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상희 관장(72)이 취임한 이후 국립과천과학관 직원들은 그의 파격적인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백발의 이 관장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과학관 사무실 복도를 누비거나 불쑥 불쑥 직원들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과학관 직원들답게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갖도록 강조한 것은 물론이다.
취임 1주년이 지난 지금 국립과천과학관은 다양한 과학행사가 개최되고 관람객 수가 갈수록 증가하는 등 과학 대중화를 위한 이 관장의 열정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요즘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느냐는 질문에 “이제 처음보다 더 잘 탄다. 집에서 신문을 볼 때에도 지겹지 않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면서 본다”며 실력을 자랑하는 이 관장으로부터 과학사랑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칠순잔치 대신 UCC 제작해 과학사랑 호소
4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것은 물론 前 과학기술처 장관, 한국발명진흥회 회장, 대한변리사회 회장, 한국영재학회 회장 등을 두루 역임한 이 관장은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학기술계 원로이다.
이 관장은 올해 칠순잔치 대신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기 위해 초등학생 손자들과 함께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면서 찍은 UCC 동영상을 과학관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칠순 맞은 할아버지의 애절한 과학사랑 하소연’이라는 동영상을 통해 이 관장은 미래의 주인공인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사랑을 당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식민지가 되지 않도록 과학교육과 영재교육, 과학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그의 호소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동영상이다.
지난 2008년 11월에 개관한 국립과천과학관은 세계 5대 과학관으로 손꼽힐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지만 그에 비해 아직 과학을 체험하려고 스스로 즐겨 찾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수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관장은 보다 많은 아이들이 과학관에 와서 체험을 통해 과학의 원리를 익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이 관장은 “가능하면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나 영상을 교육 콘텐츠와 연계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화 시켜 굳이 과학관에 오지 않더라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올해 초, 게임을 통해 수학의 원리를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 개최한 ‘온라인 수학게임 경시대회’에 3만5천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세계적인 ‘스페이스 스튜디오’ 조성할 계획
“과학관을 감성전시관, 창의력발전소로 만들고 싶다”는 이 관장은 그 자신이 바로 창의적인 계획과 꿈으로 가득 찬 아이디어맨이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체험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10월 28일~11월 7일 국내 최초로 개최한 ‘2010 과천국제SF영상축제’와 ‘과천국제SF영화제’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이 관장은 앞으로 이 축제를 세계적인 SF엑스포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 관장은 “과학관 주변의 과천지역을 과천 밸리로 조성해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 보다 더 멋진 ‘스페이스 스튜디오’를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전국에 사립, 공립과학관을 많이 만들어 국립과학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꿈도 가지고 있다. 과학과 관련된 각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이 자신이 가진 자료를 모아 소규모라도 고향에 사립과학관을 만들고, 지자체들이 공립과학관을 만들어 우리나라 전체가 교실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바람에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과학관으로
과학관 홈페이지나 안내서에서는 “과학관에 오면 어린이는 20년 앞서가고 어른은 20년 젊어진다”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과학관 이용 활성화를 통해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려는 이 관장의 바람이 담겨 있는 구호다. 중국을 이기는 길은 ‘과학기술의 발전’이라고 믿는 이 관장은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과학관을 더 많이 찾아 과학과 친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교 커리큘럼과 연계해 학생들과 과학교사가 과학관에서 실질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그것을 정식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도 그런 의미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과학관에서 체험을 통해 지식을 쌓고 버스로 함께 이동하면서 토론도 하는 이상적인 과학수업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학교장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시간도 자주 갖는다.
지금도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단체나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붐비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과학관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행사도 마련하고 여름에는 야간개장도 계획하고 있다는 이 관장, 과학 대중화를 위한 그의 꿈과 아이디어는 끝이 없다.
사진 : 이운영 작가(스튜디오 ZIP)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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