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플라자 고객 사랑방

우리동네 고객 사랑방으로 놀러오세요!

택배, 팩스, 무료인터넷 등 제공하는‘쿡쇼home’들러보세요.

지역내일 2010-12-26
2010-12-24 오후 12:36:22 게재



돌잔치 결혼식에 초대해주는 ''생활기부''가 절실

"새터민 소년들은 통일을 위해 미리 온 손님들"

"중학교 1학년이면 아직 초딩인 아이들. 그 아이들이 우리한테 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상처가 된다. (아이들이) 내가 새터민임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은 신기하겠지…, 그러는 사이 북한과 한국이 폭탄 떨어뜨리고 하는 대박 뉴스가 떠 버렸다. 그러니 북한 욕은 점점 많아지고. 그래도 내 고향인데, 내 고향 무시하고…. 너무 많은 스트레스로 여드름이 생기고 잠들려고 했던 내 얼굴도 다시 부어 올라오고 있다." 중학교 다니는 나영이가 쓴 11월 27일자 일기다. 연평도 포격사건의 상흔이다.

같은 날, 컴퓨터 학원에 다니는 최옥경은 또다른 걸 느꼈다. "여명학교에서 준비한 (새터민)후원의 밤 공연이 있었다. 7시가 되자 많은 사람들이 공연 보러 왔다. 연평도 사건 때문에 우리들에게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와주셔서 정말 놀라웠다.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우리의 공연을 보면서 박수도 쳐주시고 밝은 웃음을 보여 주었다. 우리의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안산 새터민청소년공동체 ''우리집''은 자신이 북에서 내려온 소년소녀임을 당당히 밝히며 살아가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곳이다. 현재 소녀 8명과 소년 4명이 초·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혼자 ''도망강(이들은 두만강을 이렇게 부른다)''을 넘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온 무연고 아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20살이 되면 자립의 길로 나선다. ''그룹 홈''으로 운영된지 10년이 넘어서면서 200여명의 아이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일기장 속에서 이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나영이의 첫 실연 이야기. "저는 저대로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됐는데, 그 사람은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 버렸습니다.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만, 그 사람만이 이 나라 이 땅 안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저는 또 다른 제가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을 찾아서 다시 또 살아 가보려고 합니다 ㅋㅋ." 소녀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주문을 건다. "김나영, 너 이쁘다. 오늘도 따뜻한 하루되자'' ''김나영, 잘 잤니? 오늘 즐거운 사람이 되자"라고.

수능 시험을 본 이옥경의 12월18일자 일기. "드뎌 수능! 아침에 차 막힐까봐 친구와 6시 20분에 버스를 타고 강서고로 출발했다…. (점심)밥 먹자마자 영어시험을 볼려니 머리가 띵하다. 모르기도 하지만 배불러서 더 졸린다. 오랜 시간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ㅋ~ 겨우 참으면서 자면서 시험을 끝내긴 했는데…."

새터민 소년들이 자라는 과정은 여느 아이들의 생활과 똑같다. 연예인에 대해 관심 많고, 핸드폰 게임에 열중하다 주의를 받고, 수능스트레스에 지치고. 남쪽의 ''생활''이 주는 ''저강도 시련''이 도망강을 넘던 ''고강도 위험''에 못지 않다.

따라서 이들에겐 돈의 기부보다도 더 절실한 게 ''생활의 기부''다. 며칠간의 홈스테이나 결혼식 돌잔치 제사 등 남쪽 아이들에겐 너무나 흔한 일상생활에 초대해 주는 것이 최고의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집'' 마세훈 운영위원장은 "북한 이탈과정에서 붕괴된 교육환경에서 수년간을 보낸 아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세계 최강의 입시경쟁력을 갖춘 남쪽 아이들 속에서 공부하는 게 쉬운 문제일 리가 없지요"라고 말한다.

상당수 새터민 소년들은 대안학교나 그들만의 시설에서 공부한다. ''우리집'' 아이들은 일반학교 취학을 고수하고 있다. 마 대표는 "성인이 되면 이질감이 더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먼저 겪는 게 낫다"라고 했다. 그 아이들 입장에서다. 정작 남쪽 아이들에게도 중요한 이유가 있다. "북에서 온 아이들은 통일을 위해 미리 온 손님입니다. 사람과 사람끼리 마음과 생활을 합치는 통일훈련을 하는 과정 아닐까요."

''도망강''을 넘고 중국공안의 감시를 뚫고 수만리를 걸어 동남아를 돌아 입국한 아이들의 기구한 얘기는 굳이 재론할 필요가 없겠다. 소년들은 남쪽 땅을 밟을 때 자신들이 가장 불행한 사람들인 줄 알기 쉽다. 그래서 ''우리집''에 사는 소년들은 ''자기연민''을 깨는 과정을 필수로 거친다. 소록도 나환자촌, 음성꽃마을, 영등포 쪽방촌 그리고 안산지역의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자원봉사활동이 다달이 진행된다.

한 소년은 쪽방촌 자원봉사를 다녀온 후 "겉으로만 보이는 건물들하고는 너무나 달랐다. 이렇게 냄새나고 좁은 방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는지 몰랐다"고 썼다. 자신이 돌봐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 소년들은 꿈을 다시 찾는다고 한다.

부모에 대한 그리움은 잘 내색하지 않는다. 일기장에 가끔 살짝 돌려 표현하는 정도다. "학원 갔다가 걸어오느라면 새들도 봄이 왔다고 기뻐하며/자기의 목청을 맘껏 돋구며 하늘을 날아다닌다./나에게도 날개가 있었으면 좋겠다./우리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도 보고싶으면 날아가서/보고 오는 그런 날개…" ''공주'' 별명을 가진 은정이가 일기장에 쓴 시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