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엑스포’ 217억 적자‘미디어서울’ 기대이하
지자체-주민 갈등 지속 … ‘국제적 망신’ 신뢰 실추
전국 지자체들이 국제행사를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2001년 10월에만 전주세계소리축제, 세계서예 전북비엔날레, 국제무술대회(충주), 국제탈춤축제(안동), 세계유교문화축제(안동), 국제공예비엔날레(청주) 등이 열렸거나 진행 중에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제고와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현상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지자체들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물론 일부 행사는 지역경제에 한몫했다.
그러나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지자체들은 내년 월드컵대회와 아시안게임 등에 편승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제행사는 규모가 커 ‘돈만 뿌리는 잔치’라는 비난이 일었다.
각종 행사들이 실속없는 행사로 전락해버리는 바람에 예산만 축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단체장들의 선심성 과시형 이벤트라는 성격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채무가 2001년 6월말 현재 18조4754억원이다. 최근들어 급증한 양상으로 보이고 있다. 재정자립도 또한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국제행사에 대한 과감한 정비와 내실을 기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지원의 경우 중앙정부의 심사기능 강화와 지방의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 무분별한 행사는 예산낭비 = 지난해 자치단체에서 벌인 국제행사는 98년 28건, 99년 49건, 그리고 지난해는 11월말 현재 54건에 이른다. 예산도 98년 357억원, 99년 933억원, 지난해는 11월말 현재 1069억원이 소요됐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들은 지난 2년간 무분별한 국제행사 개최로 500억원 이상을 낭비했다.
서울시가 국제미디어 종합축제라며 개최한 ‘미디어시티 서울2000’은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냈다. 관람객수가 목표의 절반에 그치고 수입금도 크게 부족해 행사를 연장했다. 행사기획도 부실, 전시물이 너무 어려워 일반 시민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경북 경주시가 주최한 세계문화엑스포의 경우 304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행사 수익은 87억원에 불과해 2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거창시는 세계연극제를 지방의회와 주민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다가 의회의 반대로 중도 포기해 설계비 12억원을 낭비했다. 인천 세계춤축제는 행사개최 40일전에 연기하는 바람에 외국 공연팀과의 일정파기 등 국제위신을 추락시켰다. 부족한 행사예산 충당을 위해 민간에 협찬을 강요하다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영화제나 꽃박람회, 에어쇼 등 유사한 행사가 중복개최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한 해당 국제기구로부터 공인받은 행사는 극히 적었다. 실제로 2000년 지자체 국제행사 72건 중 공인받은 행사는 10건에 불과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에나섰다.
국내에는 서울 강남 코엑스와 부산 전시컨벤션센터 등 10여개소에 이른다.일부 지자체들은 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건립비용 조달방안이 여의치 않아 답보상태다.
그러나 컨벤션 시설의 경쟁력이 의문시되고 있다. 특히 지자체들의 홍보와는 달리 경제효과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연 대구컨벤션센터의 가동률은 35%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국제행사 유치도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 후유증 심각 =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는 예산낭비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민에게 후유증까지 남기고 있다.
하남환경박람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환경 그 생명의 시대 개막’이라는 표어를 내걸로 개최된 하남환경박람회가 끝난지 2년. 지금 그곳은 1m가 넘는 잡초와 빈 병, 건축 폐자재가 나뒹굴고 있다. 박람회 당시 18억원을 들여 2000여평 규모로 지어진 주제관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무모한 계획으로 막대한 적자만을 남긴 국제환경박람회는 비리박람회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행사가 끝난 지금까지 자치단체와 주민과의 불협화음도 여전하다. 시민단체는 ‘납세자 소송‘을 냈다.
또한 행사가 잘된다 싶으면 공무원들이 개입을 시도해 말썽을 빚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 최대의 문화예술축제로 자리잡아 가는 광주비엔날레는 공무원들이 예산권을 무기로 예술행사를 좌우하려해 예술인들의 반발을 샀다. 과천시 세계마당극큰잔치도 공무원들이 공동집행부를 구성하려다 시의회로부터 견제를 받았다.
일부 지자체들은 행사규모를 축소하거나 엉성하게 치러 국제적으로 망신을 사기도 했다.
◇ 예산감시기능 회복 필요 =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업결정이 투명하지 않은 점과 지방의회의 심의기구 부실을 꼽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밑빠진 독상’을 수여하면서 사업결정과 집행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예산낭비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윤순철 지방자치국장은 “지자체 행정을 감시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지방의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주민소환제나 투표제 등 주민에 의한 직접통제 방식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지자체에 대해 경제성이 없거나 전시성 행사가 개최되는 일이 없도록 기획단계에서부터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국고지원을 무기로 행사의 내실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낭비성 행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와 월드컵 특수를 맞아 지자체의 행사는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중앙정부의 심사기능 강화는 지방자치시대에 조심스러운 일이다.
