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중이나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주로 치르는 영어 최상권 진입을 위한 국제영어대회(IET, International English Test). 고려대학교 사범대와 전국 19개 외국어고가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 수상자가 지난 9월 13일 발표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중학생 1학년 부문 대상, 중학교 2학년 부문 금상을 수상한 영어 고수 이소영(13세)?유지상(14세) 두 학생에게 이 대회의 가장 어려운 관문인 에세이와 인터뷰 그리고 그동안의 영어공부 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에세이의 힘은 배경지식을 쌓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있다
중학교 1학년 부문 전국 대상 수상자 이소영(잠신중학교)
요즘 영어공부의 대세는 에세이와 말하기에 있다. IET 시험 또한 중요한 변수로 에세이쓰기와 영어 인터뷰라고 말한다. 이번 IET 중학교 1학년 본선 에세이 주제는 ‘연예인이 청소년들의 롤 모델로 적합한가’였다. 이소영양은 먼저 자신이 롤 모델에 대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브레인스토밍 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에서 서론에선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롤 모델에 대한 생각과 그 영향에 대해 언급하고 본론에서는 연예인들이 청소년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과 이유, 근거 등을 언급했다. 결론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청소년들이 특정인을 롤 모델로 삼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마무리 지었다.
에세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이소영양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예를 통해 글을 더 풍성하게 만들지에 주력하며 이번 에세이에 임했다”고 말한다.
초교 때부터 일주일 1~3편 에세이 쓰기 연습
이양은 어려서부터 글쓰기 연습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의견과 이유를 쓰는 식의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에서 시작해 초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일주일에 1~3편 정도의 에세이를 썼다.
이양은 무엇보다 에세이를 잘 쓰는 비결은 독서에 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국어, 영어 상관없이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을 읽어왔다는 이양은 “글쓰기 연습도 꾸준히 해야 되지만 독서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양은 “우리말 논설문을 많이 써보는 것도 방법”이라며 “같은 언어라 그런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글 실력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양은 주로 신문에서는 시사 상식을 배우고, 책에서는 좋은 글들을 많이 읽으면서 늘 어떻게 하면 에세이를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편이라고 한다.
영어책, 영어 신문, CD 등 꾸준히 보고 들어
이양이 영어를 처음 접한 것은 태어나면서부터였다.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던 이양의 어머니는 아기 때부터 영어테이프, 비디오를 많이 보여주었고, 특히 영어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양은 아기 때부터 영어를 외국어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를 테면 단어를 말할 때도 영어와 한국어를 함께 사용했을 정도로 영어를 재미있어 했다.
초등 저학년 때 이양은 판타지소설을 좋아해서 ''Magic Tree House''와 ‘Harry Potter''를 즐겨 읽었으며 고학년 때는 뉴베리(Newbery) 수상작을 중심으로 독서를 했다. 5학년 때부터는 매일 밤 자장가처럼 ‘Harry Potter''와 ’Twilight'' 등의 오디오 CD를 들으면서 잠을 청했다.
이양이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영어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워낙 영어를 좋아해서 영어유치원을 다니게 되었고, 초교 1학년 때 들어간 영어학원에서는 이미 미국교과서 3학년 과정을 시작했다. 이양은 초등 3학년 때까지 미국교과서 5학년 과정을 마쳤다. 돌이켜 보면 미국 교과서로 심화수업을 하면서 Reading, Listening, Speaking, Writing 네 가지 영역을 골고루 기반을 다진 게 오늘의 영어 실력으로 이어진 가장 큰 요인이라고 이양은 설명한다. 초등 4학년부터는 영어학원을 다니지 않았다는 이양은 영어책, 영어신문을 틈틈이 읽고 오디오 CD를 꾸준히 듣는 것으로 영어공부를 대신했다. 그러다가 중학교 들어가 토론 위주의 영어학원에서 논리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번 IET 영어 인터뷰 주제는 ‘TV의 교육 프로그램이 교육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였다. 이양은 “어려서부터 영어로 말하는 데 익숙해서 그런지 인터뷰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가족 소개, 그림 묘사하기 등 보편적인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반박하는 식으로 인터뷰가 진행됐다”고 전한다.
영어영재라 할 수 있는 이양도 영어공부를 하면서 슬럼프를 겪었을까.
“어느 순간 영어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더니 또 어느 순간 기대에 못 미치고 제자리걸음을 계속했어요. 이 때 실망이 정말 컸어요. 공부에 열중할 수도 없었고, 영어학원에도 흥미를 잃었어요.”
분석한 결과 학원 수업 수준이 자신의 수준과 맞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이양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학원을 다니려면 반에서 내가 꼴찌가 되는 반에 들어가야 한다”며 “그래야 자신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생생한 영어 배울 수 있는 매체 활용하라
중학교 2학년 부문 전국 금상 수상자 유지상군(대청중학교)
“자신의 영어실력을 객관적 입장에서 점검 및 평가받고 싶다는 생각에서 영어인증시험과 영어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고 말하는 유지상군. 이번 국제영어대회에서 대상을 놓쳐 아쉽긴 하지만 1차 시험에서는 전국 최고점수를 받았다.
