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단체장들, 연극 ‘어린왕자’ 합동 공연

수익금은 연평도 주민 돕기에 … “회색도시에서 문화·복지도시로”

지역내일 2011-01-03

“재미있었어요. 연기도 잘하는 것 같고요.”

연극이 끝나자 한참 박수를 치던 최준혁(13)군은 환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최군에겐 멀게만 느껴졌던 ‘시장님과 구청장님’이 연극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즐거웠던 모양이다.

송영길 인천시장과 고남석 연수구청장, 배진교 남동구청장, 박우섭 남구청장, 조택상 동구청장, 홍미영 부평구청장 모두 6명의 인천지역 지방자치단체장이 공동으로 올린 연극 ‘어린왕자’가 26일 오후 8시30분 막을 내렸다. 

이날 오후 3시와 7시 2회에 걸쳐 인천시 부평아트센터에서 펼쳐진 연극에는 1500여명의 관객이 함께 했다. 수익금은 전액 연평도 주민과 어려운 주민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연극은 2개월 전 어려운 주민을 돕기 위해 연말에 단체장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견에 따라 시작됐다. 평소 무상급식 분담률과 재원조정분담 등을 놓고 다투던 단체장들이 힘을 합친 것이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평도 사태에 구제역 발생까지. 연습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어렵게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작품은 너무나 잘 알려진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전문배우들이 주연을 맡았지만 단체장들도 짧지 않은 배역을 맡았다.

단체장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송영길 시장. 왕으로 나온 송 시장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관객들 사이에선 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후 주정뱅이, 사업가, 점등인, 지리학자, 여우 등 자신들이 맡은 역에 등장한 단체장들은 짧은 연습시간으로 어색한 발음들이 이어졌지만 애교로 받아들여졌다.

마침내 막이 내리고 모두 무대 앞에 등장하자 큰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송영길 시장은 “인천시가 회색도시가 아닌 문화 복지 등이 함께 하는 도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진했다”면서 “작지만 오늘의 수익금이 연평주민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 시장은 그 자리에서 김재식 연평주민대책위원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무대에서 내려온 조택상 동구청장은 “무대에만 서면 대사가 기억나지 않아 또 잠깐 잊어버렸다”면서 “정말 어렵다”고 웃음을 지었다. 박우섭 남구청장과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니 속이 다 후련하다”며 한목소리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내비쳤다. 

처음 연극을 제안했던 고남석 연수구청장은 “연말에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을 위해 우리가 실제 무엇인가를 해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끝내고 나니 마음이 푸근하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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