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대학 가자③

김찬휘, 대학입시의 진실을 말하다

이과는 수리(가)형, 문과는 수리(나)형?

지역내일 2010-08-27

전략적 과목 선택이 대학을 가른다


‘이과는 수리(가)형, 문과는 수리(나)형’이라는 오랜 통념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다. 학교에서 자연계 학생에게는 수리(가)형 수업을, 인문계 학생에게는 수리(나)형 수업을 일방적으로 배정하는 탓일 수도 있다. 그렇게 1년쯤 수업을 받다보면 수능에서도 별다른 생각 없이 그대로 선택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다보면 이과생으로 자존심이 수리(가)형에서 나오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이성적인 선택이 아니다. ‘불합리한 관성’일 뿐이다. 6월 모의평가를 마친 시점에서도 수리(가)형 성적이 5등급 이하라면 미련없이 수리(나)형으로 전향해야 한다.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연재 순서
①복잡한 수시 전형, 6개로 끝낸다
②수시도 수능으로 간다
③전략적 과목 선택이 대학을 가른다
④SKY 수시 경쟁률 1/10으로 낮춰보라
⑤수시 지원 10계명



수리(가)형 얼마나 불리한가?
[표 1]은 수리(가)형과 수리(나)형으로 같은 원점수을 받았다고 가정할 때의 표준점수와 백분위점수를 나타낸 것으로, 경우에 따라 점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그리고 차이가 나는 점수와 비율을 수치로 표현해보았다.
기본적으로 같은 원점수일 때 수리(나)형은 수리(가)형보다 한 등급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원점수 60점일 때를 기준으로 상세하게 비교해보자.


[표 1] 수리(가)-(나)형 원점수에 따른 표준점수와 백분위의 변화(2010학년도 수능)



원점수 60점이면, 수리(가)형은 표준점수 104점, 수리(나)형은 표준점수 111점이다. 수리(나)형을 선택했을 때 7점을 더 얻을 수 있다. 백분위점수는 수리(가)형이 54점, 수리(나)형이 68점으로, 수리(나)형을 선택하면 14점이나 더 얻을 수 있다.
원점수가 50점, 40점으로 내려갈수록 수리(가)형과 수리(나)형의 점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원점수가 40점이면, 수리(나)형이 표준점수는 14점, 백분위점수는 28점을 더 얻는다.
이로써 첫 번째 결론에 도달한다. 수리(가)형 4등급 이하라면, 수리(나)형으로 변경하면 표준점수든 백분위든 더 높은 수리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수리(가)형 성적은 갈수록 떨어지는 것이 필연
수리(나)형으로 전향하지 않고 수리(가)형을 고수하는 많은 자연계 수험생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데 분명히 내 점수는 오를 거야’라고. 그런데 [표 2]를 보고나면 그마저도 낙관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표 2] 2010학년도 시기별 수리(가), (나)형 응시자 수 변화



3월, 6월을 거치면서 11월 수능에 이르면 수험생 가운데 약 10%가 수리(가)형에서 수리(나)형으로 전향한다. 누가 수리(나)형으로 바꾸는 것일까? 물어보나마나 당연히 5등급 이하의 하위권 학생들이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6월, 9월을 거치면서 점점 빠져나간다. 6월 모의평가에서 성적을 유지했더라도 실제 11월 수능에서는 성적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수능에서의 성적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표 3] 재학생과 졸업생의 시기별 응시 인원(2010학년도)



게다가 6월, 9월 모의평가에는 졸업생들 가운데 절반밖에 시험에 응시하지 않다가 11월 수능에서 대거 등장한다([표 3]). 자그마치 6만 명 가량이. 성적이 좋은 수험생들이 수능에 대거 응시하는 것이다. 서울대 경우를 보면, 합격생 가운데 재수 이상인 학생의 비율이 해마다 32~36%에 이른다.
수리(가)형 선택자의 입장에서 정리하면, 수리(가)형 성적이 자신보다 낮은 학생들은 계속해서 수리(나)형으로 전향하고, 수리(가)형 성적이 자신보다 좋은 학생들은 수능 때 대거 증가한다. 즉, 원점수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상대적 위치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객관적’ 상황은 ‘주관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수능의 비극이다.


