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서관 도시 향해 한걸음

지역내일 2010-12-28

서울대와 협력 강화, 동네마다 '작은 도서관'"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 먼저 생각하는 행정"

"정신없었죠. 주민들 만나느라 바빠서 제대로 생각할 시간도 없었어요."

유종필(사진) 서울 관악구청장은 "특히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며 "아무리 해도 부족함을 느낀다"고 6개월 단체장 생활을 돌이켰다. 그래도 표정은 느긋했다. 노련한 정치인의 관록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구에서 추진하는 주요 사업들에서 벌써 크고 작은 성과가 나오고 있어서일 게다.

◆서울대를 동네대학, 평생교육 장으로 = "특구지정은 뭐랄까 분위기 조성이랄까요. 실질적인 사업은 계속 진행 중이거든요."

지난달 지식경제부에서 관악구를 교육특구로 지정하면서 이 지역 초·중·고등학생과 주민들이 서울대학교를 동네 대학처럼, 평생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신원동 일대에 622㎡ 규모로 교육문화센터가 들어서면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저소득·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멘토링과 심리상담 등을 제공한다. 주민들은 같은 장소에서 양질의 평생교육 강좌를 들을 수 있다.

대학동과 행운동에는 다국어문화체험거리와 초등 영어교육센터가 들어선다. 낙성대공원과 서울영어마을(관악)은 외국인과 함께 할 수 있는 영어 체험의 장으로, 신림동 고시촌은 다국어 문화체험 거리로 다시 태어난다. 현재 서울대와 관악구가 함께 진행하는 청소년공학캠프 물리학·생활과학교실 중학생영재교육 등 지역영재양성과정도 보다 체계화된다.

구는 앞으로 5년간 234억원을 투입하는 교육특구사업을 통해 연간 16만명에 달하는 학생과 주민이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강료 등 연간 318억원에 달하는 사교육비 절감 효과는 덤이다. 유종필 구청장은 "연간 25억3300만원 산업생산 유발, 115명 고용창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교육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지역경쟁력 전반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악구가 기초자치단체이긴 하지만 서울대학교가 협력할 자세가 돼있어요. 오연천 총장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서울대가 발 딛고 있는 관악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구에서도 서울대가 진행하는 사업에 지원할 일이 많습니다."

관악구와 서울대가 지속적인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도록 유 구청장은 오 총장과 정례적으로 만남을 갖는다. 현안이 있을 때는 실무 간부진이 동석, 그 자리에서 주요한 사항들을 검토한다.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서울대협력팀'을 만들고 관·학협력 창구를 일원화했다.

◆동주민센터 거리·공원에도 도서관 = "서울생활을 시작했을 때 약속장소는 항상 종로서적 2층으로 했습니다. 조금 일찍 가서 기다리면서 책을 훑어봤죠. 책 제목만 봐도 사회적 흐름을 알 수 있고 주요 부분만 읽어도 그 책이 전하려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잖아요."

유종필 구청장은 그 경험을 관악구민 서울시민과 나누고 싶어 작은 도서관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관악산공원 입구 매표소를 '만남의 도서관'으로 바꾸고 낙성대공원에 컨테이너 도서관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료 등산객을 기다리면서 공원에서 나들이를 즐기는 동안 토막독서가 가능하리라는 계산이다. 조원동복합청사를 비롯한 동주민센터에는 전문 사서부터 자원봉사자 도우미가 배치된 작은 도서관이 마련돼있다. 책 대여와 반납을 어느 도서관에서나 가능하도록 도서관 통합정보망도 준비 중이다.

"재정적 한계가 있어서 새로운 도서관을 짓기보다 현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합니다. 기존 새마을문고는 특히 접근성이 뛰어나구요 기능이 다한 공공시설도 많은데 이들을 도서관으로 전환하면 됩니다."

관악구는 역시 부족한 지역 재정을 고려해 '자원봉사자 사서'를 활용할 복한도 갖고 있다. 유 구청장은 "사서교육이나 좋은 도서관 견학 등을 통해 자원봉사자 수준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이나 상업지역 확대 등은 내년부터 힘을 쏟아야 할 지역 숙원사업이다. 남부순환로변 주요 거점지역 용도조정이나 고질적인 교통난 해결을 위한 난곡 지하경전철 노선 연장 등이다.

◆"평범한 인사말에도 혼을 담는다" = "관악은 지역 특성상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을 강조합니다."

'사람 중심 관악특별구'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다. 유종필 구청장은 "인내심을 갖고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부터 실천하고 있다. '내집 앞 청소'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새벽이면 동네 청소에 나서고 현장 행정을 담당하는 동사무소 직원들과 저녁이면 가벼운 술자리를 갖는다. 얼마 전 예산을 둘러싸고 구의회와 대립했을 때도 '진정성'으로 풀었다.

"부구청장이 유감표명을 하기로 했는데 생각해보니 구청장이 나서야겠어요. '역지사지해보니 소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더라, 반성한다'고 사과했죠. 한나라당 구의원들도 흡족해합디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작은 행사의 인사말이라도 혼을 담아서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움직입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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