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노년이 아름답다

“현역으로 일하는 지금이 인생의 전성기입니다”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 서현석 상임지휘자

지역내일 2010-10-07


강남구의 자랑인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서현석씨. 13년째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가고 있으며 현재 서울윈드앙상블 음악감독과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역임하고 있다.
매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지휘자 중에 최고령으로 올해가 칠순이다. 지휘자로 정년도 없이 열심히 일하는 그의 모습에서 완숙한 음악의 열정과 삶의 연륜이 보인다. 나이도 잊고 정열적으로 일할 수 있는 그의 비결은 무엇일까.  


트럼펫 연주자에서 지휘자로 인생진로 바꿔
트럼펫을 전공한 서현식씨는 서울 음대 1학년 때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단원으로 활동할 만큼 실력파 학생이었다. 그는 학교에서 가장 먼저 연습을 시작하는 학생이었고 가장 늦게까지 연습하는 학생으로 유명했다.
캠퍼스 커플로 피아노 전공 여학생과 결혼한 그는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고도 유학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었던 그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 위해 시계수리와 피아노 조율을 배웠지만 비자 사기를 당해 이민이 좌절되기도 했다. 그즈음 그는 과로로 구완와사에 걸려 트럼펫을 연주하는 것이 어렵게 되자 큰 실의에 빠졌다. 그때 그 일로 당시 임원식 KBS 교향악단 지휘자로부터 지휘 공부를 권유받았고 트럼펫 연주자에서 지휘자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그 후 1970년대 초 목관 금관 악기 부분의 유학생 1호로 독일로 유학을 떠났으며 그곳에서 트럼펫 연주와 지휘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그는 피아니스트인 아내가 국내에 남아 남편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 남편의 뒷바라지를 했기 때문에 유학이 가능했다고 아내에게 평생 고마워한다. 
유학에서 돌아와 국립교향악단, KBS 교향악단의 수석주자로 활동했으며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또한 우리나라 최고수준의 목금관악단인 서울윈드앙상블을 창단해 30년간 이끌어 오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22년간 살았던 그는 55세에 강남구청 측으로부터 강남구립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1997년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게 되었다. 



지금이 인생의 전성기
서현석 지휘자는 65세에 한국종합학교 음악원의 교수직에서 정년퇴임을 했지만 여전히 지휘자로서 바쁘게 살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에 3층 집을 짓고 살며 아내 김덕희씨와 함께 소누스라는 음악기획활동도 하고 헤이리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도 하고 있다. 
현재 73명의 단원이 연중 60회 정도 연주하는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최고 교향악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음반제작에도 열의를 보여 1998~2002년까지 3년 동안 강남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매해 교향악 축제에서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과 5번 그리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 5번의 연주 실황을 CD로 출반했다. 또 우리나라 교향악단으로는 처음으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베토벤 교향곡 9개 전곡을 출반했다. 현재 ‘브람스 교향곡 전 곡 녹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2009년에는 교향곡 제4번을, 올해는 1번을 발매했다. 내년에는 3번을 출반할 예정이다.
강남심포니가 지금까지 출반한 실적은 국내 음악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서 지휘자는 “연주 수준을 걱정해 베토벤 교향곡 1번을 녹음하는 것을 3년을 미뤄야 했다”면서 “첫 녹음 마치고는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한 것처럼 감격해 눈물이 났다”고 말한다. 
그는 혈압이 높고 당뇨가 있지만 매일 열심히 운동하면서 관리하기 때문에 일상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헤이리의 집에서 아내와 함께 텃밭을 가꾸며 여유 있게 살아야 하는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그렇지만 그는 친구나 동료들이 거의 은퇴하고 무료하게 지내는 것을 보면, 자신이 아직도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며 지금이 인생의 전성기가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만 보고 살았던 인생
서 지휘자는 아내의 도움으로 독일 유학을 할 수 있었고 또 평생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면서 오늘날의 자신이 있기에는 아내의 공이 가장 크다고 연신 강조한다. 사업을 하는 큰 아들과 아버지처럼 지휘자의 길을 걷는 작은 아들이 모두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며 자신도 지금까지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는 평생 다른 일에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음악 밖에 모르고 살았지만 크게 후회하지 않은 삶이었다고 말한다. 단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제일 마음에 걸린다. 그는 지금까지 살고 보니 남의 돈을 탐내지 말고 정직하게 살아야하며, 어떤 환경에서도 근면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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