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남자 최백호 ‘낭만콘서트’

은유와 상징이 담긴 서정시

서울 공연에 이어 오는 11월 대구에서 만날 수 있어

지역내일 2010-10-29 (수정 2010-10-29 오후 1:27:16)





가을을 이대로 보내기가 아쉬워 친구와 함께 최백호의 ‘낭만콘서트’를 찾았다. 따뜻한 저녁햇살을 받으며 유니버셜아트센터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중년 팬들이 여기저기 서성이고 있다. 저만치 환갑을 맞이한 최백호씨의 대형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적당히 주름진 얼굴과 아무렇게나 흐트러뜨린 머리카락, 덥수룩한 수염에 한없이 슬퍼 보이는 눈빛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그렇게 멀게만 보이던 중년이었는데 최백호씨도 우리도 세월 따라 이렇게 변해버렸다.





새 앨범 타이틀곡 ‘입영전야 두 번째 이야기’
지난 10월 17일(일요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콘서트는 저녁 7시쯤 끝났다. 2시간 여 동안 최씨는 대략 20여곡을 불렀다. 그의 대표적 히트곡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입영전야’, ‘영일만친구’, ‘낭만에 대하여’ 등 주옥같은 노래를 들으며 그곳에 모인 중년들은 저마다 추억에 젖었다. 노래와 노래 사이에 최씨는 곡에 대한 사연이나 노랫말에 담긴 의미를 직접 들려주기도 했다.
본인이 스무 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 첫사랑 연인,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까지 그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노랫말에 실었다고 고백하듯 속삭였다. 특유의 희미한 미소 사이로 들려주는 깊은 목소리와 아름다운 노랫말은 우리 곁에 다가와 수줍게 숨어있는 감성을 깨운다. 다음 달에는 새 앨범을 낸단다. 타이틀곡이 ‘입영전야 두 번째 이야기’이다. ‘입양전야’가 말 그대로 입양전야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군대 간 아들과 아버지가 대화하는, 부자지간의 정이 물씬 담긴 내용이라고 한다. 그의 신곡을 들으며 얼마 전 입대한 아들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기타를 들고 7080세대를 위한 추억의 팝송을 메들리로 들려주었다. 가수와 관객이 하나가 되어 음악으로 소통하는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환갑 맞은 중년 가수와 ‘실연의 달콤함’을 나누다
이어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 적우(붉은 비)가 특별 게스트로 출연해 ‘개여울’ ‘블루의 향기’를 선사했다. 최백호는 부산출신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대부분 영일만으로 기억한다. 히트곡 ‘영일만 친구’ 때문으로 이 노래는 마흔아홉 살에 세상을 떠난 실제 영일만에 살았던 친구(당시 울산MBC 편성부장)를 기리며 만든 곡이다.
그가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군 제대 후 친구의 소개로 부산 서면의 라이브카페인 킹클럽에서 노래를 하면서부터다. 당시 킹클럽은 송창식, 하수영, 이장희 등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거쳐 간 곳. 그러던 그는 1977년에 서라벌레코드사에서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타이틀곡으로 첫 음반을 냈고, 이곡이 크게 히트하면서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그 후 1996년에는 ‘낭만에 대하여’로 대한민국영상음반대상 본상과 KBS ‘가요대상’ 작사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대한가수협회와 싱어송라이터협회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인생을 대변하는 ‘낭만에 대하여’와 ‘열애’를 끝으로 그의 콘서트는 끝이 났지만 우리는 한참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우리들의 아름답던 청춘을 고스란히 그곳에 두고 떠나야 한다는 느낌 때문에 가슴이 저려왔기 때문이다. 변해버린 것은 늙어버린 사람들일 뿐 노래에 담긴 이야기는 그대로였던 것이다.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 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 슬픈 뱃고동소리 들어 보렴/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마는/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이/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김선미 리포터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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