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성 애착장애-유아기 애착관계가 정서 발달

지역내일 2001-10-17
맞벌이가 보편화되면서 육아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이 많다. 아이가 태어난 뒤 함께 보내는 시간이 충분치 못하면 성장이 더디고 대인관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반응성 애착장애를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반응성 애착장애란 말 그대로 무언가 불충분한 환경 때문에 생기는 정서행동상의 문제를 말한다. 본래 '애착'이란 아기와 엄마 사이에 오가는 정서적 친밀함으로 양방성이 특징이다. 즉 아이는 물론 엄마도 경험하는 것이다. 태어난 직후부터 몇 년간 우리는 어머니를 통해 처음으로 인간적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런 관계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배우게 되는데 처음 경험한 관계가 믿을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아이의 앞으로의 인간관계는 항상 믿을 수 없는 것으로 끝나게 되고 세상을 적대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반대로 처음 맺은 관계가 정말 애정이 있고 신뢰할 만한 것이라면 그 아동의 인간관과 세계관은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인간의 발달과정에는 그 시기를 놓치면 즉 경험하지 못하고 지나가면 그 후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특정 시기가 있다. 이를 결정적 시기라고 하는데 애착도 생후 6개월에서 2세 사이에 충분히 경험해야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
부모와 유아간에 애착관계가 형성되고 유아가 표현하는 요구에 잘 부응할 때 유아는 신뢰를 형성하게된다. 그러나 이런 신뢰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보호자와의 관계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회피되었다면 이 속에서 자란 아동들은 다른 인간에게 다가가려는 마음과 이로부터 피해버리고 싶은 마음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욕구를 표현하게 된다. 이런 아동들은 눈을 맞추려하지 않고 보호자에게 눈길을 안 주고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피하게 된다.
자폐증은 주로 선천적인 결함 때문으로 밝혀졌지만 반응성 애착장애는 오히려 후천적인 자극의 결핍 즉 돌보아주는 양육자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자주 바뀌어서 애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응성 애착 장애는 5세 이전에 어머니나 대리모로부터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발생된다. 유아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황에서 사회적 유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정신지체나 전반적 발달장애로 인한 것이 아니다. 5세가 지나면 부모나 대리부모로부터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도 반응성 애착장애는 발병되지 않는다. 편안함 자극 등 사람에 대한 유아의 기본적 정서적 욕구를 계속해서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 예를 들면 지나치게 가혹한 벌을 주거나 육아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인해 유아는 신뢰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유아의 기본적인 신체적 욕구를 무시하는 경우 즉 영양상태 유지 적절한 주거 제공 위험이나 폭력(성적 학대 포함)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않는 경우도 해당된다. 부모의 정신지체 육아기술 부족 사회적 고립 사회적 박탈상태 부모의 무지 너무 일찍 사춘기 때 부모가 되는 것 등으로 부모가 유아의 욕구를 인지하는데 문제가 있을 때 발생한다. 즉 부모 자신의 욕구가 우선하여 유아의 욕구에 따라 돌보지 못하는 경우 부모나 대리모가 자꾸 바뀌는 경우 예를 들면 수용소 장기적인 입원이 반복되거나 양부모가 다수인 양육원 등에서 아이가 자라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은 나이에 따라 차이가 나나 그 핵심은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전형적인 것은 신체질환 등 기질적 원인이나 정신지체나 자폐장애가 없는데도 유아가 정상적으로 성장발달이 안 되어 정서발달과 신체발달에 장애가 온다. 즉 성장 실패를 보이는 것이다. 유아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없고 웃지도 않고 표정이 멍하고 무감동하거나 슬퍼 보인다. 또는 놀란 상태에서 두리번거리는 표정을 보인다. 자극을 주어도 반응이 느리다. 대부분 영양상태가 심각하게 나쁘며 대부분 배가 튀어나와 있다. 체중도 정상보다 미달이며 성장에 따른 체중증가가 정상에 비해 느리다. 피부가 창백하고 근육도 약하다.
