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 꽃마을한방병원 강명자 원장

한방(韓方)의 우수성 세계에 알리는 ‘삼신할미’

지역내일 2010-10-07




임신중독증에 걸린 어머니가 분만을 시도하다가 아이는 사산되고 복막염까지 겹쳐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포기하라는 말만 했다. 복막염 증상으로 복부가 심하게 팽창된 어머니를 그대로 퇴원시킬 수밖에 없었다.
한의학을 연구하던 아버지는 한약 처방을 내리고 민간요법을 동원해 어머니를 보살폈다. 3일 정도가 지나자 무섭게 부풀어 올랐던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어머니가 살아나셨다. 이렇게 한의학의 효과를 생생하게 목격한 큰 딸은 한의과대학에 진학해 국내 여성 한의학박사 1호가 된다. 바로 꽃마을한방병원 강명자 원장이다.


국내 여성 한의학박사 1호
동덕여고 50회 졸업생인 강 원장은 지난 9월 초, 동덕창학 100주년 기념식에서 ‘자랑스러운 동덕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1 때 전교 1등을 했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강 원장은 1학년 말부터 어머니 병세가 악화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러다보니 전교 1등자리를 놓칠 수밖에 없었고 너무 속상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새롭다.
한의사가 되라고 말을 한 적도 없는데 스스로 경희대 한의과대학에 진학한 딸을 보면서 아버지는 기특할 따름이었다. 한의대에서 유일한 여학생이었던 강 원장은 한자로 된 어려운 한의학 용어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 본과 3년 내내 장학생이었고 등록금 면제는 물론 생활비까지 제공되는 특대생으로 뽑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수석 졸업까지 한 비결을 묻자 강 원장은 “홍일점이다 보니 서로 눈치를 보면서 감히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남학생들 때문에 외롭게 공부만 한 덕분이었다”며 웃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꿈을 접고 한의원을 개원했다. 개원을 하자마자 그 당시 유행했던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 한의사로 잡지에도 소개가 될 정도였다. 그렇게 4년이 지난 후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고 1985년도에 ‘한방 여성 불임증 치료실험 연구’로 박사학위를 땄다. 국내 최초의 여성 한의학 박사가 탄생한 것이다.



자연임신으로 심신이 건강한 아기 낳게 해
강 원장이 불임치료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불임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90년대 초에는 강 원장의 진료를 받으려면 예약 후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강 원장은 아기를 갖지 못하고 있는 부부의 건강부터 관리해 타고난 자생력에 의해 ‘자연임신’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연원리로 임신이 돼야 심신이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면심리학을 따로 공부해 엄마, 아빠가 될 사람들이 우선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함으로써 효과를 높이기도 했다. 몸을 추스르는데 보통 6개월 정도 걸리던 것이 심리적인 안정과 자기암시기법을 사용한 후로는 3개월 정도로 기간이 단축되면서 임신도 빨라졌다.
지방에서 소개로 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특히 김천에서 온 환자들은 모두 자연임신이 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다. 그 중 맨 처음으로 와서 아기를 갖게 된 이가 “삼신할미가 따로 있나요. 아이를 낳게 해준 선생님이 바로 삼신할미죠”라는 말을 하고부터 강 원장은 ‘삼신할미’로 불리게 되었다. 그 이후 불임치료 사례와 기고문 등을 모아 펴낸 책의 제목도 ‘삼신할미’였다.
강 원장은 지난 6월 한방과 양방을 아우르는 진료 시스템을 갖추고 서초동에 꽃마을한방병원을 재개원 했다. 특히 한, 양방 종합검진센터는 기존 양방 검진만의 한계를 한방 협진으로 극복한 경쟁력 있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연간 의료투어 인원이 1천여명이 넘는 경주 꽃마을한방병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강 원장은 한방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열심이다. ‘한방불임 치유법’을 일본어로, ‘아기는 반드시 생깁니다’는 중국어로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월에는 미국 하버드대학 보완대체의학연구소와 공동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가 SCI급 국제보완대체의학지에 실리기도 했다.


공익을 위한 명경의료재단 설립
강 원장은 공익을 취지로 남편인 서울대 철학과 황경식 교수와 ‘명경의료재단’을 설립했다. ‘명경’은 각자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서 지은 것이며 현재 황 교수가 이사장으로 있다. 명경의료재단은 1997년부터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해 순회강연을 여는 ‘다산기념 철학강좌’를 10여 년 간 후원하고 있기도 하다.
강 원장은 그동안 병원 일에 전념하느라 정작 세 딸에게는 운동회 날조차 엄마가 오지 않아 슬펐던 기억을 안겨준 미안한 엄마다. 반포고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첫째는 단편영화 제작 및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고, 의료경영을 전공한 둘째는 박사논문을 앞두고 있으며 막내는 현재 산부인과 레지던트 3년차로 엄마를 도와 병원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강 원장은 이렇게 잘 자라준 세 딸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강 원장이 병원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명경의료재단의 운영을 도맡고 있는 황 이사장과, “엄마는 병원일밖에 몰라 보호대상”이라며 언제나 엄마를 이해하고 챙겨주는 세 딸이 강 원장에게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사진 김재윤 작가(스튜디오 ZIP)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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