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인터뷰/ 일하는 노년이 아름답다 - 서초동 삼호아파트 이득용 경비반장

일하는 기쁨으로 노년을 달린다

책임감만큼은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아

지역내일 2010-10-07


서초구 서초4동 삼호아파트에 가면 이효리를 닮은(?) 인상 좋은 아저씨 이득용(63)씨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매번 들어오고 나가는 주민들 한 명 한 명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은 물론 매력적인 이효리표 눈웃음까지 날려준다. 아저씨의 상쾌한 아침인사를 받으며 출근하는 주민들은 절로 신바람이 나고, 귀가 길에 받는 인사는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또한 그는 모든 주민들의 크고 작은 대소사를 해결하는 해결사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의 주변에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고 말문을 여는 그를 만나 행복한 노년을 가꾸는 비결을 들어보았다.




한결같은 성실함과 정직함이 재산

‘100세 장수법’의 저자인 미국의 토머스 펄스 하버드대 의대교수는 “미국의 100세 이상 노인 1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평균 78세까지 생업에 종사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이정재 교수는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독일의 경우에도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자가 상당수에 이르고 매년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는 주로 양로원에서 생활해 온 사람들로 무가치한 인생이라는 허무함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전했다.
일하면서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자 하는 열망은 세계적 추세다.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인 것은 일하는 것이 노년의 삶에 자신감과 활력을 준다는 것.
“그동안 일하던 곳에서 작년에 정년을 맞게 되었지요. 하지만 아직도 젊은 나이고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거리를 찾았습니다”
삼호아파트의 이득용 반장은 작년 10월에 이곳으로 부임해와 3개월 만에 경비반장이라는 직함을 따낸 초고속(?) 승진자이기도 하다. 황해도가 고향인 그는 어렸을 적 서울로 내려와 영등포, 홍제동 등에 살면서 가난하고 힘든 유년기를 보냈다. 학교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해 영업사원으로 열심히 뛰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가 변함없이 보여준 성실함과 정직함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그 후 1983년부터 이곳 삼호아파트에서 경비 일을 시작했다. 1992년에는 좀 더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 광장동 워커힐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다 작년에 정년퇴직을 맞게 된 것. “젊은 동료들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일에 대한 전문성도 키웠다”는 그는 자신의 일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긍지를 나타냈다.



스스로를 낮추는 일이 우선

이 반장은 85세인 노모와 문화관광부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는 아내 그리고 1남 2녀를 두었다. “둘째딸은 결혼했고, 첫째와 막내는 직장 다니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는 그는 “특히 어머니께서 맞벌이인 우리 부부를 대신해 아이들도 키워주셨고 아직까지도 건강하고 정정하시니 무엇보다도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새벽 6시부터 그 다음날 새벽 6시까지 격일제로 고단한 일을 하면서도 “젊은이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못하는 일을 하려면 먼저 스스로의 자세를 낮춰야 합니다. 또 현역시절부터 차근차근 노후에 할 일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고요”라며 소신을 밝힌다.
삼호아파트 관리소 강병훈 소장은 “이 반장은 경력도 풍부하지만 워낙 성실하고 주변의 평판이 좋아 경비반장으로 추천했다”면서 노모를 끔찍이 사랑하는 효자인데다 지역사회에 일조한다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보기 좋다고 칭찬했다. 인생 100세 시대인 요즘에는 모두 세 번의 정년을 맞이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제3자가 정년을 결정하는 고용 정년, 두 번째는 본인 스스로가 정하는 일의 정년, 세 번째는 세상을 떠나는 인생 정년이다.
현재의 60대 이후 세대는 평생 일관된 직장생활과 더불어 자녀교육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던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들의 노후는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것이 사실. 이 반장은 “평균수명이 늘어 90세까지는 살아야 하는데 일없이 노년을 보낸다는 것은 죽음을 앞당기는 일”이라며 열정 있는 사람은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며 스스로 일자리를 찾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남은 여생을 남을 위해 봉사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 있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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