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여고 ‘다문화 동아리’는 새터민(북한이탈주민)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온 이주민과 교류하면서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을 한다. 지난 해 동아리 회원들은 탈북청소년과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형성하고 그들과 또래문화를 주고받으며 문화적인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1~2학년 40명의 동아리 회원들은 탈북청소년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으며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친구로 지내는 장한 학생들이다.
멘토와 멘티로 함께 다양한 경험해
교육과학기술부는 2006년 초중고 탈북학생 수가 474명에서 올해 1417명으로 3.8배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탈북 청소년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에서 문화적인 이질감과 소외감을 느낀다. 또한 탈북과정 중에 오랫동안 공부하지 못해 우리나라 학생에 비해 학력과 학령의 격차가 심하고 가정이나 생계문제로 학교와 사회 적응을 힘겨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달 13일 경기여고 학생과 탈북청소년들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리는 탈북청소년 지원기금 마련 드림콘서트에 함께 갔다. 콘서트에 가기 전에 영화 ‘해운대’도 보고 이대주변을 다니면서 스티커 사진도 찍으며 보통 학생들이 하는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임수영(2학년)양은 “새터민 친구들이 너무 즐거워했어요. 앞으로도 그 친구들이 누구와 함께 다니든지 늘 즐겁게 지냈으면 해요”라며 의젓하게 말한다. 김주영(고2)양은 “드림콘서트 마지막에 다같이 ‘나의 살던 고향’을 부르는데 순간 통일이 된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벅차고 울컥하며 눈물이 났어요”라며 당시 상황을 말했다.
지난해 가을에는 1박2일로 경기도 양평군 ‘외갓집 농촌 체험마을’에서 탈북청소년과 함께 농촌체험을 했다. 또 경기여고 조리실에서 북한과 우리나라 음식을 서로 만들었다. 장보는 것이 서투른 탈북학생들과 함께 장도 보고 음식도 만들면서 서로를 이해했다. 허주희(2학년)양은 “새터민 친구와 유부초밥과 비슷한 두부밥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처음 먹어본 맛인데 무척 맛있었다”고 말했다. 지도를 보면서 청계천이나 창덕궁 전쟁기념관 등 문화재를 찾아가는 방법도 알려주고 구경도 다녔다. 남북한 청소년들이 KBS 방송에도 함께 출연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올 초에는 ‘하나되는 나들이’ 겨울 캠프에서 함께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다. 황지영(2학년)양은 “우리는 새터민 친구에서 스케이트 타는 것을 가르쳐주고 그 친구들은 우리에게 썰매를 더 재미있게 타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또 남북한 청소년 놀이 문화에 대해 역할극을 했는데 서로 역할을 바꿔하면서 서로 많이 알게 되더라구요”라고 한다.
봉사가 아니라 문화의 교류
다문화 동아리 학생들은 북한에 대해 관심도 갖게 되고 분단의 현실도 잘 안다. 무엇보다 탈북 청소년과 교류를 하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려는 마음이 가장 크다. 김주영양은 “새터민 친구들은 죽을 뻔했던 경험을 한 친구들이라 누구든 쉽게 믿지 않으며 의지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하며 그들의 씻을 수 없는 마음의 고통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임수영양은 탈북 청소년을 만나기 전에 그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하고 또 사상이 다르게 살았으니 우리와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막상 만나고 보니 같은 또래라 유행하는 노래,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관심사가 비슷해 안심했다. 허주희양은 그 친구들은 우리나라가 좋다는 표현을 쉽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역경을 딛고 넘어왔는데 아직 좋은 경험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추측할 뿐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의젓한 여고생
이 동아리 지도교사인 임병우씨는 탈북청소년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교사로서 탈북청소년이 한국의 자본주의 경쟁체제와 경쟁적인 교육체제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고 또 문화적인 충격을 받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는 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경기여고 학생들이 봉사활동의 차원을 넘어서 ‘가치관이 바뀌었다’고 하는 것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다문화 동아리 학생들은 새터민 친구들에게 봉사한다는 생각보다 서로 문화 교류를 한다고 생각한다. 임수영양은 “그들을 돕는다는 것 보다 서로 마음을 열고 진정한 친구가 되려합니다”라며 “우리 모두 새터민에 대해 편견을 버리고 차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호소한다. 김주영양은 “사회에서 새터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길 바라며 우리 동아리 친구들이 훗날 남북통일을 이루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라고 말한다.
황지영양은 전에 인권분야에 관심이 많아 세계에서 고통 받는 난민에 대해 국제적인 시각을 갖으려고 유학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새터민 친구들을 첫 번째 만나고 나서 진로를 바꿨다. “외국에 나갔을 때 한국에서는 새터민 문제에 대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제게 물었을 때 제가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기더라구요. 우리나라에도 새터민 문제 등 할 일이 많아요. 국내 대학에 진학에 이 문제를 더 공부하기로 했습니다”라고 황양은 말한다.
이희수 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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