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스 바자 한영아 대표

나누고 돌려쓰는 리사이클 문화 정착시키고 싶어

강남 최초의 벼룩시장, 애나스 바자 창시

지역내일 2010-08-31 (수정 2010-08-31 오전 10:17:51)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벼룩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홍대 앞을 시작으로 뚝섬유원지까지 이제 벼룩시장은 대중에게 소소한 재미거리를 주는 명소로 꼽히고 있다. 강남권에서 유명한 벼룩시장으로는 애나스 바자와 노리마켓, 데일리 프로젝트, 블링 플래툰 나이트, 서초구청 앞 등 5곳 정도를 손꼽을 수 있다.
벼룩시장이 처음 시작된 것은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자신의 물건을 나누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어느덧 벼룩시장이 우리 문화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10년, 2003년 4월, 강남에서 처음 벼룩시장을 시작한 ‘애나스 바자’ 대표 한영아씨를 만나 그녀의 삶과 강남에 벼룩시장이 자리 잡게 되기까지의 진솔한 이야기를 함께 나눠봤다.  




버버리, 신세계 인터내셔널, 샤넬 등 화려한 경력
애나스 바자 한영아 대표는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고고학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지낸 아버지의 권유로 중문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류사업을 했던 할아버지의 영향이었을까? 졸업 후 뉴욕 FIT 대학의 ‘패션바잉 앤 머천다이징’ 관련 패션 비즈니스학과에 진학했다. 당시 패션으로 유명한 학교는 파슨스와 FIT가 있었는데 파슨스가 순수미술이 강한 반면 FIT는 기업체 출신 교수들이 많았고 실용적인 커리큘럼인데다 주립대학이라는 장점 때문에 FIT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FIT 졸업 전 미국 버버리사에서 인턴을 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졸업과 동시에 버버리에 입사했다. 당시 부시 정권은 클린턴 정권과는 달리 유학생의 취업이 어려운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턴을 하면서 보여준 좋은 인상과 성적, 그리고 동양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상사를 만나 패션의 중심 뉴욕 5번가에서 행복한 뉴요커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갑자기 찾아온 향수병에 5년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귀국했다.
귀국 후에도 신세계 인터내셔널 해외 사업부에서 일하면서 펜디, 에스까다. 제냐 등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는 일을 맡게 되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여자가 매니저로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프랑스 회사인 샤넬 코리아로 회사를 옮겼다. 샤넬 코리아의 경험은 값진 것이었지만 좀 더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업무를 찾아 홍콩의 글로벌 기업인 리앤펑 코리아에서 머천다이저로 일을 하게 됐고 그 후 동아 TV 마케팅 국장으로 일하다 프리랜서 활동을 잠시 한 후 회사 생활을 접었다. 






애나스 바자의 모토는 ‘리사이클’
보기에는 내성적일 듯 보이지만 한영아 대표의 성격은 대담하면서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손에서 일을 놓을 수 없었던 그녀는 우연히 2003년 4월 패션계에 몸담고 있는 친구 6명과 함께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안 쓰는 물건’을 물물교환 형식으로 나누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초대장까지 만들어 재미있는 이벤트로 시작했던 그 일이 애나스 바자의 시작이다.
사실 여성이라면 사놓기만 한 옷이나 한 두 번 밖에 사용하지 않은 신발, 가방류가 제법 있다. 나는 사용하지 않지만 그 물건들이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어 다시 활용된다면 그 물건은 새 생명을 얻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환경보호 뿐 아니라 자원활용에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 애나스 바자는 물건을 구입하고 만족스러워 하는 주변의 요청에 의해 몇 차례 더 강남의 카페와 플라워 숍, 와인바 등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2004년 3월.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자체 내 옥상에 있는 하늘공원에서 ‘그린마켓’ 을 함께 개최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한영아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10개 넘는 라운드 테이블에 한가득 물건을 준비했었는데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에 모두 판매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회상했다.
특히 강남의 내로라하는 패셔니스타들이 줄을 서서 물건을 사려고 기다리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사실 부자동네로 인식된 강남에서 중고를 판다는 것은 어찌 보면 어불성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목 있는 강남 사람들’은 애나스 바자의 싸고 좋은 물건들을 알아봤던 것이다. 그렇게 5회에 걸쳐 모아진 그린마켓의 수익금은 백화점을 통해서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했다. 




주인장의 안목과 엄격한 회원제가 성공 요인
현대백화점과의 그린마켓 공동주최로 강남권 내에 ‘애나스 바자(http://cafe.naver.com/annasbazar)’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온라인 카페도 활성화되었다. 그리고 다른 벼룩시장과는 달리 회원제로 운영되는 차별점이 강남의 까다로운 고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강남 사람들은 좋은 물건을 고르는 안목도 갖고 있지만 어떤 사람이 썼던 물건인지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오픈되기를 희망했다. 그런 점에서 애나스 바자의 회원제는 적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패션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주인장의 패션 안목도 애나스 바자가 입소문 나는데 한몫했다. 현재 애나스 바자의 온라인 회원 수는 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온라인 카페가 활성화되면서 회원 스스로 직거래를 희망하기 시작했고 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지금은 카페 내에서 관심 분야가 같거나 선호하는 스타일이 비슷한 회원끼리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 정도로 가족처럼 편안하고 친밀한 분위기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강남에 대한 오해 많아
한영아 대표는 강남에 산다. 미국 유학 기간과 신혼 초를 제외하고는 줄곧 강남에서 살아왔다. 강남에 살고, 강남에서 일하다보니 가끔 ‘강남 사람들’에 대해 오해하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고 했다. ''강남 사람들은 부자다, 사치스럽다, 과외 많이 시킨다, 극성 엄마들이 많다'' 등등의 곱지 않은 시선들이다. 하지만 강남 토박이라는 주변 지인들을 둘러보면 다들 검소하고 자신의 분수 이상의 과욕을 부리는 사람이 없다. 강남 사람들은 의상은 수수하게 하되 가방이나 신발에 포인트를 주는 정도로만 멋을 부린다.
오히려 강남 사람들의 의식은 다른 지역 보다 깨어있는 것 같다. 사실 비강남권에서 벼룩시장을 열었을 때 계산 직전에 “이거 중고였어요? 사람을 뭘로 보고…안사요!”라며 중고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 적도 있다. 하지만 강남 사람들은 세컨드 핸드라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고 중고 아이템이라 할지라도 좋은 물건을 싼 값에 산 것에 기뻐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의식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전한다. 




벼룩시장의 베이스캠프 역할 하고파 
한영아 대표는 애나스 바자의 뜻이 맞는 회원들과 함께 ‘컴패션’을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의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한영아 대표도 5년째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 남자 아이가 있다. 우리에겐 허투루 쓸 수도 있는 3만 5천원으로 그 아이들에게 풍족하고 행복한 삶을 선물할 수 있다면 앞으로도 많은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또한 벼룩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곳저곳에서 많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애나스 바자가 벼룩시장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영아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누고 돌려쓰는 리사이클 문화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매월 말 MAKI 청담 본점에서 오프라인으로 애나스 바자가 열린다. 비오는 오늘도 이틀 후 있을 바자 준비를 위해 여념이 없는 그녀의 모습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김기정 리포터 kimkichoung@hanmail.net
사진 이운영 (studio zip)
장소 MAKI (청담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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