유지상군의 에세이 실력은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영미문학 작품을 정독하는 데서 시작됐다. 최근 읽은 노벨문학상 작품인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의 ‘Lord of the Flies’이라는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는 유군은 “평범한 소년들의 단순한 표류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선과 악이 싸우면서 희생되는 것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악한지 등 너무나 많은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며 “수많은 상징적인 소재들과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메시지들을 찾아내며 읽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유군은 매주 책을 한 권정해서 다양한 관점의 감상문을 쓰면서 글쓰기 연습을 해왔다고 덧붙인다.
유군은 초등학교 시절 1년 7개월 정도 미국생활을 경험했다.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간접적이나마 이해 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왜 할로윈 파티를 하고,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고 인디언들은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직접 보고 느끼면 영화나 책속의 감정들, 사건들이 더 잘 와 닿는 것 같아요.”
유군은 “책을 통해 읽었던 책 속의 세상을 실제 가서 직접 경험해 본 게 큰 재산임을 에세이 쓰면서 알게 됐다”며 “특히 미국 생활 중에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체험을 한 것이 자신의 시야를 넓혀 주었다”고 덧붙인다.
토론과 미국드라마 보며 영어감 유지
유군은 평소 꾸준히 영어토론 수업에 참가해 왔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토론 수업에서는 ‘안락사에 대한 찬반이라든지, 양성 평등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TV는 과연 좋은 영향만을 끼치나’ 등 다양한 시사 이슈들을 가지고 친구들과 토론을 해왔다.
집에선 여동생과 영어로 말하면서 항상 감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간간이 참가한 영어말하기대회도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다. 유군은 평소에 꾸준히 쌓은 영어실력을 점검하기 위해 올해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열린 전국 중학생 영어토론대회에도 참가해 동상을 수상했다.
“대회에 참여하면서 여러 토픽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고, 친구들과 연습을 하면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어요.”
유군은 이외에도 영어적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미국 드라마’를 즐긴다. “드라마라는 특성이 꼭 그곳에 가지 않더라도 그들이 일상을 볼 수 있고,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자료”라며 “현지에서 쓰이는 말들이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이기 때문에 더 생생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매체”라고 설명한다.
한때 영어학원 다니는 게 지옥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영어 노래가 그냥 틀어져 있었어요. 유치원 갔다 오면 간식 먹으며 ‘내 친구 고고’ , ‘세서미 스트리트’ 시리즈 보구요. 잘 땐 짧은 영어 동화책 들으며 잤어요.”
집에서 영어인지 한국말인지 모르면서도 스트레스 없이 재미있게 영어를 접했다는 유지상군. 하지만 오히려 영어를 배우기 위해 다니기 시작한 영어학원은 큰 장벽이었다고 말한다.
“그 당시 친구들에게 영어학원 다닌다고 말도 못할 정도로 내 영어 실력은 아무 것도 아니었어요. 학원에서도 가장 못하는 반에 들어갔으니까요.”
유군은 그 당시(초교 2) 영어학원에 다니는 것이 지옥이었다고 표현한다. 왜냐하면 뜻도 이해가 안 되는 단어를 수십 개씩 무조건 외우고, 어려운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면서 그 때 처음으로 ‘영어가 참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했단다. 단지 같은 반 친구들이 있는 ‘높은 레벨’의 반에 합류하는 게 희망이자 목표였다고.
유군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찾은 것은 의외로 미국에서였다. 유군은 영어보다는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어려서부터 영어상보다 수학상이 더 많았다. 유명 영어대회에 나가도 입상 못할 것이란 생각에 영어대회 대신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입상을 했다. 그랬던 유군은 미국에서 수학 때문에 뜻밖의 자신감을 찾았다. 미국 아이들에 비해 말은 어눌해도 수학을 잘 하니까 친구들이 무엇이든지 물어왔다. 수학 때문에 친구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친구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이 때 영어도 더 쉽게 늘었다.
유지상군은 대청중학교 1학년 때 전교생이 참여하는 영어로 말하는 교내 정상 모의회의대회에서 1등을 하고 올해에는 강남교육청 주최 영어대회에 학교 대표로 참여해 뉴스부문에서 준우승을 했다. 최근 토플 점수도 117점이 나왔다.
특별히 대회를 위해 집중적으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유군은 그래도 지금 이런 성과들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왔던 것이 큰 힘이 되어 주었다”고 말한다. 즉 수학을 좋아해서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하면서도 힘들고 버거웠지만 영어공부를 한 번도 놓치는 않았다는 것, 아무리 그날 해야 할 숙제가 많아도 영어 숙제만큼은 한 번도 거르지 않은 게 오늘날 이만큼 영어 탑을 쌓게 됐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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