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위한 철거과정에서 많은 진통을 겪고 있는 소사구 범박동에 지난 25일 하마터면 소중한 목숨을 앗아갈 뻔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지난 9월25일 오후 3시쯤 철거를 둘러싸고 철거반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주민 정진규씨(59세)가 철거에 반발,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건재상(범박동 41번지)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르면서 일어났다. 불이 나자 가게는 삽시간에 불바다가 돼 전소됐으며, 정씨의 몸에도 불이 옮겨 붙어 긴급 출동한 119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정씨는 평소에도 건재상 안에 있는 칠판에‘시너 휘발유 등이 있으니 강제 철거 시 불을 지를 수도 있다’는 글귀를 적어 두었다고 한다.
현장 철거를 담당했던 장단건설의 황도상 소장은 “건물주인과 함께 확인 차 들어가 (세입자인) 정씨에게 전세금을 돌려 받은 곳만이라도 철거를 하자니까 갑자기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뒤 불을 질렀다”면서 “우리가 의자로 유리창을 깨줘서 그나마 정씨가 나올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씨는 현재 다리 옆구리 얼굴 등에 3도 화상을 입고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번 사고는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범박동 철거과정에 늘 안고 있던 불씨 중의 하나가 터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 8월12일에도 세입자들과 철거반 사이에는 심한 물리적 충돌이 있었으며(본보 8월16일자 참조) 그 후에도 크고 작은 충돌은 계속됐다고 한다. 범박동에는 아직 이주대책이 없거나 건축주와의 보상 협의 등이 마무리되지 않아 남아있는 주민이 60여 세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을 비롯한 관계당국의 안전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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