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문화가족 비애, 대책없나?

지역내일 2010-10-05
다문화가족 비애, 대책없나?
박섭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처가댁에 결혼이민자가 있어 추석 연휴 때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름이 ‘빅토리아’라는 필리핀 여성으로 전문대까지 졸업한 나름대로 스마트한 이민자다. 영어 구사능력이 있어 현재는 외국어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휴일이면 그들만이 만나 기쁨과 슬픔을 나눈다고 하는데, 결혼이민여성들의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어렵고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당장은 한국말이 서툴러 생활하는 데 불편함과 사회 적응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한, 임신 및 출산시 병원이용의 어려움과 아동 보육과 교육이 힘들다고 한다.
더욱이 애들이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면 또래 친구들이 “너희 나라로 가라”며 놀리기도 하여 가슴 아픈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너희 나라로 가라”니, 도대체 있을 법한 얘기인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사람인데 어느 나라로 가란 말인가.
또래 아이들이 뭘 알아서 도대체 그런 말들을 하겠는가. 이 모두가 다문화가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편견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와 무관심한 어른들의 탓이다.

한국어 교육 서비스 시급
다문화가족은 결혼이민자 또는 귀화허가를 받은 자와 출생시부터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을 말한다.
이 중 결혼이민자는 주로 국적이 한국계 중국인, 중국, 베트남, 일본, 필리핀 등이다.
법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5년 기준 7만5011명(남성 8352명, 여성 6만6659명)이며, 2009년은 12만5087명(남성 1만5876명, 여성 10만9211명)으로 매년 평균 약 1만명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또한 결혼이민자의 자녀는 행정안전부 자료에 의하면 2009년 기준 10만3484명(남성 5만2842명, 여성 5만642명)에 달해 그 수가 상당하다.
갈수록 결혼이민자와 자녀의 수는 늘어날텐데 이들의 비애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그들의 고통은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생각된다.
결혼이민자와 자녀의 고통을 헤아려 나름의 대책은 없는지 제언해본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은 한국어 구사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일단 말을 할 줄 알아야 어디가 가려운지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 서비스가 시급하다 하겠다.
둘째, 한국생활에 필요한 기본정보 제공과 교육이다. 국가간 문화의 차이와 한국 전통예절 및 생활문화를 이해시키고, 다양한 직업교육·훈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하루빨리 사회에 적응토록 해주는 것이다.

다양한 교육지원 대책 마련해야
셋째, 결혼이민 여성의 산전·산후 건강관리와 출산자녀의 교육을 지원해주는 일이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임신, 출산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건강검진, 영양과 건강에 대한 교육, 산전·산후 도우미 파견 서비스와 아동이 또래집단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 증진이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국민의 사회적 차별 및 편견을 예방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다문화 이해교육과 홍보를 국가와 지자체는 물론 민관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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