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검사에서 안경 착용까지

눈 나쁜 자녀를 위한

지역내일 2010-11-23
첫 안경 구입기
유치원 때부터 하나 둘 안경 쓰는 아이가 생기는 걸 보고 안타깝기만 했다.
어느 초등 4학년 반에 안경 쓰지 않은 아이가 고작 세 명이라는 말을 들을 때도
‘다들 컴퓨터를 많이 보나?’ 남의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아홉 살 딸이 안경을 쓰고 말았다.
열 달 전만 해도 양안 시력 1.0이라 안심했는데….
시력검사,
안과 검진이 필수

지난 5월 학교에서 학생 건강·체격검사를 받고 “선생님이 안과에 가보라 했다”는 아이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작년 말에 안과에서 받은 양안 시력이 1.0이었고, TV나 컴퓨터도 안 보는데 갑자기 눈이 나빠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안과 진료는 끝난 시각이라 급한 대로 안경점에서 시력만 재보기로 했다. 시력은 0.4. 안경점에서는 안경을 맞추라고 권했다.
일단 안경 쓴 아이 엄마들을 붙잡고 이것저것 물었다. 그런데 여덟 살 때 안경 쓴 아이의 엄마가 “애들은 안경점에서 하면 안 돼. 안과에서 정밀 검사 받고 가성근시인지 확인해야 해” 라고 정보를 준다. 이 말을 듣지 못했다면 덜컥 안경점에서 맞췄을 것이다.
다음 날 안과 검진을 받았는데 시력은 0.4 정도. 그런데 의사는 “아직 안경은 안 써도 되니 석 달 뒤 와보라”고 한다. “시력은 더 나빠질 것이고 분명 안경을 쓸 수밖에 없지만, 어릴 때는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는 설명과 함께. 우리 딸뿐만 아니라 그 뒤에 온  여덟 살 아이도 시력이 비슷한데 그냥 돌려보냈다. 눈에 알레르기가 있는데 그로 인한 일시적인 시력 저하일 수도 있다며 약만 처방해줬다.
Q  아이들 시력은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가?
저학년 때 안경을 쓴 아이들 중에는 석 달 만에 시력이 0.5로 떨어졌다든가, 0.6 때 안경을 썼는데 0.2로 순식간에 떨어졌다는 케이스도 있다. 어린이는 보는 거리에 따라 수정체를 감싸는 눈 모양체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하는 조절력이 강하기 때문에 도수의 변동이 크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안과 최동규 교수는 “일단 근시가 생긴 눈은 아이의 키가 자라듯 중·고교 시절까지 계속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근시는 안경 착용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된다. 그러므로 안경 착용 후에는 6개월마다 안과에서 시력검사를 받고, 필요하면 안경을 교체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Q  너무 어려서 안경을 쓰면 눈이 나빠지지 않나?
원칙적으로 원시, 근시, 난시 등 굴절이상은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해서 안경을 빨리 착용할수록 시력 발달을 도와준다. 어린이의 눈은 만 8~9세를 전후해 성장이 멈추므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눈 이상을 발견하면 너무 늦은 경우가 많다. 나중에 안경을 써도 정상 시력이 나오지 않는 약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시는 나이가 들수록 치료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석 달 후 재검, 정밀 검사 기간 일주일

여지껏 “잘 안 보인다”고 해본 적 없는 아이가 부쩍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인다”고 한다. 다른 엄마들도 아이가 TV를 볼 때 눈을 가늘게 뜨거나 “칠판에 빛이 반사돼서 보인다”는 말을 듣고 시력을 의심했지, “잘 안 보인다”고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의사의 권유대로 석 달 뒤 다시 안과에 갔다. 시력은 0.3. 아이가 불편해한다고 했더니 의사가 정밀 검사를 받아보겠느냐고 선택권을 줬다. ‘가성근시 정밀 검사’는 조절마비 약물을 넣고 일주일 뒤 다시 검진을 받는 절차. 약물을 넣으면 뿌옇게 보여 며칠 동안 시야가 많이 불편할 거라 했다. 하는 수 없이 학교 알림장에 검사 상황을 적어 보냈다. 왜 시력검사를 방학 때 받으라고 하는지 이제야 납득이 되었다.
다른 병원은 두 시간마다 조절마비 약물을 넣고 당일 검사를 해줬다는 데도 있고, ‘정밀 검사 해볼 것도 없이 당장 안경을 써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는 케이스도 있다. 

