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는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10년 안에 10억 만들기』, 『누구나 10억은 벌 수 있다』등 서점에는 재테크 서적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재테크 카페가 속속 등장해 맞벌이, 외벌이 가정에 맞는 다양한 재테크 방법들이 선보이기도 했다. 샐러리맨들 사이에 퍼진 재테크 열풍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뛰어 넘을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양치기 목동의 외침이 되었고 투자자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금융위기 이후 예전에 각광받던 재테크 정보들 역시, 차츰 수정을 요구받게 되었고, 이제는 ‘재테크’ 대신 ‘재무 설계’를 통해 인생 전반에 걸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는 투자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제는 재테크 대신 재무 설계의 시대
‘재테크’란 ‘재무 테크놀로지(financial technology)’의 줄임말로 재무관리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의미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부동산, 금,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수단으로 자산을 증식시키는 기술인 재테크 역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리스크가 커진 금융환경에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많은 투자자들은 성장이나 수익위주의 투자 대신 좀 더 안정적인 투자를 선택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분위기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리는 재테크 대신 인생 전반에 걸친 목표설정과 계획으로 이어지는 재무 설계에 대한 인식을 더욱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재테크와 재무 설계는 어떻게 다를까? 자산을 증식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비슷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고 그렇다보니 결과 역시 큰 차이를 가져온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재테크는 여러 가지 수단으로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기술인 반면 재무 설계는 ‘1년 후 사용할 결혼자금’이나, ‘2년 후 구입할 내 집 마련 자금’, ‘6개월 후부터 시작될 대출상환’처럼 목적이 뚜렷하고 자금을 활용해야 할 기간이 분명하게 정해진 상태에서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다.
중앙EIP 박영재 재무 설계 전문위원은 “재테크가 돈의 개념에 가깝다면 재무 설계는 인생의 개념에 더 가깝다”며 “짧은 기간에 수익을 얻기 보다는 인생에 필요한 자금을 재무 목표를 세워 자산을 분석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속도로 변하는 금융환경에 대비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면 ‘시기를 잘 타서,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한 번에 큰돈을 벌었다’는 성공담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사실, 쥐만 잘 잡는다면 흰 고양이든 검은고양이든 상관치 않겠다는 90년대 중국의 개방 정책처럼 왜 ‘재테크 대신 재무 설계를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IMF 사태이후, 2000년 초반 경제가 차츰 회복되면서 시작된 저금리 기조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사실상 살인적으로 치솟는 물가에 비하면 마이너스 금리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다. 재무 설계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금융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은행에서 판매했던 금융상품들은 거의 확정금리에 모든 상품에 비과세나 절세혜택이 들어있었다. 원금 손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으며 금융상품을 가입할 때 만기해지 금액까지 확인하고 은행 문을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 통합법으로 인해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반 예금은 이자율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상품들이 주식시장과 연동되어 원자재, 환율 등의 파생상품과 연계되어 있다. 실제로 내가 가입한 상품이 어떤 시장에 어떻게 투자되고 있으며 그로인한 수익률은 어느 정도인지 그 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가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불어 금융 상품별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상품이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것은 기본에 한번 상품에 가입한 이후 시장의 흐름을 잘 확인하지 않으면 다양한 돌발변수와 악재가 생겨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정경제의 변화, 은퇴 후의 삶을 위해
재무 설계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기업들의 상시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감축으로 인한 가정경제의 변화에 있다. 이미 오래전에 유행한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처럼 40대 중반이면 퇴직이후를 고민해야 하며 여기에 하늘높이 치솟기만 하는 물가와 사교육비로 인해 많은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1~2년 후를 보는 투자가 아닌, 재무 설계를 통해 물가상승률과 투자에 따른 비용 분석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령화 시대, 은퇴 후 생활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0세로 넉넉히 잡아 50대에 퇴직한다 해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평균 30년의 세월을 직업 없이 살아가야 할 형편에 놓인 것이다.
박영재 전문위원은 “평균수명은 1년에 6개월씩 늘어나고 있으며 특별한 질병에 걸리지 않는 한, 120세를 바라보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물가는 치솟는 반면 국민연금 지급액은 줄어들어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리포터 icoco19@paran.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