적외선 센서가 반응하여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안내 단말기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여러 나라의 언어가 가능하다. 모형실을 나와 고분군 쪽으로 걷다보면 노란 능선이 펼쳐지는데, 바로 송산리 고분군이다. 40분이면 넉넉히 걸어서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역사의 향기가 가득 담긴 공산성, 석장리 박물관 등 유적지 많아
공산성은 백제의 대표적인 고대 성곽으로 문주왕 원년에 한강 유역에서 이곳으로 천도해 성왕 16년 부여로 도읍을 옮길 때까지 64년간 왕도를 지킨 곳이다. 조선시대 선조 때 현재와 같은 석상으로 개축되었다. 백제시대의 왕성이기는 하지만 백제시대 뿐만 아니라 역사의 변천 속에서 각 시대별로 유적이 산재해 있어 아이들의 체험학습장으로 가장 좋은 곳이다. 

특히 공산성 임류각은 백제 동성왕 22년 왕궁의 동쪽에 건축한 건물로 신하들의 연회장소로 사용되었다. 공산성에서 가장 규모가 큰 누각으로 금강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았으며 임류각의 멋스러운 단청은 조선시대의 단청과는 문양이나 색채에서 다른 느낌을 준다. 임류각과 함께 공산성에서 가장 멋진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만하루다. 이곳은 금강 변에 있어 금강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다. 만하루의 연지는 바닥까지 계단이 있어 단순히 연못이라기보다는 물을 저장하는 기능도 담당했다고 한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실, 고대문화실, 우리문화체험실 등으로 나뉘어 있다. 1층 무령왕릉실은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으며, 2층의 고대문화실은 구석기 시대부터 신석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쳐 마한과 백제의 웅진, 사비시대 중심지로 역할을 한 뒤 통일신라로 이어지는 충청남도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공주석장리박물관은 우리나라 첫 선사박물관으로 1964년부터 1992년까지 열 두 차례에 걸친 학술 발굴 조사를 토대로 석장리 유적의 선사문화 복원은 물론 우리나라의 선사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체계적으로 비교 전시한 박물관이다. 석장리박물관은 선사공원, 발굴유적지, 전시관, 체험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중부권 최대 규모의 산림박물관으로 국내의 각종 조류와 동?식물이 전시되어 있는 충남산림박물관과 충남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유물을 전시하고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충남역사박물관도 가볼만하다. 

공주는 천년고찰의 산사 여행지
공주는 하루코스로 여행을 오기엔 아까운 곳이다. 마곡사는 물론 풍광이 아름다운 사찰들이 공주를 둘러싸고 자리 잡고 있다. 공주에서 19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갑사는 예로부터 ‘가을은 갑사’라는 뜻의 추갑사로도 불린다. 갑사의 가을 단풍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아름답다고. 그래서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라고 한다. 통일신라 화엄종 10대 사찰중 하나인 갑사는 절 주위에 용문폭포, 수정봉, 천진보탑, 군자대 등 수려한 경승이 줄지어 있으며 특히 9곡으로 불리는 남쪽 계곡이 유명하다. 

통일신라시절 창건된 동학사 역시 비구니들의 불교전문 강원으로 유명하며, 백제 의자왕 11년에 창건된 신원사 역시 이성계가 창업개국의 야망을 품고 기도처로 삼았던 곳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신원사에는 대웅전, 석가여래진신사리탑, 오층석탑, 쾌불, 신원사 동종과 계룡산신을 모시는 중악단이 있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여름에는 옥잠화와 백련, 가을엔 구절초 등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는 영평사는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간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템플스테이와 구절초 축제, 승가전통 비법으로 구운 죽염 등이 유명하다. 공주시 우성면 방문리에 위치한 성곡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국내 최대의 청동좌불과 1,000입불상, 와불이 있다. 불상의 웅장함에 숙연함마저 느껴지는 신비로움을 간직한 곳이 바로 성곡사이다. 여기에 공주에는 천주교 박해가 극심했던 18세기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공개 처형된 사형터, 황새바위 천주교도 순교지가 있다. 또한 공주에서 부여로 넘어가는 길목인 우금티는 제 2차 동학농민전쟁의 최후격전지로 1973년 동학혁명군 전적비를 세워 당시를 기리고 있다.

* 마곡사 산책로
백범명상길 : 산책코스 3km 소요시간 50분
마곡사(백범선생 기념관 앞) - 김구선생 삭발터 (재현) - 토굴암 - 군왕대(기 체험장) - 마곡사
백범길 : 트레킹코스 5km 소요시간 1시간 30분
마곡사 - 천연송림욕장 - 은적암 - 백련암(백범이야기) - 활인봉 - 생골마을(약초마을) - 마곡사
송림숲길 : 등산포함 풀코스 11km 소요시간 3시간 30분
마곡사 - 천연송림욕장 - 은적암 - 백련암 - 생골마을 - 아들바위(솔잎 융단길) - 나발봉(황토 숲길) - 전통불교문화원 - 다비식장(죽음체험장) - 장군샘(옻샘) - 토굴암 - 군왕대 - 마곡사 


* 공주시티투어 코스 (3월부터 12월까지 문화관광해설사의 관광지 해설)
접수는 www.gongju.go.kr

제 1코스
무령왕릉 출발 - 무령왕릉모형관 - 국립공주박물관 - 공산성(수문병교대식) - 충남역사박물관 - 계룡산도예촌
제 2코스
무령왕릉 출발 - 무령왕릉모형관 - 국립공주박물관 - 공산성(수문병교대식) - 국악체험 - 이안숲속
제 3코스
무령왕릉 출발 - 무령왕릉모형관 - 국립공주박물관 - 공산성 (수문병교대식) - 다도체험 - 파충류곤충체험관
제 4코스
무령왕릉 출발 - 무령왕릉모형관 - 국립공주박물관 - 공산성 (수문병교대식) - 공주오일장체험 - 산림박물관
제 5코스
무령왕릉 출발 - 무령왕릉모형관 - 국립공주박물관 - 공산성 (수문병교대식) - 궁도체험 -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제 6코스
무령왕릉 출발 - 무령왕릉모형관 - 국립공주박물관 - 공산성 (수문병교대식) - 석장리박물관 - 박동진판소리전수관(매주 넷째 토요일)

* 1박2일 농촌체험
무령왕릉 출발 - 무령왕릉모형관 - 국립공주박물관 - 공산성 (수문병교대식) - 궁도체험 - 석장리박물관 - 주말도시농촌마을도착, 숙박 및 체험

* 백제문화학교 (2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 2시)
장소 : 무령왕릉 영상홍보관
내용 : 백제역사 강좌, 역사현장 해설
행사체험 문의 (041) 857-8420 / www.bjculture.co.kr

* 공주관광명소 문의
관광안내 국번없이 1330
공주시 관광축제팀 (041)840-2836
문화관광해설사 (041)840-2421

박수진 리포터 icoco1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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