Q  가성근시가 뭘까?
어린이가 가까운 거리에서 장시간 TV를 보면 먼 거리를 보더라도 근육이 이완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근시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가성근시를 진짜 근시로 오인해 안경을 착용, 그대로 근시가 굳어지는 경우를 막고자 가성근시 검사를 하는 것. 따라서 저학년 어린이가 처음 안경을 맞출 때는 반드시 안과에서 ‘조절마비 굴절 검사’를 통해 가성근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조절마비 굴절 검사는 수축된 모양근을 이완해주는 조절마비 약물을 투여해 눈의 조절력을 마비시키고 실제로 나타나는 근시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Q 근시인데도 안경을 쓰지 않는다면?
아이가 안쓰럽다는 이유로 안경을 씌우지 않으면 약시로 굳어져 나중에는 안경을 착용해도 교정시력이 잘 나오지 않기 쉽다. 시력이 나빠도 아이는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한 눈이 반대편 눈에 비해 심한 원시나 근시, 난시 상태인 ‘부동시(짝눈)’인 경우 잘 보이는 눈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시력 장애가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안경 착용 후에도 나쁜 눈의 시력이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처방전을 들고 안경점으로

일주일 후 검진을 다시 받은 결과, 아이의 ‘완전 근시’가 확인되었다. 의사에게 “좀더 미뤄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책을 많이 보는 시기라 쓰는 게 낫겠다”며 불편하다면 칠판 볼 때만 써도 된다고 했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면 시력이 더 나빠지지 않느냐” 물으니 “시력과는 상관없다”고 설명. 더불어 근시가 전적으로 유전 탓만은 아니니 부모가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고, 환경적인 요인이 절대적인 것 또한 아니라고 했다. 시력 좋아지는 방법이란 세상에 없으니 굳이 눈 좋아지는 약 같은 것도 먹이지 말라고 했다. 눈 영양제는 말 그래도 영양소를 줄 뿐 근시를 치료해주는 건 아니라면서.

Q  근시, 최선의 대책은?
최동규 교수는 “어두운 곳에서 독서를 하거나 TV 시청 등의 환경적인 요인 눈 건강에 좋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근시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이견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근시를 예방하거나 진행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근시가 발생할 경우 조기에 발견하고 안경을 착용해 좋은 교정시력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Q  안경 처방은 어느 정도 시력부터?
안경이 필요한지 여부는 굴절 상태(근시, 난시, 원시 등)와 나안시력 등에 의한다. 초등학교에서는 나안시력과 교정시력 0.7 이하인 학생들에게 ‘안과 검진’을 확인하는 통신문을 보낸다. 안경 처방은 보통 0.6 이하를 기준으로 한다. 한쪽 눈만 약시가 있는 부동시나 교정시력이 0.8이 넘지 않는 약시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첫 안경
구입기

2학년 아이가 안경을 써야 한다고 하니 경험자 엄마들이 짚어준 대목이 몇 개 있다. ▲안경테가 무거우면 얼굴형이 변할 수 있으니 최대한 가벼운 것으로 골라라 ▲어릴 때는 안경테를 자주 부러뜨리니 저렴한 게 부담 없다 ▲시력 변화가 커 안경 렌즈를 3~6개월마다 바꿔야 하니 굳이 고급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들.
첫 안경이니 좋은 걸로 하려던 내 예상을 깨뜨린 조언들이었다. 안경점에서도 “렌즈 교환이 잦으니 굳이 고급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미리 말해준다.
아이 안경 가격은 2만 원부터 10만 원 이상까지 천차만별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가는 테가 들어보면 더 무겁기도 하고, 고가의 안경테라고 해서 다 가벼운 건 아니었다. 가늘고 단단하다는 티타늄 안경테나 나사를 쓰지 않고 손쉽게 조립할 수 있는 조립형 안경테는 가격대가 높다. 안경 관리가 서툰 저학년 초보 때는 함부로 쓰라고 저렴한 안경테로 해줬다가 안경테를 두세 번 부러뜨리면 어쩔 수 없이 조립형 안경테로 바꾼다고들 한다.  
아이가 고른 테는 그 안경점에서 가장 저렴한 일명 ‘학생 뿔테’다. 고급스러운 맛은 없지만 다행히 가벼워 결정이 쉬웠다. 아직은 보는 데 불편하지 않은지 학교 수업과 책 볼 때, 혼자 밖에 나갈 때만 쓰는 정도. 하지만 이렇게 시작한 아래층 아이도 1년 지나니 시력이 뚝 떨어져 눈뜨면 안경부터 찾는다는 말이 남 일 같지 않게 들린다.    

Q  아이 안경테, 체크할 점은?
코 받침은 테와 일체화된 높이로 코를 감싸는 타입이 편하다. 귀에 걸치는 부분 모양은 2단으로 구부린 것이 좋다. 안경 취급에 부주의해 렌즈가 긁히거나 안경테가 변형되기 쉬우므로 정기적인 A/S를 받아야 한다. 성장기 어린이는 도수 변화가 잦고 얼굴도 커져 동공이 렌즈의 중심에서 벗어나기 쉬워, 정기적으로 안경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Q  시력보다 낮춰 써야 하나?
첫 안경 착용 후엔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걸어봐서 어지럽다면 처방전에 있는 도수보다 한 도수 낮춰 쓰고, 적응이 되면 본래 도수로 안경을 써도 된다.
최유정 리포터 meet1208@paran.com
도움말 최동규 교수(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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