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중독자들이 본의 아니게 주위에 끼치는 피해는 한두 가지가 아닐 게다. 그래서 가족들조차 그를 가해자로 인식한다. 이웃과 지역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모든 원인을 알코올중독자 때문이라고 탓하면 곤란하다.
알코올중독자의 가족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회적 피해라는 것은 알코올중독자보다는 통상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음주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다. 음주 운전이라든가 각종 소란이나 폭력과 같은 사고는 심한 중독자보다는 일반인들의 일회적 폭음에 따른 사건인 수가 흔하다.
알코올중독이란 것이 그런 식으로 과음을 자주하다 서서히 진행한 것이므로 그동안에 남들에게 끼친 피해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단면적으로 볼 때 중독이 심한 사람은 자신에게 끼친 피해가 훨씬 큰 반면, 폭음이나 과음과 같은 알코올 남용은 타인이나 사회에 대한 피해가 더 크다.
문제는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현재 가장 심한 상태의 알코올중독일지라도 그가 남들에게 끼친 피해 못지않게, 누군가로부터 오랜 세월 막심한 피해를 입어 왔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결코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가까이는 가장 가까운 가족들, 특히 부모나 어른들로부터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의 각종 제도나 문화가 무력하고 약한 한 개인에게 막무가내로 악영향을 끼친 수가 흔하다.
과음하는 아버지와 불행한 어머니 밑에서 가장 기대를 많이 받은 자녀가 알코올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가 흔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어른들 밑에서 크는 동안,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던 더 여리고 약한 영혼의 소유자들이 결국에는 중독이란 수렁에 빠지고야 마는 경우를 자주 본다. 자신의 마음을 꼭 억누른 채 우리 사회의 도리와 당위라는 고정관념에 따라 버티고 사느라 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권위주의적 직장 문화에서 일 잘한다고 인정받고 성공했다는 직장인이 어느덧 알코올 문제로 전락하는 경우도 이러한 예가 된다.
곳곳에서 술파는 것을 무제한 허용하고 조장한다. 어떻게든 돈을 더 잘 벌어 세금만 많이 내면 더 격려 받는 사회이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더 쉽게 알코올의 유혹에 빠져 술을 남용하고 중독에 이른 것이다. 그런 결과를 놓고 이제 그들을 모든 사회적 문제들의 가해자로만 다그친다면 무언가 맞지 않는다. 한 개인 술에 덜 빠지고 그래서 모두가 피해를 덜 입도록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w.alj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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