결국 문제해결은 지방자치시대에 맞게 자치단체 지방의회 시민이 함께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형수·부산 정연근·대구 성홍식·인천 오승완·춘천 전관석 기자 hskim@naeil.com
지자체-주민 갈등 지속 … ‘국제적 망신’ 신뢰 실추
전국 지자체들이 국제행사를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2001년 10월에만 전주세계소리축제, 세계서예 전북비엔날레, 국제무술대회(충주), 국제탈춤축제(안동), 세계유교문화축제(안동), 국제공예비엔날레(청주) 등이 열렸거나 진행 중에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제고와 세계화의 진전에 따른 현상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지자체들의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물론 일부 행사는 지역경제에 한몫했다.
그러나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지자체들은 내년 월드컵대회와 아시안게임 등에 편승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제행사는 규모가 커 ‘돈만 뿌리는 잔치’라는 비난이 일었다.
각종 행사들이 실속없는 행사로 전락해버리는 바람에 예산만 축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단체장들의 선심성 과시형 이벤트라는 성격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채무가 2001년 6월말 현재 18조4754억원이다. 최근들어 급증한 양상으로 보이고 있다. 재정자립도 또한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국제행사에 대한 과감한 정비와 내실을 기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지원의 경우 중앙정부의 심사기능 강화와 지방의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 무분별한 행사는 예산낭비 = 지난해 자치단체에서 벌인 국제행사는 98년 28건, 99년 49건, 그리고 지난해는 11월말 현재 54건에 이른다. 예산도 98년 357억원, 99년 933억원, 지난해는 11월말 현재 1069억원이 소요됐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들은 지난 2년간 무분별한 국제행사 개최로 500억원 이상을 낭비했다.
서울시가 국제미디어 종합축제라며 개최한 ‘미디어시티 서울2000’은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결과를 냈다. 관람객수가 목표의 절반에 그치고 수입금도 크게 부족해 행사를 연장했다. 행사기획도 부실, 전시물이 너무 어려워 일반 시민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경북 경주시가 주최한 세계문화엑스포의 경우 304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행사 수익은 87억원에 불과해 2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거창시는 세계연극제를 지방의회와 주민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다가 의회의 반대로 중도 포기해 설계비 12억원을 낭비했다. 인천 세계춤축제는 행사개최 40일전에 연기하는 바람에 외국 공연팀과의 일정파기 등 국제위신을 추락시켰다. 부족한 행사예산 충당을 위해 민간에 협찬을 강요하다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영화제나 꽃박람회, 에어쇼 등 유사한 행사가 중복개최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또한 해당 국제기구로부터 공인받은 행사는 극히 적었다. 실제로 2000년 지자체 국제행사 72건 중 공인받은 행사는 10건에 불과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에나섰다.
국내에는 서울 강남 코엑스와 부산 전시컨벤션센터 등 10여개소에 이른다.일부 지자체들은 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건립비용 조달방안이 여의치 않아 답보상태다.
그러나 컨벤션 시설의 경쟁력이 의문시되고 있다. 특히 지자체들의 홍보와는 달리 경제효과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연 대구컨벤션센터의 가동률은 35%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국제행사 유치도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 후유증 심각 =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는 예산낭비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민에게 후유증까지 남기고 있다.
하남환경박람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환경 그 생명의 시대 개막’이라는 표어를 내걸로 개최된 하남환경박람회가 끝난지 2년. 지금 그곳은 1m가 넘는 잡초와 빈 병, 건축 폐자재가 나뒹굴고 있다. 박람회 당시 18억원을 들여 2000여평 규모로 지어진 주제관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다.
무모한 계획으로 막대한 적자만을 남긴 국제환경박람회는 비리박람회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행사가 끝난 지금까지 자치단체와 주민과의 불협화음도 여전하다. 시민단체는 ‘납세자 소송‘을 냈다.
또한 행사가 잘된다 싶으면 공무원들이 개입을 시도해 말썽을 빚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 최대의 문화예술축제로 자리잡아 가는 광주비엔날레는 공무원들이 예산권을 무기로 예술행사를 좌우하려해 예술인들의 반발을 샀다. 과천시 세계마당극큰잔치도 공무원들이 공동집행부를 구성하려다 시의회로부터 견제를 받았다.
일부 지자체들은 행사규모를 축소하거나 엉성하게 치러 국제적으로 망신을 사기도 했다.
◇ 예산감시기능 회복 필요 =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업결정이 투명하지 않은 점과 지방의회의 심의기구 부실을 꼽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밑빠진 독상’을 수여하면서 사업결정과 집행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예산낭비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윤순철 지방자치국장은 “지자체 행정을 감시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지방의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주민소환제나 투표제 등 주민에 의한 직접통제 방식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지자체에 대해 경제성이 없거나 전시성 행사가 개최되는 일이 없도록 기획단계에서부터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할 것을 지시했다. 정부는 국고지원을 무기로 행사의 내실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낭비성 행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와 월드컵 특수를 맞아 지자체의 행사는 급격히 늘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중앙정부의 심사기능 강화는 지방자치시대에 조심스러운 일이다.
결국 문제해결은 지방자치시대에 맞게 자치단체 지방의회 시민이 함께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형수·부산 정연근·대구 성홍식·인천 오승완·춘천 전관석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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