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세계평화여성연합 문난영 회장

모성애로 세계평화 이루다

여성의 힘이 곧 국가경쟁력, 여성 지도자 배출에 더욱 힘쓸 터

지역내일 2011-01-09
2l세기에 들어서면서 세계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오랜 세월 가부장제 사회구조 속에서 고난의 삶을 견뎌 온 여성들이 이제는 세계 도처에서, 사회 각 분야에서 그 고유의 감성과 경험, 슬기를 발휘하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400여개 여성단체가 있다. 그 중에서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포괄적 협의지위(general consultative status)''를 인정받은 ‘세계평화여성연합’은 ‘여성의 모성애를 바탕으로 참된 사랑의 가정을 이루고 건전한 사회, 평화의 세계를 건설하자’는 창설이념을 활발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는 비정부민간기구(NGO)이다.

유엔도 인정한 부드러움의 힘
그곳에서 만난 한국의 문난영(68) 회장은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이제는 남성들의 힘과 이성적 논리가 더 이상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 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여성의 따뜻한 사랑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온화하지만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그와의 첫 만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성의 힘은 곧 국가경쟁력이고 이를 위해선 여성의 사회적 참여, 특히 여성정치인의 수적 증가가 우선돼야 합니다.” 문 회장은 해가 거듭될수록 할 일은 많아지고 따라서 마음까지 급해진다며 활짝 웃었다. 세계평화여성연합은 통일부에 등록된 사단법인으로, 1992년 창설 이후 현재까지 남북화해 및 통일교육, 유엔 NGO활동, 국제간의 화해와 협력, 지구가족사랑 1% 운동, 참가정윤리 확립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1994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NGO위원회 제1영역 자문기관 자격승인을 신청해 1997년 5월 처음으로 승인 받은 후 4년마다 재심사되는 과정에서 현재 4번째 그 자격을 취득했다. 이는 한국 NGO들 가운데 ''세계평화여성연합''과 ''굿 네이버스''만이 갖고 있다고 한다. 문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여성의 장점인 부드러움을 살려 일을 하다 보니 유엔도 그 능력을 인정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크고 넓은 국제사회를 향해
특히, 이 단체는 15년 전부터 전 세계 회원들을 자원봉사자로 파견하여 구호 및 봉사활동, 여성의 자립지원, 어린이들의 건강과 교육지원 등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유엔이 설정한 ''새천년발달목표(MDGs)''와도 일치해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또 한국에서는 각계 혹은 지역 여성 지도자를 초청하여 정치, 경제, 사회, 통일, 여성 등 다양한 주제의 포럼을 진행 중이다. 

1942년에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문 회장은 인민학교 2학년 때 6·25전쟁을 겪었다. 1·4후퇴 때 가족들과 함께 남쪽으로 넘어왔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남동생을 잃었다. 그 후 어머니는 딸 넷을 데리고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꾸려나갔다.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암울했던 시절, 소녀는 법관이 되어 부당한 사회를 바로 잡고 돈도 많이 벌어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는 장학금 제의와 함께 1961년 숙명여대 영문과에 입학한다. 영어를 전공함으로써 크고 넓은 국제사회를 발판으로 좀 더 보람 있는 일을 하리라 꿈꾸면서. 졸업 후 ‘리틀엔젤스예술단’ 세계 순회공연의 사회자로 발탁돼 3년간 해외를 다니면서 영어공부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사랑과 포용의 소프트 리더십
그는 서울공대 출신 남편과의 사이에 세 아들을 두었다. 바깥일로 바빴던 그를 대신해 아이들을 키워준 이는 다름 아닌 친정어머니. “지식과 예절을 겸비한 교양 있는 할머니를 아이들은 존경하면서 잘 따라주었지요. 지금도 아이들은 저에 대한 기억보다는 외할머니의 가르침과 추억들을 더 많이 떠올리곤 한답니다.”
공학박사인 맏아들과 의사인 막내는 미국에 살고, 경제학과 출신의 둘째는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딸이 없어서 섭섭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주로 여성들과 함께 일을 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고, 지금은 며느리가 셋이나 된다”며 조용히 웃었다. 아울러 그는 아프리카 르완다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여성 지도자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피력했다. 

100만 명이 학살당한 르완다는 내전 이후 국가 재건사업을 벌이면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대폭 지원, 현재 여성의원의 비율이 56%로 세계 최고이며 아프리카의 IT(정보·기술)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단다. 이렇듯 평화를 위해서는 각국에서 여성들의 사랑·관용·협력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해가 바뀌면 그는 북녘 땅이 보이는 임진각으로 달려간다.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기원제를 드리기 위해서다. 

“고향이 북쪽이다 보니 그리움이 많아요. 어머니께서 살아생전 고향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셨는데…….” 우리들의 고향은 바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통하는 것일까. 문 회장은 어머니라는 말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훔쳤다.

사진 박경섭(스튜디오ZIP)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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