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을 차리는 작은 지혜』 저자 조용옥

나의 레시피는 시골할머니들의 손맛

며느리를 위한 시아버지의 요리법 100여 가지 책으로 묶어

지역내일 2010-11-07 (수정 2010-11-09 오전 9:50:09)
결혼조건으로 남편은 물론 시아버지의 ‘스펙’도 중요하다는 요즘 신세대들. 하지만 갓 시집온 며느리가 집에서 밥을 해먹지 못하고 밖에서 사먹는 것이 안타까워 요리책을 냈다는 시아버지가 있어 화제다. 요리책 『밥상을 차리는 작은 지혜』를 음식 하는 것이 서투른 사랑하는 며느리들에게 주고 싶어 출간하게 됐다는 조용옥(65) 대표. 그는 과연 얼마나 자상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일까. 이런 시아버지라면 다른 어떤 화려한 이력도 부럽지 않을 듯 싶다. 논현동 그의 회계사사무실을 찾았을 때 손수 담근 매실엑기스를 따라주며 “요즘 게가 한창 좋을 때인데 오늘 저녁엔 맛있는 카레 게 찌개 해서 드세요”라며 말문을 여는 그는 이 시대 주부들이 요구하는 ‘딱 맞는’ 남편이자 시아버지 그 자체였다.

며느리 눈높이에 맞춘 소박한 요리
어떻게 하면 건강에 유익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이는 음식 만드는 사람들, 특히 매일 식탁을 차려야하는 주부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같은 음식을 하는데도 지역이나 집안의 풍습, 방법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고 그런 만큼 맛도 제각기 다르다. 그러나 일상에서 만나는 소박한 기본요리는 보편적인 맛을 지향하기 때문에 생활의 지혜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
아들만 둘인 조 대표는 “평소 요리에 관심이 많았지만 처음부터 책을 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면서 요리를 잘 못하는 며느리들에게 하나 둘씩 가르쳐 주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의 책에는 화려한 요리보다는 시골 할머니들의 비법을 듣고 배운 살뜰한 우리 음식들이 나열돼 있다. 가족을 위한 식단으로 빼놓을 수 없는 김치, 국, 나물, 찌개, 조림 등을 비롯해 열무김치, 나박김치, 콩나물국, 육개장, 오이생채, 도라지생채, 곰취나물장아찌, 절임 등의 요리법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이외에도 죽과 전, 계란찜, 막국수, 식혜, 오이지, 된장 담그기, 천연조미료 만드는 법까지 실생활에 필요한 100여 가지 기본 반찬들이 등장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시골 할머니들의 요리비법
“시집온 며느리들이 밥을 제대로 하는지 궁금해 유심히 관찰했더니 모르는 게 많았어요. 그래서 요리 잘하는 지인에게 한 달간 과외(?)까지 시켰는데 그래도 잘 못해서 제가 직접 나서게 된 겁니다”. 조 대표는 이런 이유로 4년 전부터 본격적인 요리강습에 들어갔다고 한다. 주부들 손에 가족의 건강이 달려있고 손자손녀를 위해서라도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1945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인천에서 누나들과 자취생활을 했고, 자취를 하면서 음식을 할 기회가 많아 자연스레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고. 그 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밴더빌트 대학에서 석사(MA)학위를 받았다.
재학시절엔 제1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군 제대 후 복학해서는 제10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 후 국세심판원 행정조세실장, 서초·삼성 세무서장, 대전지방국세청 조사국장을 거쳐 현재는 조용옥 회계사 사무소 대표로 재직 중이다. 바쁜 와중에도 그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고향인 양평에 내려가 직접 농사를 짓고 각종 야채를 키운다. 가능한 한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한 무공해, 유기농 작물들로 가까운 친구나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그에겐 큰 기쁨이다. 

좋은 음식 먹고 욕심 없이 산다
또한 그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시골할머니들의 지혜와 요리비법을 열심히 배우고 익혔다. 예를 들면 여름 이후에 담그는 김치는 고춧가루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줄인 만큼 건고추를 갈아서 넣는다, 감자조림을 만들 땐 전분을 빼기 위해 물에 한번 씻기는 하되 물에 담그지는 말아야 하며 마늘이나 파는 넣지 않는다는 것 등. 또 아무리 사소한 음식이라도 직접 요리를 해봄으로써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었고 그것을 정리하다보니 요리책이 탄생된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소개된 음식들은 모두 우리 집 며느리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라며 좋은 식재료와 양념을 선별하고 고르는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음식은 첫째도, 둘째도 맛이 있어야 한다. 그는 인공감미료나 화학조미료, 설탕을 넣지 않고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기본양념인 국간장, 된장, 고추장의 가장 큰 문제는 염도가 높다는 것이다. 때문에 염분의 사용을 최대한 줄여야 하고, 음식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간조절과 불조절이라고 했다. 또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것도 무조건 레시피에 의존하지 말고 각자 스스로 간 맞추는 요령을 터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나이보다 십년은 더 젊어 보인다는 말에 좋은 음식 먹고 욕심 없이 사는 것이 비결이라며 “우리 손자들은 피자보다 깻잎김치를 더 좋아한다”면서 활짝 웃었다.

사진 이창화(스튜디오 ZIP)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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