보호자가 조기에 아동의 문제를 발견해 빠른 조치를 취하면 호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다. 그러나 상당수의 부모님들이 지신의 아동이 이상하다는 것에 대해 인정을 안 하기 때문에 아동의 치료가 늦어지게 되고 회복의 속도도 느려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반응성 애착 장애아를 가진 많은 부모들이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자신들이 아동을 임신했을 때 또 출산 후 몇 년 동안 자신의 고민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아동을 잘 돌보지 않았다. 또는 직장 문제로 아동을 여러 사람에게 맡겨 아이가 늘 불안해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 그런 시간들을 후회한다해도 소용이 없다. 시간을 돌이킬 수 없으니까. 중요한 것은 반성할 것은 반성하지만 지금 내가 아이를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지금 잠깐만이라도 내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반성해 보고 유심히 관찰해 보자. 다른 사람들이 우리아이에게 뭔가 이상하다고 지적한 일이 있었거나 내가 보기에도 아이가 조금 이상한 것 같은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면 아이문제로 병원에 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말자. 병원에 가서 이상이 없다면 다행한 일이고 이상이 있다면 그때부터 치료를 하면 되는 것이다. 발견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아직도 내 아이에게 어떤 진단이 내려지는 것이 싫어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병원이나 기타 치료소를 찾지 않는 엄마가 있다면 그 엄마는 자신의 이기심 때문에 아동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는 것과 같다.
반응성 애착장애로 진단하려면 반드시 아이를 충분히 돌보지 못한 사실이 전제돼야 한다. 아이를 방치해 둔 것은 물론 돌보는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뀐 경우도 해당된다. 아이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과 안정된 대인관계를 경험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엄마가 아파서 장기간 입원하거나 가정불화로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경우 부모를 잃은 경우도 문제가 된다. 일 때문에 아이를 너무 일찍 놀이방에 보낸 경우에도 비슷한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자폐증은 뇌의 선천적 질환인 만큼 몇 달 노력해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 반면 반응성 애착장애는 한두 달 정도만 신경을 쓰면 크게 호전될 수 있다. 치료 대상에 아이는 물론 부모도 포함된다.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돌보고 놀아줄 것인가 어떤 점들을 관찰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부모가 알아야 한다. 불가피한 사정이라면 반드시 부모가 아니라도 아이를 돌볼 수 있다. 단 아이에게 관심이 많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아이가 좋은 환경에 있게 되면 급속하게 신체상태가 호전되며 체중도 정상을 회복하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키도 나이에 비해 적게 되는데 해로운 환경에서 벗어나면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정상적인 키로 회복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적절한 영양공급 신체적 후유증에 대한 치료 적절한 자극과 상호작용을 제공하는 것이 치료의 주된 목적이다.
대부분은 환경이 개선되면 증상이 개선되므로 환경의 개선이 치료의 핵심이다. 애착은 양(量)보다는 질(質)의 개념이다. 비록 아이와 오랜 시간을 보내진 못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전화도 하고 퇴근해선 피곤하더라도 아기와 놀아주고 많이 안아주는 게 중요하다. 내키지 않는데 아이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면 나중에 아이 때문에 발목을 잡혔다는 생각에 자녀와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직장 문제는 보다 냉정하고 차분히 판단해야 한다. 아빠의 역할도 중요하다. 엄마 입장에서 볼 때 남편과 시댁 어른들의 지지와 협조는 큰 힘이 된다. 아빠가 적극적으로 가사를 분담하고 아이와 함께 놀아주면 엄마가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
반응성 애착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구별하여 진단하는 것이 필요한 질환이 있다. 전반적인 발달장애 (pervasive developmental disorder 자폐증이 대표적)의 경우 영양 상태는 대체적으로 좋고 나이에 적합한 신장과 체중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활동적이며 기민하다. 일반인들에 의한 구별은 매우 어려우므로 반드시 전문가에 의한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또한 정신지체(mental retardation)의 경우는 모든 사회적 영역의 기술발달이 늦으나 영양상태는 좋으며 정신연령에 따라 적절한 대인관계를 맺으며 발달단계는 정상 순서대로 밟아 나간다.
반응성 애착장애에 있어서 아이에 대한 애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김미경 리포터 mikigol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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