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다’, 정재승의 책 ‘과학콘서트’에 소개된 ‘여섯 단계 게임’의 내용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여섯 단계만 거치면 모두 연결될 수 있다는 이 ‘작은 세상 이론’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몇 가닥의 무작위 연결에 의해 이제 여섯 단계를 거칠 필요도 없게 됐다. 폐쇄사회를 열린사회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런 열린사회에 걸맞게 지식의 사유(私有)를 고집하던 사회는 이제 지식의 공유(共有)가 미덕인 사회가 됐다.
실용적인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지식 생태계’의 활성화를 통해 더 나은 사회발전을 꿈꾸는 진정한 지식인 고우성 지식 PD를 신사동의 휴빅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엘리트 의식에서 벗어나 자아정체성 추구
공대 교수였던 고우성 지식PD의 아버님은 장남인 아들이 교수가 되길 바랐다. 부모의 뜻에 따라 모범적으로 청소년기를 보낸 고 PD는 경영이나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아버님의 뜻에 따라 서울대 전기과를 졸업한 후 미국 USC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고 PD는 “당시, 한국의 좋은 대학을 나와 미국유학 갔다 와서 교수나 대기업 연구원 되는 것이 엘리트 코스로 여겨졌고, 저도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그렇게 살았다. 다시 20대로 간다면, 신문방송학을 공부해 광고 업무를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학문적 배경은 기술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량이 됐다.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떠난 미국유학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체면과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미국인들을 보고 처음으로 자아정체성에 대해 고민했다. 고민 끝에 그는 비즈니스맨이 되기로 결심하고 부모님 몰래 귀국해 대기업인 대우통신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고 PD는 세일즈와 마케팅을 배우기 위해 남들이 기피하는 영업부서를 지원했고 맡았던 프로젝트의 성공 경험은 그에게 시장개척에 대한 자신감과 방법론을 안겨 주었다.
대기업의 경직된 조직 형태에 답답함을 느낀 그는 그 후 외국계 데이터베이스 솔루션 업체 Sybase Korea에서 2년 만에 담당 분야를 업계 1위로 끌어 올렸으며, 98년에는 영상전문 벤처기업 ㈜디비코를 창업했다.
소통을 통한 지식의 나노미디어 모델 제시
고 PD는 벤처기업 경험을 통해 세상을 네트워크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고 지식이 소통되고 거래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여 2002년에 와이즈파트너㈜를 설립한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가는 그의 생각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고, 그는 인생 처음으로 삶의 무게와 실패를 경험했다.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안하고 남산산책로를 걸으면서 방향성에 대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지식사업을 마라톤 같은 긴 여정으로 보자는 것이었다.
고 PD는 “인생이 꼬일 때는 한방에 만회하려 하지 말고, 한 발작 뒤로 물러나 현상을 인정하고 다시 백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우선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한 후 다시 한 번 마라톤을 하자고 생각해, 담배와 술을 끊고, 매일 운동을 하고, 음식도 몸에 좋은 것으로 바꾸었다. 이렇게 3개월을 지내니 정신과 기가 맑아지며, 지식사업도 새로운 관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지식이 공유되는 것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책의 저자를 모시고 생방송토크쇼 형태로 구체적인 관점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지식방송 북포럼(www.Gnaru.com)을 시작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전자신문과 지식방송UTV (http://utv.etnews.co.kr)를 만들어 현재까지 500여회의 ‘지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처음 만든 용어 ‘지식방송’은 매스미디어가 아닌, 전문분야에 관심 있는 그룹을 위한 나노미디어를 추구하는 방송이다.
그는 앞으로 개인이나 기업에게 이득을 주는 실용적인 지식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지식의 생태계’와 새로운 형태의 지식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지식인’은 박사, 교수, 직책 높은 사람이 아니라, 적어도 한 분야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다. 고 PD는 “자기를 연출하는 방법을 모르는 현업의 지식인들이 지식PD와 함께 ‘지식의 생태계’에 접근하여 지식을 개방, 공유함으로써 그 분야를 가려는 사회의 후배들에게 누구보다도 훌륭한 멘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래를 이끌 세대를 위한 청소년 멘토링
고 PD의 꿈은 가난한 계층에게 좋은 음식과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무료로 24시간 제공하는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부가 세습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지식습득의 기회가 박탈되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보며, 당장의 배를 채우는 빵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참된 지식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평한 기회의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올해부터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청소년들이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되어 온?오프라인 상에서 만나 진로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 공유할 수 있는 청소년 멘토링(www.ziggle.co.kr) 방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한 고우성 PD의 고민과 방황,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열정, 소통을 통해 담을 허물고 학문간, 계층간 통합을 이루려는 그의 사회적 책임의식에 갈채를 보내며 그가 꿈꾸는 ‘지식의 생태계’가 활기찬 생명력으로 역동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박찬웅 작가 (스튜디오 ZIP)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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