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하는 노년이 아름답다 밀알미술관 원경자 관장

“성화작가로 명화를 남기는 것이 소망입니다”

지역내일 2010-11-14 (수정 2010-11-14 오후 10:18:12)

미술관은 예술적인 감성이 가득한 곳이다. 사람들이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미술관을 찾는 이유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있지만 그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여유와 멋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번 가도 좋은 미술관에서 매일 일하면서 노년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밀알 미술관 관장인 원경자(68)씨가 바로 그 주인공. 원 관장은 한국사립미술관협회 이사를 맡고 있으면서 성화(聖畵)를 그리는 작가이기도 하다. 또한 7년째 주말에는 교회의 성인 대상 미술교실에서 무보수로 그림지도를 하고 있다. 

예술가의 길을 사명으로 여기는 원 관장은 오늘도 미술관에서 활기차게 일하며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하나씩 일궈낸 밀알미술관
1999년에 문을 연 밀알 미술관은 정서장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 밀알학교 안에 있다. 밀알학교 설립자인 홍정길 목사는 미술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유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지역주민과 문화시설을 공유하기 위해 밀알미술관을 설립했다. 이 미술관은 방대한 양의 중국현대서화와 도자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 작가를 발굴해 기획전을 열어 작가를 육성하기도 한다.  

미술 작품에 대한 안목이 높고 작품과 상품을 구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원 관장. 그녀는 현재 이곳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을 구입하고 또 역량 있는 작가를 찾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를 숱하게 다녔다. 러시아에서는 고려인이나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현지 미술관에 전시할 수 있게 주선해주고 이후에는 밀알미술관에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곤 했다. 

밀알 미술관에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도자예술로 장식된 음악홀인 세라믹 팔레스홀이 있다. 이 음악홀은 중국의 현대 도예가인 주락경 중국도자대학 교수가 3년 넘는 연구와 실험 끝에 외벽과 내벽을 도자기로 장식해 완성했다. 원 관장은 주 교수가 우리나라에 오면 논현동 자택에 머물게 하면서 작업할 수 있게 협조하기도 했고 더 나아가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기 마을인 중국의 경덕진을 직접 방문해 일을 추진하기도 했다.  

밀알 미술관에서는 매년 장애인작가나 부부작가의 전시회가 열린다. “국내에 실력 있는 장애인 작가가 많아요. 그 분들에게 작가로 인정받는 기회도 주고 희망이나 용기도 갖게 하지요. 또 부부작가들은 전시회를 하면서 훨씬 더 화목한 가정을 이룹니다”라며 기획전의 취지를 설명한다.  




전업주부로 성화 그려
아버지가 종로에서 큰 목재회사를 운영할 만큼 풍족한 가정에서 자란 원 관장은 61년에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에 진학했다. 유학의 꿈을 꾸었지만 졸업 후에 바로 결혼을 했다. 그리고는 1남 2녀를 키우는 전업주부로 열심히 살았다. 그렇게 살면서도 한 번도 붓을 놓지 않고 계속 그림을 그렸다. 신앙심이 깊은 원 관장은 성화를 열심히 그렸고 성화작가로서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다. 

원 관장은 막내가 대학에 진학한 후에 홀로 뉴욕으로 떠날 준비를 했고 50대 중반에 실행에 옮겼다. 2008년 중년 주부가 엄마나 아내가 아닌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기 위해 잠시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내용의 김혜자 주연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가 당시에 사회적인 이슈가 됐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보다 10년이나 앞선 행보였다. 

뉴욕에 간 원 관장은 67번가에 머물면서 The Art Students Legue of New York에서 공부를 했다. 결혼 전 유학을 오지 못했던 한이라도 풀듯이 전 세계의 모든 미술작품이 모여 있는 뉴욕의 미술관에서 하루 종일 그림을 보면서 더 바랄 것 없이 공부했고 안목을 넓혔다. 

한국에 돌아온 그녀는 마음이 한층 풍요로웠고 그림 그리기에 더욱 열중했다. 1998년에는 성서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주제로 성화를 그렸는데 홍정길 목사의 권유로 그 작품을 일본 도쿄에 있는 요도바시 교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그해 56세인 그녀는 성화 작가라는 경력과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안목을 인정받아 밀알 미술관 초대 관장이 됐다.




인생의 세 번째 기회
원 관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단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남편의 만류로 무산됐다. 그 다음에는 셋째 아이를 출산했을 때  모교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단에 서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당시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어 불가능했다. 세 번째 기회는 50대 중반에 찾아왔고 이번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지금까지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그림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살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일에 대한 남편의 이해가 있어 가능했으며 무엇보다 엄마로서 아이 셋을 다 키울 때까지 가정에 충실했던 점이 오히려 늦게나마 지금 사회생활을 하는 것에 안정적인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올해 도쿄의 요도바시 교회를 방문한 원 관장은 12년 만에 교회에 걸려있는 자신의 그림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자식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또 성화 작가로서 감회가 새로웠다고 한다. 원관장은“앞으로 관장에서 물러나면 전업 성화 작가로 열심히 활동하면서 ‘피에타’ 같은 명화를 그리고 싶어요”라며 예술가의 열정을 내비친다.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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