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아내 몰래 이혼소송 ‘나쁜남편’

‘화해하고 같이 살자’고 해놓고선…

지역내일 2010-08-24
기댈 데 없는 외국인 아내 구박 … 법원 “아내에게 위자료 줘라”

A(67)씨는 지난 2006년 결혼중개업체의 소개로 B(여·57·중국)씨를 만나 재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A씨는 B씨의 일거수일투족이 눈에 거슬렸다. 그래서 B씨에게 밥을 많이 먹고 전기를 아껴 쓰지 않는다며 타박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또 돈을 벌어오라고 소리치기도 하고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기면 B씨를 의심하며 손찌검을 하는 일도 생겼다.
순탄치 않은 결혼 생활에 지친 B씨는 결혼생활 1년여만에 A씨를 떠나 살기로 결심했다. 그렇지만 B씨는 몸은 따로 떨어져 있을지언정 부부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가 살면서도 A씨에게 매달 20만원씩 부쳐줬고 한 달에 2번씩은 집으로 돌아가 밀린 가사일을 해줬다. 하지만 가끔씩 집에 찾아가도 A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일이 생겼고 이를 참다 못해 지난해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 이혼 소장을 내기에 이르렀다.
한편 비슷한 시기 A씨 역시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 법원에는 “B씨가 이유 없이 가출했으며 같이 사는 동안에는 부부관계를 거부하면서 생활비만 요구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A씨는 B씨가 외국인인 점을 악용해 B씨와 연락이 되면서도 법원에는 B씨의 거주지를 모른다고 해 이혼소송이 공시송달(당사자의 거주지를 알 수 없는 경우, 법원이 서류를 보관해 두었다가 당사자가 나타나면 전해주는 송달방법)로 빠르게 진행됐다.
B씨 역시 자신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청구한 것을 알게 된 A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화해하고 함께 살고 싶으니 B씨가 제기한 이혼소송을 취하해달라”고 부탁했고 B씨는 이를 받아들여 2009년 12월 소송을 취하했다. 소를 취하한 B씨는 A씨와 함께 살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으나 A씨가 제기한 이혼소송이 이미 끝나 A씨와 B씨는 법적으로 이혼한 상태였다.
이에 B씨는 반소를 제기했고 담당 재판부인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재판장 안영길)는 “파탄의 주된 책임은 A씨에게 있다”며 “혼인생활 중 소액이나마 생활비를 원고에게 지급하면서 가사일도 도맡아하는 B씨를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부당하게 B씨를 타박하고 폭행했으며 거짓말을 해 B씨의 이혼 소송을 취하하게 하는 등으로 피고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줬다”며 B씨가 청구한 이혼 청구와 위자료를 모두 인정했다.
김윤정 서울가정법원 공보판사는 “다문화 가정에서 외국인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청구한 경우 상대방의 책임사유를 밝히기 힘든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사건은 B씨가 이혼 청구를 했다가 취하한 사실이 밝혀져 진술의 신빙성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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