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닦이지 않는 눈물’ 일본군 위안부

83명만 생존 “사죄 빨리 이뤄져야”

지역내일 2010-08-13 (수정 2010-08-13 오후 6:28:31)
수요집회 내년 12월에 1000회 … “일본에 입법 통한 해결 촉구”

1938년. 당시 16세이던 송신도(88) 할머니는 결혼을 하기 싫은 마음에 “공장에 취직시켜 주겠다”는 한 남성의 말을 믿고 따라 나섰다.
하지만 송 할머니가 끌려간 곳은 중국 무창 일본군 위안소였다. 송 할머니는 그곳에서 7년 동안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일본군은 송 할머니의 팔에 강제로 문신을 새겨 넣었다. 일본군의 총검에 찔리거나 구타를 당하기도 여러 차례. 송 할머니는 그 때의 후유증으로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해방 이후 송 할머니는 어느 일본군을 따라 일본에 정착했다. 그러나 곧 그 일본군으로부터도 버림받았다. 한국어도 잊은 지 오래다.
현재 송 할머니는 일본에서 혼자 살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송 할머니는 10년 동안 일본 정부에 사죄와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법적 투쟁을 벌였고 2003년 최종 패소했다.

광복 60주년 한일강제병합 100년이 됐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떠한 사과나 배상도 하지 않는 가운데 위안부 할머니들은 점점 고령화되며 수가 줄고 있다.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수를 10~20만명으로 추정한다. 일본 정부가 문서를 공개하지 않고 전쟁에서 패할 당시 문서 대부분을 소각했기 때문에 현재 정확한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에 신고한 위안부 피해자 수는 234명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생존자는 83명뿐이다.
김동희 (사)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전쟁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생존자 중 젊은 분들이 80대 초반인데 나이가 들어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노환으로 돌아가시는 분도 많다”면서 “문제가 빨리 해결돼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본 정부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담화를 발표했지만 위안부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김 사무국장은 “총리 담화문에서 언급조차 않은 것을 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시각을 알 수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다른 무엇보다도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법원에는 지금까지 10차례 일본 정부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재판이 진행됐지만 단 한 건도 승소한 적이 없다. ‘위안부로서의 삶을 강요받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만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 대부분이다.
관련 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입법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도 한때 입법을 통한 해결 움직임을 보였다. 2000년 일본 국회에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전시 성적 강제 피해자 해결 촉진 법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김 사무국장은 “UN 국제 앰네스티 등과 협력하는 등 국제 여론을 조성해 일본에 (입법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정대협 등 관련 단체들은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고 일본 정부에 공식 사죄를 촉구하기 위해 매주 ‘수요집회’를 열고 있다. 수요집회는 이번주에 930회를 맞았으며 내년 12월에는 1000회를 맞이한다.
김 사무국장은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세계연대집회’를 열어 수요집회에 함께 하기도 하고 일본인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면서 “할머니들도 이제 자신들이 ‘전쟁 시 여성에 대한 폭력의 피해자’라는 인식을 하고 당당하게 일 정부에 사죄를 요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대협은 올해 초부터 일본 정부에 입법을 통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50만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전시 중 여성 성폭력의 문제를 다루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한 모금운동의 일환으로 ‘1만인 건립위원 참여 캠페인’도 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2004년부터 17억원을 모았는데 박물관을 지으려면 35억원은 있어야 한다”면서 “후원에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하고 이젠 정부도 나서서 도움을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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