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중1 여학생입니다. 요즘 부모님 잔소리 때문에 미치겠어요. 며칠 전 엄마가 성적표를 보시더니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이번에 엄마 친구 아들은 전부 올백이라더라 근데 너는 이게 성적이라고 가져왔니? 학원 다녔으면 암기 과목은 많이 틀려야 한두 개만 틀려야지 점수가 이게 뭐니?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녀? 자식 키워봤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니까….”
인터넷 검색창에 ‘잔소리’라고 쳤더니 부모의 잔소리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의 글이 쏟아진다. 심한 욕설에 비난, 비교, 비판 등이 이어지는 부모의 잔소리에 죽고 싶다는 절박한 하소연에서부터 자살충동까지, 이런 상황에서도 자구책으로 아이들은 잔소리 안 듣는 방법, 자살 생각 안하는 방법 등을 알려달라고 호소한다. “나는 절대 저렇게 무식(?)하게 잔소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은연중에 아이들에게 부모라는 이유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수없는 잔소리 세례를 해대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볼 일이다.
세상의 부모들은 누구나 잔소리를 한다. 하지만 잔소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어떻게 잔소리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분명하게 달라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방학이다. 서로 밀착해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엄마들의 잔소리도 늘 수밖에 없다. 올 방학은 제대로 된 잔소리 기술을 통해 아이들과 즐거운 소통을 해보면 어떨까.
“엄마, 제발 잔소리 좀 그만하세요.”
“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내가 언제 잔소리를 했다고 그래?”
현직 교사인 최영민(『잔소리 기술』저자)씨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잔소리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잔소리 하는 줄 모르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부모들에게 ‘잔소리를 얼마나 하나요?’라고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이 ‘저는 안 해요’라거나 ‘다른 부모들은 많이 하던데 저는 안하는 편이에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잔소리 많이 해요?”라고 물어보면 “ ‘진짜,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다, 매일 공부하라는 잔소리 때문에 가출해버리고 싶다’라고 호소합니다.”
초등교사인 최영민씨는 “이처럼 부모와 자녀가 서로 상반된 말을 하는 것은 바로 잔소리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며 “부모는 안 한다고 하고, 아이들은 ‘죽고 싶을 정도로’ 많이 듣는다는 것은 부모와 자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며 무엇보다 부모들이 잔소리를 안 한다고 생각하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잔소리에는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잘한 잔소리에는 아이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고 말하는 최영민씨는 “에디슨,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등의 어릴 적 모습은 분명히 잔소리를 수없이 들을 상황이었지만 부모들의 잘한 잔소리 덕분에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다”며 “잔소리에는 ‘대화’, ‘경청’, ‘칭찬’, ‘꾸중’ 등 교육에 필요한 거의 모든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잔소리를 하느냐가 무척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날씨도 추운데 옷이 그게 뭐니? 그 옷은 너무 얇다니까.”
“영어 단어는 연습장에 써 가면서 해야 잘 외워지지.”
“야채는 왜 안 먹니? 고기만 먹으면 나중에 성인병 걸린다.”
아침부터 계속되는 엄마의 간섭과 잔소리에 참지 못한 아이가 소리를 빽 지른다.
“야유, 제발 잔소릴 좀 그만하세요!”
생각지 못한 아이의 반응에 섭섭한 엄마는 “그래 그럼 니 맘대로 해 봐라. 추워서 감기에 걸리든, 헛공부를 하든, 몸이 약해지든 니 알아서 해. 네가 어떻게 되든 이제 난 모른다.”
부모들 중에는 잔소리를 사랑과 관심의 표현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현재 엄마 자신이 자녀에게 하는 행동을 잔소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결과이다. 이런 경우 생각지 못한 오해가 생기고, 사사건건 간섭하고 참견하는 ‘잔소리쟁이’ 엄마라는 소리를 자녀에게 듣게 된다.
부모들이 아이에게 잔소리를 쏟아내는 이유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한두 번 말하면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아서’ ‘버릇이 되어 습관적으로’ 등 이유야 많지만 결국 효과적으로 잔소리를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잔소리란 무엇일까. 잔소리란 사전에서는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이라고 정의한다.
『잔소리 기술』에서는 잔소리란 “의미를 한두 문장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말을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 요구 정도, 습관 등에 의해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로, 듣는 사람은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 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잔소리라면 안하는 게 좋지만 그렇다고 자녀를 키우면서 안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왕 할 잔소리라면 자녀의 반발심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부모가 원하는 교육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최선이다.