수리(가)형 가산점… 사실은 가산점이 아니다
‘그래도 수리(가)형에는 가산점이 있는데...’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가산점, 과연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자.



[표 4] 대학별 수리(가)형 가산점 적용 기준



서울산업대의 35%를 제외하면 대체로 대학들이 5~10% 정도 가산점을 준다([표 4]. 지면 관계상 가산점을 주는 대학들을 다 열거하기 힘들다. 자세한 사항은 ‘입시포커스’ 5회를 참조하기 바란다). 이 정도면 만회할 수 있다고?
수리(가)형을 공부하려면 수2와 선택과목(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가운데 한 과목까지 공부해야 한다. 공부량을 따지면 수리(나)형보다 3배는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수리(나)형으로 전향만 해도 5~10%는 쉽게 오르는데, 공부량을 비롯한 실제 노력까지 더한다면 수리(가)형 선택자가 보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리 공부할 시간에 다른 과목을 더 공부할 수 있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손해는 더하다.


수리(나)형으로 갈 수 있는 대학 많다
수리(나)형으로 전향할 경우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



[표 5] 수리(나)형과 과탐으로 갈 수 있는 자연계 대학과 학과



수리(나)형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서울권 대학들만 따져도 적지 않다. 학과에 제약은 있지만 고려대?이화여대?경희대에도 지원할 길이 열려 있다. 서울의 중위권 이하 대학에는 ‘매우’ 많다.
이제 현실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수리 5등급 이하이면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에 ‘올해 안에’ 진학하기는 어렵다.
아직도 투자한 시간이 아깝다고 여기는 수험생은 ‘과거’에 대한 미련으로 ‘미래’를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수리(가)형을 고수하며 이과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대학에 들어가 진짜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사회?과학탐구, 제2외국어도 선택이 중요
전략적 과목 선택은 수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역시 과목 선택이 중요하다(물론 9월 모의평가를 눈앞에 둔 지금 시점의 2011학년도 수험생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수리영역의 전향과 달리, 사회?과학탐구영역의 과목 전향은 공부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 까닭이다).
먼저, 사회?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기본원칙은 ‘백분위가 높아지는 과목’을 고르는 것이다. 백분위가 높아지는 과목은 대체로 응시자 수가 많은 과목일 가능성이 높다.
탐구영역에서는 피해야 할 과목도 있다. 사회탐구의 경우, 서울대 지망생이 아니라면 국사를 피하는 게 좋다. 상위권이 몰리기 때문에 점수를 얻기 힘든 까닭이다. 과학탐구의 경우, 과학고생들과 최상위권이 몰리는 물리2 과목을 피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서울교대?울산대 의대 등 탐구영역을 4과목 반영하는 대학들이 있으니 상위권이라면 4과목을 응시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연세대 이하로는 대체로 2과목만 반영하므로 적절한 시점에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을 점검하면서 과목수를 조절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러나 ‘공부’는 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3~4과목에 ‘응시’하는 것이 좋다.
제2외국어와 한문의 경우, 가능하면 선택해두는 것이 좋다. 특히 인문계라면 더더욱 활용할 일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일반고 학생이라면 외고에 개설된 제2외국어 과목은 피해야 한다. 아랍어와 한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것을 권한다.
수리와 탐구 모두 최종 선택과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객관적이고 냉정한 결정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얻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찬휘, 대학입시의 진실을...
강남지역의 수만여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그리고 전국의 여러 명문고의 초청을 받은 입시설명회를 개최해왔고, 국내 유일의 입시전략 인터넷방송 ‘입시포커스’를 운영하는 (주)티치미의 김찬휘 대표가 강남서초내일신문과 함께 특별기획을 통해 수시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님들에게 2011학년도 수시 필승합격 전략 노하우를 연재합니다. 입시전략 인터넷 방송은 (주)티치미의 홈페이지(
www.teachme.co.kr
)에서 볼 수 있으며, 온라인을 통해 자녀의 입시상담(569-4149 정재희 실장)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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