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은 11월 3일부터 12월 3일까지(월요일 휴관) 한국화의 새로운 발상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박병춘의 열아홉 번째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1996년에 열린 첫 전시에서 전통적인 동양화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줌으로써 동양화단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 후 2000년부터는 수묵을 전제로 한 산수풍경과 더불어 고무산수, 분필산수, 라면산수 등의 특색 있는 재료를 이용한 현대적 산수풍경에 전념해 왔다.
이번 전시에는 박병춘의 또 다른 한국화 실험에 도전하는 회화와 설치 10여 점이 미술관 지하, 1, 2층 전시장에서 다양하게 소개된다. 먼저 미술관 1층의 7m 높이에 설치된 ‘폭포’는 마치 한 폭의 산수화에서 볼 수 있는 명상적이고 초자연적 에너지를 전시공간으로 유입시킨 작품이다. 2층 전시장은 그동안 작가가 국내외 오지여행에서 채집한 기억과 자연물로 구성했다. 히말라야에서 만난 풍광, 하늘에서 본 경치와 칠판산수는 박병춘만의 필법과 시점, 일상의 소재를 이용해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으로 표현했다. 지하 전시장에는 작품 ‘비닐산수’와 ‘P씨의 방’이 전시된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싸구려 이미지의 일회용 청테이프와 검은 비닐봉지로 재조립된 사물과 풍경은 플라스틱 냄새 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작업해온 박병춘 작가의 21세기 신(新) 산수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될 것이다.
문의 (02) 736-4371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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