“넌 촌스럽게 그게 뭐니? 요새 얘들 중에 그렇게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싣는 얘가 어디 있니? 네가 아저씨니? 넌 어쩜 그렇게 유행에 둔감하니, 유행에 뒤떨어지면 친구들한테 놀림 받는 거 모르니? 유행도 따라 갈 줄 알아야지…”
“요즘 발목양말이 유행이라던데, 그렇게 무릎까지 올려 신으면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을까”이 정도 한마디면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데도 엄마는 주저리주저리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이런 상황은 잔소리가 습관화되어 자기도 모르게 모든 대화가 ‘잔소리화’된 경우이다. 잔소리는 될 수 있으면 짧고 간단하게 해야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잔소리를 많이 하면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곧 부모를 무시하거나 부모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생기고, 부모 말을 듣지 않게 되며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정서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잔소리는 하면 할수록 는다. 또 하면 할수록 버릇이 되어간다. 그래서 잔소리는 될 수 있으면 안 하는 것이 좋고, 하더라도 적게 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잔소리 잘 하는 요령
잔소리를 하게 되는 이유는 자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감정이 상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화난 상태이기 쉽다. 하지만 잔소리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점은 감정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것이다. 화가 난 상태에서 잔소리를 시작하면 교육적인 효과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반드시 후회할 행동을 하게 된다. 만약 화가 난 상태라면 손뼉을 몇 번 치든가, 심호흡을 하여 화를 가라앉힌 뒤에 시작하도록 한다.
잔소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현재 잔소리를 하려는 목적이 아이의 행동을 변화 시키겠다는 것인지, 아이 자체를 비판하겠다는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자기 자식을 비판하기 위해 잔소리하는 부모는 없을지 모른다. “이 게으름뱅이야.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는 거냐.” “어떻게 돼먹은 녀석이 말로 해서는 듣지를 않는냐” 이런 말들은 아이 자체에 대한 비판이다.
잔소리 목적은 분명히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여 바꿔주고 싶다는 것인데, “막상 잔소리를 시작하면 본래의 목적은 잊고 아이 자체만 비판하다 끝낸다. 이렇게 되면 잔소리는 결국 부모의 스트레스 해소용이 되고, 아이는 아이대로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잔소리할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아이가 다른 일에 몰두해 있는데 갑자기 잔소리를 하면 반항심만 키운다. 잔소리할 타이밍에 아이의 현재 상태를 잘 살펴서 해야 한다. 그리고 잔소리할 일이 생기면 즉석에서 지적하고 끝내는 것이 좋으며 밥 먹을 때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잔소리를 피한다.
미니 인터뷰 /
『잔소리기술』의 공동 저자 박미진씨
잔소리 잘하는 3단계 법칙
현재 동화작가이며 방송작가로도 활동 중인 박미진씨는 “잔소리 잘하는 방법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며 “잔소리 할 때 부모가 어떤 방식으로 하든지 다음 단계에 준해서 하면 “잔소리 잘 하는 부모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첫째 단계는 자녀에게 현재 부모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려준다. 곧 화가 나 있다든지, 실망했다든지, 놀랬다든지 하는 감정 상태를 알려야 자녀도 잔소리 들을 준비를 한다.
둘째 단계는 자녀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말해준다. 곧 지금 무슨 일로 잔소리를 하려는 지에 대한 이유를 알려준다. 아이는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자신이 한 행동의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셋째 단계는 고쳤으면 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대안은 자녀의 생각을 들어보고 함께 정하는 방식이 좋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경우에 자녀는 얼마 안 가 똑같은 잘못을 또 저지르기 때문이다. 박미진씨는 이런 기본 단계에다 짧게 반복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한 번에 한가지씩만 잔소리해도 아이와의 관계가 한결 좋아질 것이라 조언한다.
TIP 잔소리 잘하는 방법
①짧게 할 것
②반복하지 말 것
③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 것
④인신에 대한 비판이 아닌 행동에 대해서만 할 것
⑤ 화풀이 및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하지 말 것
⑥잘못한 일에만 명확하게 초점을 맞춰서 하고 그 대안을 제시할 것
⑦ ‘있다가 보자’라고 미루지 말고 행위가 일어난 즉석에서 할 것
⑧기준을 정해 일관되게 할 것
⑨말에 감정을 싣지 말 것
⑩아이 각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특성에 맞춰할 것
⑪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할 것자녀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잔소리 방식
“너 지금 뭐했어? 공부 안하고 딴 짓했지?”
“너 한번만 더 그러면 혼날 줄 알아.”
이런 억압식 말이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한다. 아이들은 이런 잔소리 앞에서 혼나지 않기 위해 변명거리를 찾고, 그 변명이 한두 번 통하면 더욱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낸다.
참고도서 : 『소리치지 않고 야단치지 않아도 아이가 달라지는 잔소리 기술』(고래북스)
도움말 : 『잔소리 기술』공동저자 최영민? 박미진씨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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