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외국인 한의사로 잘 알려진 라이문드 로이어(47)씨는 지난해 10월,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됐다. 현재 자생한방병원 국제진료센터 원장인 그는 한국전통의학의 활성화와 한방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해 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외국인으로 그것도 동양인도 아닌 서양인이 한의학을 공부해 한의사가 됐고, 한국인 아내와 가정을 일궈 자식을 낳고 한국 사람처럼 사는 로이어 원장은 현재의 삶이 무척 행복하다고 말한다.
우리말이 유창한 로이어 원장은 쾌활하면서도 따뜻한 한의사다. 그를 바라보는 환자나 동료들은 그의 한의학에 대한 열정과 포부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침 한방에 인생이 바뀌어
오스트리아 사람인 로이어 원장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 중퇴하고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다. 동양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1987년 아시아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첫 번째로 찾은 나라가 한국이었다. 그는 태권도에 관심이 많아 도장을 다니며 태권도를 배우다가 발목이 삐는 부상을 당했다. 태권도 사범은 발목이 삔 데는 침을 맞는 게 최고라며 그를 한의원에 데려갔다. 그런데 한의사는 통증 있는 발목 외에도 손가락 발가락 귀 뒤 등 여러 군데 침을 놓아주었는데 신기하게 아픈 것이 사라지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침 한방으로 한의학의 신비를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다. 한의학이 도대체 무엇인가. 그는 한의학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점점 커져갔다.
로이어 원장은 여행을 끝내고 오스트리아로 돌아가 부모님께 한국에 가서 한의학을 공부하겠다고 통보를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88년 서울올림픽 전으로 로이어 원장의 부모는 한국이 도대체 어떤 나라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더구나 아들의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한의학이 무엇인지 통 이해하지 못해 무척 불안하게 생각했지만 아들의 고집을 당할 수 가 없었다.
1989년 한국에 다시 온 그는 연세어학당에서 한글 공부를, 강원대에서 동양철학과 한자를 익힌 후에 1991년 대구한의대학교(구 경산 한의대) 한의학과에 진학했다. 한국 사람도 어려운 한의학을 공부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예과와 본과 과정을 모두 마쳤고, 외국인 최초로 한의사 국가고시에도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분당차한방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로 근무했다. 2006년 7월부터 자생한방병원 외국인진료센터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한의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대한약침학회 국제이사, 2010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 조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세계에 한의학 우수성을 알리고 싶어
그가 분당차한방병원에서 수련의를 할 때 처음 병실에 들어가 환자를 대하니, 환자가 깜짝 놀라며 “어이구 선생님, 저 영어 못해요”하며 당황해 했다. 하지만 우리말이 능숙한 로이어 원장이 다정하게 다가가서 환자를 돌보기 시작하자 환자도 그를 더 이상 외국인보다는 한의사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는 진료할 때 양의와 한의의 장점을 활용해 진단하고 처방한다. 로이어 원장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진단방법이나 수술 등은 양의가 앞서있습니다. 한의는 만성질환과 퇴행성 질환의 근본치료에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객관적인 검사 결과를 활용해 진단하고 부작용이 없는 한방으로 처방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요즘 국제진료센터 원장인 로이어 원장은 하루에 20명 안팎의 한국 거주 외국인을 진료한다. 그들은 침의 기전이나 한약이 어떻게 작용해 치료가 되는지 무척 궁금해 한다. 로이어 원장은 외국인들이 한의학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외국인의 사고로 이해할 수 있게 충분히 설명한다.
외국인들은 로이어 원장을 통해 한의학의 우수성을 경험하곤 한다. 분명 로이어 원장은 우리 전통한의학의 세계화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자생한방병원이 유럽에 분원하면 여기에 꼭 참여해 유럽 사람들에게 한의학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아들
벌써 이십년이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는 로이어 원장은 한국의 음식도 좋고 바쁘게 살아가는 활기찬 사회 분위기도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요즘도 그는 한의학에 관한 책을 읽어보면 처음 볼 때, 두 번째 불 때 그리고 세 번째 볼 때 같은 내용인데도 느낌이 다르다. 그만큼 읽을 때마다 깊이가 다름을 느끼기 때문이다. 로이어 원장은 젊은 날에 이렇게 심오하고 묘미가 있는 한의학에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또한 이 사회에서 한의사로 일하며 살아가는 것도 만족스러우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자녀들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아버지다. 그의 아들과 딸을 한국학교도 보내고 독일학교에도 보내며 아이들이 두 나라의 교육을 골고루 받게 하고 있다. 이렇게 키운 로이어 원장의 아들은 이다음에 커서 아버지와 같은 한의사가 되고 싶단다. 아마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가족의 건강도 책임지는 아버지가 무척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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